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방황하던 사범대생, 삼성바이오 연구원 만든 결정적인 선택

조회수 2022. 8. 16. 09:4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사범대 자퇴 후 삼성바이오 연구원 취업 스토리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목표가 뚜렷한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 주변의 기대와 시선 등에 맞춰 대학을 정한다. 취업도 비슷하다. 그러다 뒤늦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이십대가 적지 않다.

사범대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던 박진서(25)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었다. 성적, 가족의 기대 등 외부적 요인으로 학교를 선택했을 뿐이다. 결국 대학 2학년에 다른 대학으로 재입학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진서 씨의 취업기를 들었다.

◇놀이터보다 실험실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성적 때문에 문과를 선택했던 고등학교 시절 박진서 씨. /본인 제공

초등학생 때 실험실에 자주 들렀다. “아버지가 줄기세포 분야 교수셨어요. 학교를 마치면 아빠 실험실로 갔죠. 거기서 숙제를 하다 아빠와 함께 퇴근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아빠가 실험하시는 걸 자주 봤어요. 현미경으로 세포 같은 걸 보여주시기도 했죠. 그때부터 바이오 의약산업에 관심이 갔어요.”

흥미와 다르게 수학이 늘 어려웠다. “요즘에는 문⋅이과가 통합돼 대학 학과 지원의 폭이 좀 넓어진 걸로 알아요. 제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수학 잘하면 이과. 국어나 영어 잘하면 문과’로 정해졌어요. 과학이 좋았는데, 3등급에 머물던 수학 성적이 아쉬웠어요.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로 정했죠. 대학 지원할 때 교차지원을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사범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다가 자퇴, 한국폴리텍대학에 재입학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한 박진서씨. /더비비드

2016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합격한 대학 중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1학년 때는 그저 즐거웠어요. 전공 필수 수업만 채우면 원하는 수업을 마음대로 들어볼 수 있잖아요.”

문과생인데 타 전공 수업을 교양으로 들었다. “교양수업으로 들은 분자생물학을 제 전공 수업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했어요.”

진로를 틀어야겠다는 결심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특수교육과는 2학년부터 각자 주력 과목을 하나씩 정해서 임용고시를 준비해요. 저는 당연히 과학을 선택했는데요. 동기 중에 과학을 선택한 사람이 저밖에 없는 거예요. 인원 미달로 과정 개설이 안된다더군요.”

◇빠르게 유턴하는 것도 실력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개발 직원 박진서씨. 이과생이 아닌 문과생 출신이다. /더비비드

억지로라도 다른 과목을 선택해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다른 과목을 3년 동안 공부해서 임용고시에 합격할 수 없겠더라고요. 고시 생활을 거쳐 선생님이 된다고 해도 기쁘지 않을 것 같았죠 무작정 휴학계를 냈습니다.”

휴학 후 늦은 진로 고민에 돌입했다. “첫 3개월은 집 근처 음식점에서 서빙 알바를 하며 머리를 비웠어요. 뒤늦게 사춘기가 온 것처럼 머리가 복잡했거든요. 전과, 복수전공, 교환학생, 유학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았어요. 그런데 뾰족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학교를 관두고 다른 학교에 입학하는 것 말고는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단순히 공부 투정인 줄 아셨다가, 계속 휴학한다고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셨어요. 그때부터 같이 대화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습니다.”

선후배, 지인 중에 생명공학, 제약, 바이오산업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고등학교 선배, 친구들, 가족의 지인 등 관련 전공자 또는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을 5명 정도 만나봤어요. 배우는 과목이나 업무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생명의약분석과(현, 바이오의약분석과)에서 공부했을 때 박씨의 노트. /박진서씨 제공

2017년 학교를 자퇴하고, 2018년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생명의약분석과(현, 바이오의약분석과)로 재입학했다. “지인이 추천해줬어요. 다시 수능을 치를 필요가 없고, 고등학교 성적과 면접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도 면밀히 살폈는데, 이론보다는 실험과 실습이 위주라는 점도 맘에 들었습니다.”

