TV 좋아하던 강아지가 두 눈을 잃었다…'임보' 1시간만에
임보자 "키우는 진돗개가 물어서 벽에 던졌다"고 주장…강아지 피부엔 교상(물린 상처) 하나 없어
수의사 4명에 CT 사진 보여주니 "이 정도 골절상에 교상 없는 건 이해 안 돼, 마취 상태면 가능"
8월 11일 오후 3시30분쯤. 김유정씨(가명) 핸드폰이 울렸다. 동물병원이라고 했다. 2개월 된 강아지 라떼가 크게 다쳤다고 했다.
임신한 채 강화도 길바닥을 떠돌며 고단히 살았던 어미 황구. 그에게서 태어난 여덟 강아지 중 하나. 그게 라떼였다. 황구와 라떼를 포함한 여덟 강아지를 구조한 게 유정씨였다.
어떻게든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 무렵 박수민씨(가명)에게 문의가 왔다.
수민씨는 라떼를 임시 보호(입양갈 때까지 집에서 보살펴주는 것)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집에서 18개월 된 진돗개를 키우고 있다고, 하루 세 번 산책해준다고, 실외 배변과 털 빠짐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드물 거라고, 라떼를 반려견 운동장에도 매일 데려갈 거라 했다.
유정씨도 수민씨에게 믿음이 갔다. 8월 11일 오후 2시39분쯤. 수민씨가 남자친구와 함께 와서 라떼를 데려갔다. 유정씨는 수민씨에게 "집에 도착하면 수민씨의 개와 라떼를 꼭 분리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보낸 지 1시간도 안 돼 라떼가 다쳤다며 수민씨에게 연락이 온 거였다. 유정씨가 그날을 이리 기억했다.
"전화 받자마자 (수민씨가) '죄송해요' 이러는 거예요. 본인이 키우는 개가 라떼 눈 쪽을 물었다고요.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게 온 거예요."
유정씨가 당시 병원에서 찍었단 라떼 사진을 보여줬다. 믿기 힘들 만큼 처참했다. 오른쪽 눈알이 덜렁거릴 정도로 돌출돼 있었다. 눈가엔 피가 흥건했다. 작은 강아지는 반대편 왼쪽 눈도 못 뜬채 웅크리고 있었다. 유정씨가 회상하며 또 울먹였다.
'두부 외상에 의한 양측 안와 및 비강의 다발적 골절 확인되며, 일부 골편은 비강 내로 변위, 이로 인한 비출혈 확인됨. 우측 안구 돌출, 시신경 절단, CT상 안구 주변부 근육과 시신경 손상 가능성. 양측 시력 소실. 그 외 피부 상처 보이지 않음.'
안구가 돌출된 오른쪽 눈은 꿰맸고, 왼쪽 눈도 시력을 잃었다. 두 눈을 잃었다. 앞을 볼 수 없게 된 거였다. 심한 다발적 골절상이 확인됐다.
유정씨도 처음엔 수민씨 말을 믿으려 했다. 수민씨가 키우던 개가, 라떼를 물어 사고가 난 거라고. 일단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SNS에 관련 내용을 올렸을 때, 사람들이 의아하다며 연락이 많이 왔단다.
근데 개가 라떼를 물었다는데, 왜 '교상(물린 상처)'이 하나도 없느냐고. 이거 교상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개가 물었는데, 피부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단 게. 유정씨가 말했다.
"라떼를 다른 병원에도 데려갔는데, 수의사님이 개에게 물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 정도 안구 돌출이면 반드시 이빨에 찍힌 곳이 한 곳은 있거나, 안구가 뚫려야 한다고요. 근데 아예 없었어요. 그러면서 둔탁한 무언가로 굉장히 세게 내리치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맘이 어지러웠다. 유정씨가 수민씨에게 다시 물었다. 개가 라떼를 한 번 앙 하고 물고 놓은 게 맞느냐고. 여러 전문가에게 물어 봐도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8월 14일. 유정씨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재차 묻자 수민씨가 돌연 말을 바꿨다.'개가 라떼를 한 번 물고, 그 상태에서 벽 쪽으로 던졌다고. 그래서 라떼가 벽에 부딪혔다고.'
