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에 구로경찰서, '월세 3억'내고 들어간 까닭
[땅집고] “테크노마트에서 핸드폰 훔쳤다간 바로 구로경찰서 잡혀가겠네요?ㅋㅋ”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도둑이 없는 이유’라는 제목이 붙은 게시글이 네티즌들 눈길을 끌고 있다. 함께 첨부된 사진을 보면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판매한 상인들이 대거 입주해있는 것으로 유명한 테크노마트 건물 5층에 구로경찰서가 입주해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 점을 두고 나온 우스갯소리인 것. 대체 어쩌다가 경찰서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테크노마트 건물에 둥지를 틀게 된걸까.
당초 서울 구로구 구로2동에 구로구청과 맞붙어있던 구로경찰서. 총 6386㎡ 대지에 건물 3개동이 1982년 준공했다. 관할 인구는 39만여명으로 서울시의 4.1%며, 총 5개의 지구대(신구로, 오류, 구일, 고척, 개봉)와 3개의 파출소(천왕, 구로3, 가리봉)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구로경찰서 건물이 지어진지 40년이 넘어가면서 재건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건물이 워낙 낡다 보니 화장실이나 수도권이 종종 막히는 데다, 냉난방도 잘 되지 않고 조사실도 부족해 업무에 악영향을 줬던 것. 2014년에는 안전진단 결과 더이상 구로경찰서를 방치할 경우 붕괴할 수 있어 보수가 시급하다는 의미인 D등급을 받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구로경찰서 신축 공사를 결정했다. 매년 경찰서를 신축하기 위한 예산으로 3000억원 정도가 편성되고, 7개 정도의 경찰서가 신축 대상에 포함된다. 신축 대상 선정 기준은 ▲건물 연식 30년 이상 ▲건물 안전 등급 D등급 이하 ▲인원대비 협소도 60% 이상 등이다. 구로경찰서가 이런 기준을 모두 충족할 정도로 낡아 재건축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 동안 구로경찰서 근무자들이 임시로 근무할 공간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총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국가기관이 입주할 수 있는 토지용도여야 해서 조건이 까다로웠던 것. 구로경찰서는 2022년 봄까지만 해도 마땅한 건물을 발견하지 못해 관할인 구로구가 아닌 금천구에 있는 빌딩 2군데에 나눠서 입주하는 방안도 고려했는데, 내부 직원들 의견을 취합하는 사이에 민간 기업에 입주 기회를 뺏기기도 했다.
그러다 인근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곳에 임시 둥지를 틀기로 결정했다. 구로경찰서는 이 공간을 공공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한 뒤 2022년 12월 이사를 마치고, 지난해 1월부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은 2025년 4월 10일까지며 월 임대료로 3억원 정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경찰서가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에 입주해있는 희한한(?) 광경을 본 사람들은 “테크노마트에서 전자제품을 훔치면 바로 5층 구로경찰서로 연행되는 것 아니냐”, “이제 테크노마트에서 절도나 사기죄는 찾아볼 수 없겠다”는 등 농담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찰은 매우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구로경찰서가 아닌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관할하는 신구로지구대에서 우선 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구로경찰서 외에도 낡은 경찰서 건물을 재건축하면서 임시 청사로 독특한 건물을 선택한 사례가 여럿 있다. 재건축하려면 정부 예산을 받아야 해서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에 한계가 있는 데다 경찰서라는 특성 때문에 건물을 고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독특한 공간에 입주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 것. 임시청사 조건으로는 약 1000명 경찰들이 평균 3년인 재건축 기간 동안 일할 넓은 공간을 갖췄으면서 일반 민원을 다루는 곳과 수사 공간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유치장도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느라 현재 신축 청사를 한창 짓고 있는 종로경찰서의 경우 종로구 공평동 SM면세점 건물을 임시 청사로 쓰는 중이고, 성북구 종암경찰서는 2022년 말 폐업한 ‘24시 월곡건강랜드’ 찜질방 건물에 둥지를 틀게 됐다. 강서경찰서의 경우 2020년 새 청사를 완공하기까지 양천구 신월동의 한 웨딩홀 건물을 임시로 사용했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