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디단 무료 배달, 알고 보면 쓴맛
배민라이더스 서비스가 대중화되며 빠르게 외식 시장이 바뀌고 있던 2018년, 피세준씨(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골목에 굽네치킨 매장을 개업했다. 그때는 홀에 세 개짜리 테이블을 놓고 매장 장사도 했다. ‘배달의 민족(배민)’의 배달 서비스 덕분에 아르바이트생이 거의 필요 없었다. 신통한 서비스라 생각했다.
이후 배민은 입점 업체 광고와 중개,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점유율 60%에 이르는 배달 앱 1위 업체가 되었다. 2위 업체인 쿠팡이츠의 점유율까지 합하면 두 곳의 시장점유율은 80%에 이른다. 독과점 시장이다. 이제 피세준씨는 자신이 체감하는 배달 플랫폼의 힘을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맛이나 서비스가 매장의 생존을 좌우하는 게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단일 가게뿐만 아니라 신생 브랜드의 생존이 결정될 정도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5개 브랜드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들은 배달 플랫폼에 대한 보이콧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배달 플랫폼 불공정행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배달 플랫폼 보이콧’이라는 강경한 단체행동까지 구상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료 배달 서비스가 매출에 끼치는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피씨는 국회와 정부가 상생을 내걸면서 배달 수수료만 문제 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점주가 부담하고 있는 무료 배달 비용이 배달 수수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료 배달 서비스가 배달 의존도가 높은 외식업계를 플랫폼에 더 종속되는 형태로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씨는 정부 주도로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에서도 배달 수수료에 대한 논의만 반복하고 있어 실제 상생안이 도출된다 해도 점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 배달이 왜 문제일까?
올해 3월부터 쿠팡이츠는 쿠팡의 유료 구독자인 ‘쿠팡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주문 횟수와 주문 금액, 거리에 상관없이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의 추격에 배민도 5월부터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도입해 서비스 가입자에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료 배달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당연히’ 환영받았다.
물론 모든 배달비가 공짜는 아니다. 배민에는 두 가지 배달 서비스가 있다.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다. 배민클럽 회원이라면 배민배달을 이용할 경우 배달기사가 여러 곳을 동시에 배달하는 ‘알뜰배달’ 비용이 무료다. 배달기사가 한 집만 배달하는 ‘한집배달’에서는 할인된 배달비를 낸다. 반면 가게배달은 ‘배달 팁’이라고 하는 배달비를 고객이 따로 내야 한다. 가게배달은 배달 플랫폼이 ‘배달’ 업무는 하지 않고 ‘중개’ 서비스만 제공한다. 실제로 배달하는 사람은 바로고·부릉 같은 배달 대행사의 배달기사다. 이들에게 지불하는 배달비 4000원을 점주와 고객이 함께 낸다. 양측이 지불할 금액은 점주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고객에게 언제, 얼마나 배달비 할인 혜택을 제공할지 여부를 점주가 스스로 판단한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점주들이 무료 배달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첫째, 점주의 자율성이 상당 부분 제약된다. 물론 배민을 이용하는 점주라면 ‘우리 가게는 배민배달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만 하겠다’라고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롯데리아에서는 배민 앱의 유인 효과를 덜 누리더라도 업주의 부담을 낮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배민클럽을 통한 주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써브웨이와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역시 해당 서비스 이용 여부를 점포의 자율에 맡겼다. 하지만 본사 정책과 무관하게 개인 매장이 배민배달을 포기하기란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예컨대 수도권의 경우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아 A 매장이 가게배달로 고객에게 배달비를 지불하게 할 경우, 고객들은 같은 프랜차이즈 중에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B 매장에 주문을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 선택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 무료 배달이라는 ‘출혈 경쟁’에 내몰리기 쉬운 구조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민으로서는 배민클럽에 고객들이 가입하도록 하려면 무조건 무료 배달 매장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가게배달 매장은 앱 메인 화면에 노출을 줄이거나, 가게배달을 하고 있는 업체가 매장을 앱 화면에 노출하려면 유료광고인 ‘우리가게클릭광고’ 같은 것을 하도록 유도해 점주들을 종속시킨다”라고 말했다. 10월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은 “배민 앱을 켜보면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의 배치 면적이 6배 넘게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서왕진 의원(조국혁신당)은 "우리가게클릭의 경우 고객이 광고를 클릭만 하고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점주가 광고비를 내도록 했다”라며 불투명하게 광고가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왜 배달 수수료에 집중할까?
점주들이 무료 배달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무료 배달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비는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을 살펴보자. 쿠팡이츠는 3월18일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는 “고객들의 물가 인상 고통을 덜어주고 외식업주들은 추가 비용 부담 없이 매출 증대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9월24일 보도자료에서 “쿠팡이츠가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럴까? 경기도 용인시에서 푸라닭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지웅씨(푸라닭 가맹점주협의회 회장)는 고객이 무료 배달로 주문한 치킨 한 마리를 팔고 나서 쿠팡이츠에서 받은 정산 내역서를 〈시사IN〉에 보여주었다. 2900원의 배달비가 정산금에서 빠져나갔다. 고객이 2만900원짜리 치킨을 주문했을 때, 주문 중개 수수료 2048원, 결제대행사 수수료 627원, 부가세 등도 빠진 뒤 황씨가 최종 정산 받는 금액은 1만4767원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황씨는 “배달 플랫폼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고객들에게 생색을 낼 뿐만 아니라,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플랫폼에 유입된 고객들에게 월 구독료를 받으면서 직간접적 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달 비용 부담을 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점주와 고객이 함께 배달비를 지불했기 때문에 점주가 내는 배달비가 1000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배나 늘었다. 쿠팡이츠는 점주에게 추가 부담이 없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허위광고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산 내역서에 찍힌 배달비는 브랜드별로 건당 배달비가 달랐는데 푸라닭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황지웅씨의 내역서에는 2900원이, 굽네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피세준씨의 정산 영수증에는 3400원이 책정되어 있었다. 〈시사IN〉은 쿠팡이츠 측에 ‘쿠팡이츠에서는 무료 배달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배달 비용을 당사가 낸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점주들은 배달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점’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은 없다”라고 답했다.
7월23일, 입점 업체들의 배달 플랫폼 이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의체)’가 출범했다. 배달 플랫폼과 소상공인연합회 등 입점 업체,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과 공정거래위 담당자가 특별위원으로 참석해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상생협의체는 10월 말까지 상생 방안을 합의하기로 하였고,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점주들은 무료 배달 서비스 개시 이후 발생한 이런 문제들이 상생협의체가 논의하는 상생안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문제는 빠지고 몇백 원짜리 배달 중개수수료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황지웅씨에게 정부가 배달 수수료에 집중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허탈하게 웃었다. “상생협의체에 나도 참석한 적이 있었다. 무료 배달이 문제라고 주장을 했지만 우선은 수수료라도 어떻게 해보자고 하더라. 수수료 1% 낮추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간이 10월로 한정되어 있어서 무료 배달까지는 건드릴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무료 배달은 소비자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문제니까 정부로서는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황씨는 소비자가 누리는 무료 배달의 이점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7월24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발표한 배달 플랫폼 3사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는 이런 황씨의 우려를 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배달 앱의 구독 서비스 전환이 외식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런 설명도 덧붙였다. “구독 서비스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로 인해 소비자가 다른 서비스를 비교, 선택하는 데 제한을 주며 해당 서비스의 멤버십 혜택 축소나 요금 인상이 있더라도 쉽게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한다. (···) 지금 당장 눈앞의 배달비 무료라는 달콤함이 소비자와 배달 서비스 시장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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