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새벽 잠결에 현관문 여닫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옆자리를 보니 아내가 없었습니다.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문소리가 났습니다. 결국 조용히 뒤따라 나갔다가 그 자리에서 발길을 멈췄습니다.

새벽마다 들린 문소리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관문 소리가 나고 한참 뒤에야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물어보니 잠이 안 와서 바람 쐬고 왔다고만 했습니다. 그 말이 일주일 넘게 반복되자 걱정이 커졌습니다. 어느 날 새벽 저는 신발을 신고 조용히 따라 나갔습니다.

아파트 화단 앞의 광경
아내는 아파트 화단 앞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는 경비 아저씨가 있었고 둘 사이에 보온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따뜻한 차를 따라 건네고 있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요즘 야간 근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아내가 말하지 않은 이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몇 주 전 새벽에 잠이 깨 나갔다가 추위에 떠는 경비 아저씨를 봤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차 한 잔씩 챙겨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면 제가 걱정할까 봐 그냥 조용히 했다고 했습니다. 오래 산 사람의 새벽을 저는 그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함께 산 세월이 길어도 배우자의 하루를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조용히 쌓아 온 선한 습관이 뒤늦게 보이기도 합니다.오늘은 배우자가 요즘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가볍게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몰랐던 따뜻한 얼굴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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