학교를 옮기면서 스스로 한 약속은 하나.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대학교 3학년이 될 때, 저는 다시 1학년이 된 거잖아요. 조바심이 났어요. 더군다나 부모님을 제외하고, 다른 친척에겐 대학을 옮긴 사실을 말하지도 않았어요. 특히 사범대 다니는 걸 자랑스러워하셨던 할아버지께는 꽁꽁 숨겼죠. 2년 뒤 취업 소식까지 알리지 않으면 크게 실망하실 것만 같았어요.”

한국폴리텍대학 재학 시절 홍보영상에 등장했던 박진서씨. /더비비드

막상 학교에서 원하던 공부를 하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세포 배양, 미생물 분석 등 개인 프로젝트 주제를 정했어요. 개인 프로젝트는 졸업 때까지 교수님과 함께 이어가고, 학과 수업 시간에는 기본적인 실험 도구 다루는 법부터 생명과학,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이론 공부를 병행했죠. 고3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요. 매일 기숙사와 교실, 실험실을 오갔는데 지치지 않더군요.”

박 씨가 선택한 프로젝트는 ‘세포 배양’이었다.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주(계속 분열과 증식을 하는 배양 세포의 일종)를 만드는 실험이었어요. 바이오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 때, 항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항체가 만들어진 동물의 면역기관을 일부 떼어내 잘게 부숴서 암 세포와 붙여요. 그러면 코로나19 항체가 암세포에 붙어 빠르게 증식하는 거죠.”

◇잘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 선택한 결과

직장인이 된 후 등산, 스키 등 취미를 맘껏 즐기는 박진서씨. /본인 제공

2019년,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2학년 2학기부터는 산학 인턴으로 원하는 기업에 지원해 학교 수업 대신 인턴을 할 수 있어요. 인턴 생활 중 좋은 평가를 받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요. 가장 취업을 빨리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겨울방학에는 각종 영어 시험을 준비했다. “선배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조언 중 하나가 영어 성적을 따두라는 것이었어요. 단순히 취업을 위한 정량적인 스펙이라기 보다, 실제로 업무에서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더군요. 외국 고객사가 많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문서들, 연구 논문들이 대부분 영어니까요. 우선 방학 때 토익 830, 오픽(외국어말하기평가) IM2까지 따뒀어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지원하려면 교수 추천서가 필요했다. “학점 3.5 이상, 영어 성적 보유자를 기준으로 추천서를 적어주셨어요. 다행히 기준을 충족해 추천서를 받고 면접에 집중했죠.”

면접을 위해 그간 진행한 실험을 완전히 내 것으로 체화했다. “동기, 선후배와 짝을 지어 각자의 실험을 설명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여러 번 복기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동일한 장비로 실습했다는 점, 직접 실험한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봤다는 점이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원증을 들고 웃어보이고 있는 박진서씨. /더비비드

2019년 2학기 산학 인턴을 마치고, 2020년 1월 1일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구개발 직원이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이다. “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뉘어요. 합성의약품은 두통약처럼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알약 형태로, 화학 물질을 합성해 만든 약이죠.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대량 생산한 의약품입니다. 항암치료제, 백신, 유전자치료제 등이 있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체 공정이 없거나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제약회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개발(CDO)하거나 위탁 생산(CMO)한다. “현재 재직하고 있는 부서는 ‘MSAT’라는 부서입니다. 의약품 생산을 의뢰한 고객사의 요청대로 생산시설에 맞게 기술을 이전하고, 생산 최적화를 위한 여러 실험을 진행하는 부서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정제’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요. 정제는 의약품 생산을 위해 배양하던 세포에 포함된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인데요. 쉽게 말해 필터로 미생물을 걸러내 의약품의 순도를 높인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여러 정제법을 반복적으로 실험해보고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맡고 있어요. 상업용 생산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죠.”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를 때, 하고 싶은 걸 선택하라고 당부했다. “하고 싶은 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재미있어요. 습득 속도 역시 빠르죠. 반면 잘하는 분야여도 흥미가 없으면 갖고 있던 능력이 퇴화하더라고요. 스스로 판단했을 때 확신이 든다면 그게 정답입니다. 주변의 조언과 다르다고 망설이지 마세요.”

/더비비드 X 한국폴리텍대학 공동기획
김영리 에디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