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이 증권채 수요를 확인하며 이달 중 최대 3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기 위해 공모에 나선다. KB증권 등이 최근 당초 계획보다 증액된 증권채를 발행해 조 단위 수요자금을 확보한 사례를 보면서다. 키움증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지난해 발행했던 기업어음(CP)을 리파이낸싱하며 차입구조 안정화를 꾀할 방침이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15일자로 1500억원 규모의 증권채에 대한 기관투자가 대상의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트랜치별로 보면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등으로 이번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열어뒀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으며, 인수단에는 KR투자·부국·흥국·BNK투자·iM증권이 포함됐다. 수요예측을 거친 뒤 이달 23일자로 키움증권 증권채를 최종 발행하는 일정이다. 조기상환권인 콜옵션이나 풋옵션 등은 없다.
키움증권은 희망 금리밴드로 3년물과 5년물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bp(1bp=0.01%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다. 본드웹에 따르면 한국자산평가, KIS자산평가, NICE P&I, FN자산평가 등 민평사 4곳이 제시한 3년물의 산술평균값은 2.894%였다. 5년물의 산술평균값은 3.188% 수준이다.
최근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연말로 갈수록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채권시장 역시 이와 연동되는 만큼 키움증권은 증액은 물론 언더발행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기에는 현재 시점의 금리가 가장 높다는 인식 때문에 채권시장의 막차 수요가 있다.
특히 증권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계열 및 내부 투자 수요를 약속하며 딜을 하는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거래) 영업방식을 활용할 수 없어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금리와 가격 왜곡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보다 먼저 증권채 발행을 시도했던 KB증권(AA+급)도 3000억원 모집에 1조7000억원 넘는 수요가 쏠리면서 6000억원을 증액 발행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7월에는 삼성증권(AA+급)의 1500억원 규모 증권채 물량에 2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키움증권의 신용등급은 삼성·KB증권보다 2노치 낮으나, 증권채 시장에서 A급 이상 우량채를 중심으로 수요가 큰 만큼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키움증권이 증권채 발행을 위해 이달 4일과 8일에 걸쳐 신용평가를 진행한 결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안정적(AA-)' 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는 키움증권의 자금조달 환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키움증권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지난해 발행했던 CP를 모두 리파이낸싱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단기물인 CP에서 장기물인 회사채로 전환되면 차입구조가 좀 더 안정되는 측면이 있다. 금리도 발행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CP보다는 회사채가 낮은 편이어서 발행 회사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본다.
당장 이달 24일에만 900억원 규모의 CP 만기가 돌아온다. 이틀 후인 26일에는 500억원, 다음달 2일에는 100억원의 CP를 상환해야 한다. 수요예측을 거쳐 증액 발행할 경우에도 키움증권은 모두 리파이낸싱에 쓸 계획이다.
이혁진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키움증권은 2022년 4월 종합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후 사업확장 과정에서 위험인수가 빠르게 증가해온 점이 재무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라며 "향후 위험 확대와 자산포트폴리오 배분, 자금조달 구조 등을 감안해 재무건전성 지표 추이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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