라떼의 안구가 돌출될 정도의 골절상. 물었다고 하는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몸. 거기에 수민씨가 했던 말까지 번복하니 유정씨의 의구심이 더 커졌다. 수민씨가 라떼를 병원에 데려가던 20분의 시간. 그게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라도 보여달라고 했으나, 수민씨가 거절했단다.
"제가 키우는 진돗개와 라떼가 밖에서 처음 만났어요. 집 안까지 함께 들어왔고요. 서로 냄새 맡고 별 반응이 없었어요. 라떼가 저희 개의 항문 냄새를 맡는데 가만히 기다리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은가 보다 했어요. 개가 돌아다니다 서 있었고, 순간적으로 라떼의 오른쪽 얼굴을 문 거예요."
개가 사전 징후로 으르렁거리지도 않았느냐고 묻자, 수민씨는 그렇다고 했다. 그밖엔 유정씨에게 얘기한 것과 같이 주장했다. 자신의 개가 라떼를 물고 벽으로 던졌다고. 베란다 쪽으로 나가는 벽이며, 던진 거리는 1m에서 1m50cm 사이라고 했다.
한 번 물었다고 했다가, 물어서 던진 걸로 말을 번복한 것에 대해 수민씨는 "사람이 이렇게 일을 겪으니 잘못을 조금 이렇게 하고 싶었다. 저희 개와 라떼를 분리하지 않은 것도, 말을 잘못한 것도 명백히 제 잘못"이라고 했다.
이를 증명할 자료가 있는지 묻자 "홈캠이 있으나 라이브(실시간으로 보는)만 된다"고 했다.
이후 병원에 데려가 입원해 수술시키고, 수술비를 다 지불했단다. 그러면서 유정씨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억울해했다. 수민씨는 "의심할 순 있지만 확신을 하더라. 공론화하고 고소한다고 했다. 진짜 힘들었다"고 했다.
수민씨는 "잘못하지 않았단 것도 아니고 책임을 회피한 적도 없다. 근데 진짜 사실인 걸 어떡하냐. (의심하는 것처럼) 학대할 것 같았으면 왜 데리고 왔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라떼가 그렇게 된 건 정말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교상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도 "드물긴 하지만 제가 찾은 사례만 해도 이런 경우가 있다"며 "저희 개가 거의 30kg 육박하는데 그런 부분도 참고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민씨가 주장한 것처럼 '개가 한 번 물고 벽에 던졌다'는 걸로, 이처럼 교상 없이 안구 돌출과 심한 골절상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수의사 4명 모두 공통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단 의견을 냈다. 있는 그대로 담는다.
ㄱ수의사 : "다발성 골절이면 교상이 없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물고 던지는 과정에서 다른 곳의 교상이 있어야 합니다. 또 개들이 물고 흔들 순 있어도 던지는 건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강한 둔기로 얼굴 쪽을 맞으며 안와쪽 골절이, 안구가 튀어나오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ㄴ수의사 : "CT 사진을 보면 교상보다는, 둔기나 낙상에 따른 골절상 좌상이나 심한 타박상으로 인한 골절처럼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우측 눈 주변 뼈와, 양측 비강 뼈들이 부서졌는데요. 만약 개가 물어 부러졌다면, 한 군데에 집중적인 외압이 생겨서, 한 군데 위주로 부러졌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와 골절 부위와 비강 골절 부위가 좀 다른 걸로 봐서, 적어도 두 번 이상 외압이 있지 않았을까 판단됩니다."
ㄷ수의사 : "(개가 물어서 던졌다는) 그분 주장이 다 맞으려면,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사람이 갈비뼈를 분지를 때, 세게 때려서 멍이 들며 부러질 수도 있는데, 뼈가 부러질 만큼 지그시 누르면 분질러지긴 하거든요.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개가 강아지 머리를 물고 지그시 눌러야 해요. 그럼 교상이 안 남을 순 있어요. 근데 강아지가 그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고,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상처가 나거든요. 그게 아니라면, 강아지가 마취가 돼 있는 상황이라면 가능합니다."
