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로컬이 추천하는 히든 스폿 7
글 · 사진 세소코 마사유키
번역 김소연, 박성희
협조 인페인터글로벌
포트리버 마켓
Portriver Market
외국인 주택이 즐비한 미나토가와(港川) 일대는 우라소에시(浦添市, 오키나와 본섬 중부에 위치한 도시)에서도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역이다. 포트리버는 미나토가와를 영어로 표기한 것. 이름에 마켓을 붙인 이유는 시장처럼 여러 가지 물건을 팔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떠들썩한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포트리버 마켓의 주인장 무기시마 데쓰야는 미에현 출신이다. 아내 미키, 아들 로이치로와 함께 셋이 살고 있다. 2012년 5월 도쿄에서 오키나와로 이주해, 2013년 4월에 포트리버 마켓을 열었다. 의식주에 관련된 물건을 파는, 그야말로 시장 같은 셀렉트 숍이다.
“처음 이주하고 나서는 가까운 친구들이 곁에 없는 게 쓸쓸했지만, 오키나와는 인간관계의 폭이 엄청난 속도로 넓어지는 곳이라 허전함이 금세 채워졌어요. 게다가 이곳엔 서로서로 돕는 문화가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니까, 이곳이 오키나와 여행의 이유 중 하나가 된다면 기쁘겠네요.” 맑고 파란 하늘 아래, 어딘가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이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미나토가와. 두 사람은 포트리버 마켓을 통해 이 지역이 더욱 활기 넘치기를 바란다.
빵집 스이엔
水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걷다 보면 보이는 커다란 나무 옆에 스이엔이 서 있다. 작은 빵집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미 스이엔이라는 세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높은 천장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고, 빵과 수프의 향기가 떠도는 한없이 행복한 공간.
스이엔을 경영하는 모리시타 소이치와는 대학 진학을 위해 오키나와에 왔다. 졸업 후 기노완에 있는 빵집 무나카타도(宗像堂)를 찾았다가 맛뿐 아니라 마치 그림책 속에 들어온 듯한 꿈같은 세계에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 이런 가게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무나카타도에서 장작 패는 일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빵 만들기를 배웠다.
소이치가 무나카타도에서 6년 동안 빵 만들기를 배우고 독립을 준비할 무렵, 사진을 공부한 그의 아내도 가게 준비에 합류했다. 원래 오키나와 본섬 중부, 서해안에 자리한 마을 요미탄손 (読谷)의 자키미(座喜味)라는 동네를 좋아했다. 풍부한 자연, 돌화덕을 만들 수 있는 점, 나하나 북부에서도 올 수 있다는 것도 이 지역을 가게 자리로 첫손에 꼽은 이유다. ‘커다란 나무 옆에 빵집을 열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을 아는 한 친구가 빈 가게 자리를 알려주었다. 집은 가게 근처에 있는데, 닭과 토끼가 함께 살고, 가게 옆에는 당나귀 와라가 살고 있다.
스이엔의 빵은 밀, 고구마, 흑설탕, 현미로 만든 효모를 사용해 돌화덕에서 구운 심플한 스타일이다. 아침 5시 이후에 작업을 시작해 20~25종류의 빵을 전부 소이치 혼자서 만든다.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어요. 효모는 생물이기 때문에 겉모습, 맛, 상태를 잘 가늠해야 하죠. 아직 멀었습니다.”
오픈한 지 13년. 손님의 발길은 끊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빵 만들기와 가게 운영에 대해 여전히 고민한다. 그 덕분일까. 스이엔의 소박한 빵에서도, 이야기가 느껴지는 공간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고유의 매력이 느껴진다.
카푸네
Cafune
“아이스크림은 평화로운 음식이에요.” 오키나와 본섬 중부, 후텐마(普天間)에 있는 인기 아이스크림 가게 카푸네의 주인 다이라 아오이의 입에서 이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빵을 좋아해서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빵을 먹으러 다니고 이벤트와 책을 기획해 온 그녀는 오키나와로 이주하기로 결심하고 준비 중이던 어느 날 문득 아이스크림을 떠올렸다.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워낙 맛있는 것을 좋아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어요.” 그간의 경험과 독학으로 음식을 공부해 가능한 자유로운 발상의 레시피가 가능했다는 점. 이 두 가지가 더해진 카푸네의 아이스크림은 계절별 제철 과일과의 조합, 예상치 못한 의외의 맛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가게 이름을 딴 ‘카푸네 맛’은 코코넛 밀크와 강황 또는 울금, 시콰사(シークヮーサー, 오키나와현 북부 지역에서 재배하는 감귤류의 일종으로, 지역 특산품으로 꼽힌다.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 과즙, 양귀비씨 소스를 섞은 독특한 조합으로, 강렬한 노란색과 중독성 있는 맛이 매력.
카푸네에는 그의 파트너인 다이라 히로와 간판견 레오도 있다. 매장에 머무는 동안 거리를 지나는 인근 주민과 단골 손님마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자유로운 아오이와 친절한 히로, 두 사람의 매력에 이끌려 손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도 찾아온다.“처음부터 전시나 이벤트를 기획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고, 매장에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에 친구나 지인들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했을 뿐이에요.”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지만 덕분에 지역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은 분명하다. 옛 미군 기지가 있는 거리에서 둥글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보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꽤 희망적인 이야기 아닐까?
난토우야키
Nantouyaki
창문을 활짝 열어 통풍이 잘 되는 공방에서 기분 좋게 물레가 돌아간다. 오키나와시의 주택가에 자리한 난토우야키는 캐서린 로리머(Catherine Lorimer)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공방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단순한 모양의 그릇이나 컵에는 만다라 같은 복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시가키섬(石垣島) 출신인 그녀의 부모님은 모두 도예가다.
