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밀러 대전]③ 셀트리온 'SC' vs 에피스 'IV'…50조 레미케이드 제형 승부

/사진 제공=픽사베이, 그래픽=이승준 기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은 정맥주사(IV) 제형 '램시마'에 이어 피하주사(SC) 제형 '램시마SC'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IV 제형 '렌플렉시스'로 정면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한 바이오시밀러라도 제형에 따라 처방 채널과 시장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전략이 향후 수익성과 점유율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피하주사로 다각화 vs 정맥주사로 정면돌파

/자료=한국지식재산연구원

19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케이드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로 류머티스관절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유럽에서는 2015년, 미국에서는 2018년 물질특허가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암젠, 산도즈 등이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상반된 전략을 내세워 이목을 끌고 있다. 셀트리온은 IV 제형의 '램시마'를 시작으로 SC 제형인 '램시마SC'까지 출시하며 제형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 미국, 한국 등에 램시마SC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램시마와 램시마SC가 각각 인플렉트라, 짐펜트라라는 제품명으로 풀렸다.

셀트리온은 2013년 IV 제형의 램시마를 유럽에 출시하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2019년 유럽에서 SC 제형인 램시마SC를 론칭하며 업계 최초로 동일 성분의 바이오시밀러에서 제형을 추가한 사례로 주목됐다. SC 제형은 환자가 직접 주사할 수 있어 치료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IV 제형에 집중하며 오리지널과 동일한 방식으로 정면돌파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제형 전환으로 채널 다변화를 꾀하는 것과 달리 동일 제형으로 가격경쟁력과 임상 데이터를 앞세워 기존 수요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7년 '렌플렉시스'를 유럽과 미국에서 내놓으며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했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젠, 미국에서는 오가논이 유통을 담당하는 형태로 파트너십 기반의 공급망을 구축했다. SC로 제형을 확장하지 않고 IV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블록버스터 시장, 시밀러 진입에 계속 성장

/자료=그랜드뷰리서치(왼쪽), 와이즈가이리포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레미케이드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26억2000만달러(약 3조6434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2030년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2.28%로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전히 파이가 큰 시장이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침투하며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여러 회사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으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향후 인플릭시맙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레미케이드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전체 인플릭시맙 시장 규모는 훨씬 크다.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가이리포트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합산한 글로벌 인플릭시맙 시장이 2023년 219억7000만달러(약 30조5515억원)에 달했으며, 2032년에는 386억4000만달러(약 53조7328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CAGR은 6.48%로 단일품목이 아닌 계열 의약품 기준으로는 여전히 고성장이 기대된다.

적응증이 넓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인플릭시맙 제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중에서도 적응증이 가장 큰 계열 중 하나다. 류머티스관절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만성질환 중심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SC 제형 확대와 자가주사기기 도입 등으로 외래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실제 사용처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병원·약국 양쪽 채널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시장으로 평가된다.

정책적 수요가 뒷받침된다는 점 역시 양사의 진출에 한몫을 했다. 유럽은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권장되며,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한 번 점유율을 확보하면 장기적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진입 배경으로 꼽힌다. 인플릭시맙 시장은 제품 단가도 높고 처방 지속기간이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별화로 성과 입증 vs 보수적 시장 선점 전략

/사진 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은 램시마SC로 기존 IV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큐비아의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램시마 제품군의 유럽 점유율은 71%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5개국으로 분류되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점유율 71%, 53%를 달성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섰다. 램시마SC도 출시 5년 만에 유럽 시장 점유율 22%를 찍었으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각각 점유율이 44%, 29%에 달했다. 유럽 의료 시스템에서 SC 제형의 급여편의성과 처방유연성을 허용한다는 점이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제형 전환이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시장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본다. IV 제형은 병원 중심, SC 제형은 외래나 약국 중심이라는 특성상 영업채널과 마케팅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전략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해석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램시마는 미국에서 올해 1월 기준으로 처방수량 28.8%, 처방액 29.3%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의료체계는 IV 제형의 병원 처방 중심 구조가 강하고, 자가주사에 대한 보험적용 범위도 유럽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램시마SC와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에도 시장 확대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올해 짐펜트라의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500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5월 들어 3500억원까지 낮췄다. 올 1분기 매출이 130억원에 그친 데 따른 판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오리지널과 동일한 IV 제형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의료진의 보수적 성향'이 있다. 렌플렉시스는 복잡한 제형 변화 없이 시장에서의 설득력과 실적일관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의 협상으로 가격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IV 중심 유통망과의 협력으로 공급안정성도 유지한다고 여겨진다. 렌플렉시스는 2018년부터 점유율이 점차 확대돼 올해 1월 기준 처방수량은 10.2%, 처방액은 8.3%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C 미도입 전략이 시장 확대 기회를 놓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형 다변화를 추구하는 경쟁사 대비 채널 한정성이 존재하며, 미래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SC 제형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단일제형 전략은 중장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셀트리온의 짐펜트라에 점유율이 밀리는 것은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이유다.

양측 모두 미국 내 전략 고도화 절실

/사진 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중심의 전략 조정과 다국적 유통망 최적화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겨냥하더라도 제형 전략, 유통채널, 시장 구조에 따라 기업별 성과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 모두 미국 내 전략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며 보험사, 병원, 약국 등 이해관계자별 대응책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PBM과의 협상력, 리베이트 구조 대응 등은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처방채널의 구조적 특성과 보험급여 체계의 영향으로 SC 제형의 안착이 더디다는 점에서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대형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 인수를 추진하며 거점 확보에 나섰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압박에 대응할 방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미국의 인건비가 높아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그러나 회사는 램시마와 램시마SC를 병용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성을 다각화하는 데 힘을 실을 방침이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램시마SC의 투여 요법 초과 옵션 승인을 권고받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전략이 미국으로 확장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IV 제형 중심 전략을 고수하며 임상 데이터 축적과 파트너사와의 유통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SC 제형으로 확장하지 않고 동일 제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기존 시장의 충성고객과 의료진 네트워크 관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장다변화 측면에서는 한계가 지적되는 만큼 제품 라인업 확장성이나 신규 적응증 대응에서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제형 확장 계획은 따로 없다"면서 "특정 성분 하나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허가 만료됐을 때 제품을 출시하면서 하나씩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점유율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파트너사에서 판매를 맡아 계약상 전략이나 계획 등을 밝힐 수 없게 돼 있다"며 "계약할 때 역할·책임(R&R)을 구분해 생산부터 운송까지만 우리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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