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아웃]= 한화 이글스의 중심 타선이 거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그 중심에는 올 시즌을 앞두고 11년 총액 307억 원이라는 KBO 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노시환이 있다. '종신 이글스맨'의 탄생에 환호했던 기대는 불과 5경기 만에 우려로 변했다. 현재 노시환의 배트는 차갑게 식어 있고, 그가 짊어진 몸값의 무게는 타석에서의 조급함으로 전이되고 있다.


단순히 타율 0.160(25타수 4안타)이라는 숫자보다 뼈아픈 것은 세부 지표다. 4개의 안타 중 장타는 단 하나도 없으며, 타점은 2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노시환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선구안이 완전히 무너졌다. 통산 기록상 타율과 출루율의 차이가 0.088에 달할 정도로 눈이 좋은 타자였지만, 올 시즌 27타석에서 골라낸 볼넷은 단 2개뿐이다. 반면 삼진은 무려 13개를 당했다. 타석의 절반 가까이를 인플레이 타구조차 만들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물러난 셈이다.
이러한 부진의 전조는 지난 3월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대표팀의 핵심 거포로 낙점받았으나 본선 무대에서 2타수 무안타 2 삼진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국제대회에서 경험한 기술적 한계와 심리적 위축이 정규 시즌까지 이어지며, 대형 계약 이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타격 메커니즘의 엇박자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노시환은 히팅 포인트가 뒤로 밀리며 바깥쪽 유인구에 상체가 딸려 나가는 전형적인 슬럼프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한화의 시즌 초반 흐름도 노시환의 타격 사이클과 궤를 같이한다. 키움과의 개막 2연전을 싹쓸이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노시환이 15타수 1안타로 침묵한 kt와의 주중 3연전에서는 안방 스윕패를 당하며 기세가 꺾였다. 찬스를 끊어먹는 4번 타자의 부진 속에 팀의 득점권 응집력은 바닥을 쳤다. 일각에서 제기된 '오버페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노시환의 반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가장 괴로운 건 선수 본인일 것"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지만, 이제는 노시환이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300억 원이 넘는 가치를 증명하는 길은 화려한 홈런보다 무너진 타격 밸런스를 되찾고 볼넷과 안타로 출루 물꼬를 트는 기본기 회복에 있다. 한화의 올 시즌 성패는 결국 팀의 심장인 노시환이 얼마나 빠르게 이 심리적, 기술적 늪에서 탈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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