로리머 가문의 도예는 점토 만들기부터 시작된다. 삽과 퇴비 자루를 들고 산으로 가서 땅을 판다. 가져온 원토는 휘저어 잘 섞은 뒤 3일간 끓여서 점토로 만든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자신만의 공방을 갖게 된 이후에도 이 과정은 그대로다. “부모님이 항상 사용해온 오키나와의 점토예요.”
점도에 따라 서너 가지의 점토를 섞고 물레에 얹어 흙과 대화를 나누며 빚어간다. 만다라를 그리게 된 것은 아버지의 고향인 뉴질랜드에서 만난 도예가 케이틀린의 말이 계기였다. 종이에 그려진 만다라를 건네며 “이걸 한번 그려봐.”라고 한 것. 그 전까지는 어머니의 공방 미나미시마 야키(南島焼)에서 모티프를 따와 그림을 그렸지만 이후 자신의 길을 찾았다. 지금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자극을 받아 만들고 싶은 것이 매일 달라진다. “변한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캐서린이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다.
식당 파이다마
食堂 Faidama
우키시마(浮島) 거리에서 옆 골목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하얀 벽에 야에야마(八重山) 사투리로 ‘먹보’라는 뜻의 ‘faidama’라는 글자가 보인다. 오키나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느낌의 식당과는 다른 심플하고 산뜻한 인테리어다.
오키나와 본섬 출신인 쓰요시와 이시가키섬 출신인 미사는 도쿄의 오키나와 요리점에서 만났다. 항공기 정비사였던 쓰요시는 전근할 때마다 그 지역 식자재로 요리하는 것을 취미로 즐기다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이 만난 도쿄의 오키나와 요리점에서는 오키나와 식자재를 많이 사용했다. 먼저 요리 지식을 충분히 익힌 후 식칼 쓰는 법부터 밥 짓는 법까지 2년간 수행했다. 두 사람은 오키나와로 돌아와 꿈에도 그리던 식당을 열었다.
참푸루(채소와 두부, 갖가지 재료를 함께 볶은 오키나와 요리. 참푸루고메야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이것저것 섞는다는 뜻이다.) 같은 오키나와의 대표 메뉴는 일부러 피했고 섬에서 자란 채소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 제철 식자재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만들었다. 모든 재료는 아버지가 직접 농사를 지은 작물이다. 정확한 지식과 요리 기술이 밑바탕에 깔린 덕분에 파이다마의 오키나와 요리에선 기품이 느껴진다. “모두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겸손한 태도에 더해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얼굴은 이 가게 최고의 매력이다.
커피 포장마차 히바리야
珈琲屋台 ひばり屋
분명 도시 안이지만 녹색으로 가득하다. 식물 사이로 빛이 쏟아져 내리고, 벤치도 놓여 있다. 포장마차에서는 쓰지 사치코가 커피를 끓이고 있다. 히바리야가 오키나와에 나타난 지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바현 출신으로 광고 대리점에서 일하던 사치코는 늘 요식업을 동경했다. 그래서 용감하게 퇴직했다. 고민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아이디어가 번득였다. ‘포장마차라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있어. 게다가 오키나와라면 야외에서 일하는 게 더 기분 좋을 것 같아!’
곧장 행동 개시. 리어카를 사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직접 포장마차를 만들었다. 넉 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커피 포장마차 히바리야’가 탄생한다. 사방이 건물로 에워싸여 있어 큰길에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구석지고 외진 장소. 나하 마키시(牧志)에 있는 미도리가오카 공원(緑ヶ丘公園)을 보고 그녀는 ‘여기다!’ 싶었다고. 처음에는 아침 식사를 판매하는 포장마차를 하고 싶었지만 보건 문제나 포장마차 사이즈 등의 문제로 선택한 것이 커피 전문점이다. 두 번의 이전을 거쳐 현재 위치로 옮겼다. 몇 번이나 이전해도 히바리야는 히바리야 그대로다. “나하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오가는 곳이라 여행이나 출장으로 올 때마다 마음 써 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야외에서 마시는 커피는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죠. 도시에서 자연의 공기를 흠뻑 느낄 수도 있고요. 오키나와라서 포장마차의 좋은 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걸어온 길은 조금 별나지만 그녀가 만들어낸 공간은 분명 특별하다.
아틀리에 소우
Atelier SOU
오키나와 본섬의 남쪽 끝 캰(喜屋 武)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푸른 하늘 아래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붉은 기와 지붕의 콘크리트 주택들이 나타난다. 이곳 오래된 주택가에 나카마 히데코의 아틀리에 겸 작업실 아틀리에 소우가 있다.“전통 공예와 금속 공예 기술을 사용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어요.” 군마현 출신인 그녀의 어린 시절 꿈은 패션 디자이너. 하지만 아버지의 조언으로 미용사의 길을 걷다 결혼과 임신을 계기로 남편의 고향인 오키나와로 이주했다. 직접 옷을 만들어 팔며 육아를 병행하던 중 그녀에게 액세서리의 매력을 일깨워준 것은 핸드메이드 주얼리 작가 엔과의 만남이었다. 이후 그녀의 격려에 힘입어 ‘Sou Craft Jewelry’라는 이름으로 액세서리를 제작하며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작업실 옆에 새롭게 ‘Sou Gallery’를 열었다. 이곳은 그녀가 셀렉한 액세서리나 의류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20년 후, 혹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더 이상 액세서리를 만들 수 없게 되더라도 이곳에서 고객과 만나며 하며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죠.” 그것은 작품일 수도, 대화 혹은 시간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한편 조금 먼 미래의 일을 상상하며 눈앞의 사람들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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