ㄹ수의사 : "골절 소견도 있어서 둔상일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입니다. (개가 입으로 물어 던지는 힘으로 이 정도 안구 돌출이 가능한지 묻자) 이 정도면 꽤 강해야 하는데, 좀 힘들 것 같아 보입니다."
ㅁ트레이너 : "개가 흔들어서 죽이는 행동이 있는데, 새끼 강아지에게 그렇게 하는 건 드뭅니다. 저 정도로 던지려면 교상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문 개의 성향도 봐야 하고, 물어서 눈이 빠지게 던지려면 멍이나 상처가 있어야 합니다."
처음엔 잠만 자고 아파했단다. 무서워했다. 보이지 않으니 변을 보고 털에 다 묻혔다. 사람이 안 보이면 엄청 낑낑거렸다. 그걸 듣자 어미인 황구도 라떼를 보며 낑낑댔다. 정해진 곳에 놓인 물과 밥그릇은 잘 찾았지만, 개껌마저 놀다가 떨어트리면 찾지 못하고 헤맸다.
황구가 낳은 새끼는 라떼 말고도 일곱 마리가 더 있다. 아직 꼬물이라 다들 귀가 쳐졌는데, 라떼만 눈을 잃은 이후 귀가 쫑긋 섰다고 했다. 유정씨는 앞이 안 보이니 잘 들으려고, 라떼만 귀가 선 것 같다고 짐작했다.
유정씨 동생 김소정씨(가명)가 잠든 라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어 오열하며 말했다.
"근데 정말 불쌍한 게요. 이건 사람 입장일 수도 있는데, 라떼가 바깥 풍경을 본 게 고작 두 번이에요. 주사 맞으러 갈 때 한 번, 임보하러 가던 차 안에서 한 번. 그게 다예요. 산책도 못 해 봤는데 그게 너무 맘 아파요."
TV를 틀어주면 좋아했던 강아지. 가만히 앉아서 화면을 물끄러미 봤었다던 강아지. 취재하느라 처음 만나러 와준 기자가 궁금해, 귀를 세워 듣고 낯선 냄새를 따라 내달려서 와준 라떼.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남기겠다고, 좋은 가족을 찾기 위해 돕겠다고. 명랑하고 보드랍게 품을 파고든 라떼를 어루만지며 다짐했다.
떼입니다.
라떼는 태어날 때부터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순했어요. 울음도 거의 없어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가였어요.
얌전하고 순한 성격으로 선택받아 임보처로 이동했던 라떼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두 눈을 잃은 채 다시 제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생후 두 달도 안 된 라떼는 하루아침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어 많이 무서워했고, 사람이 없으면 울기만 했어요.
하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라떼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해 주고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아 더 잘 듣기 위해서인지 형제, 자매들 중 유일하게 귀가 쫑긋 서있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 라떼는 하루 하루 기적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형제, 자매들과 노는 걸 무척이나 좋아해요. 현재 머무르는 집의 동선 파악을 다 한 라떼는 잘 걷고 잘 뛰기도 해요.
라떼는 또래 친구들처럼 벽지도 뜯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마냥 순수한 아기 강아지예요. 사람도 좋아하고 밖에서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아주 멋진 성격을 갖고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라떼의 곁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게 해주는 가족을 만나면 좋겠어요. 시각장애견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 보이지 않아도 세상은 아름답고 멋지고 라떼는 사랑받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라떼 입양 문의는 8꼬물이 인스타그램(@lovely_8puppies)이나 이메일(spartarina@naver.com)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떼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진료를 본 결과, 아직 성장하고 있는 아기라서 살아있는 신경들이 있으니, 나중에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단 희망적인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혹여나 그리되었을 때 라떼가 처음 바라보고 반길 사람이, 가족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라떼 구조자 유정 올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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