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먹기 아닌 '새로운 창세기전'" 라인게임즈 창세기전 시리즈 인터뷰

조회수 2023. 11. 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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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인게임즈로부터 퀀텀나이츠의 개발이 중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직전 테스트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있지만, 라인게임즈가 부진으로 더 이상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리고 게이머들의 눈은 라인게임즈의 차기작 '창세기전'으로 향했다.

라인게임즈가 만드는 창세기전은 지난 9월 12월 출시를 천명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하, 회색의 잔영)', 지난 10월 4일 깜짝 발표된 모바일 게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이하, 아수라 프로젝트)'의 두 작품.

위에서부터 '회색의 잔영', '아수라 프로젝트'

'회색의 잔영'은 2021년 LPG에서 실제 게임 플레이 빌드를 공개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발매가 연기되고 그간 정보 공개도 없어 '베이퍼 웨어'라 부르는 게이머가 생길 정도였고, 그런 상황에서 공개된 '아수라 프로젝트'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콘솔은 접고 결국 모바일이냐,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두 작품의 인터뷰가 결정됐을 때 기자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기대보다는 '좋은 이야기가 나오긴 할까?'하는 우려가 더 컸다. 근심을 안고 찾은 라인게임즈에서, 기자는 창세기전의 부활을 목도했다. '회색의 잔영'과 '아수라 프로젝트'는 창세기전이라는 이름값에만 매달리는 게임이 아닌, 창세기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출사표 같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안타라스팀'이 있었다.

안타라스팀과 개발팀의 관계도.

'안타라스팀'은 라인게임즈에서 창세기전 IP와 관련된 모든 것을 총괄하는 팀이다. 과거 소프트맥스에서 창세기전 시리즈의 그래픽팀 팀장을 역임했던 이경진 디렉터가 이끌고 있으며, 창세기전과 관련된 모든 리소스를 모으고 정리해 창세기전 시리즈 전개 계획을 잡고, 개발팀은 게임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각종 리소스 제공 및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개발 리소스는 단순히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설정 구멍을 채우고, 필요하면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해 창세기전 전체 이야기를 게임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원작에도 참여한 이래연 작가를 섭외해 세계관과 설정 정리, 캐릭터 대사를 담은 대본을 작성하고, 설정만 있고 실제로 표현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출 구도나 배경이 되는 지역 등을 채워 넣은 개발요청서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음악 작곡과 캐릭터에 맞는 성우 캐스팅, 홍보용 일러스트와 PV 제작도 관리한다.

안타리아팀은 각기 다른 개발사가 만드는 창세기전의 통일감을 제공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회색의 잔영'을 만드는 레그스튜디오, '아수라 프로젝트'의 미어캣게임즈가 서로 리소스를 공유해 캐릭터의 성격이나 음성 대사, 창세기전 세계관에 특징적으로 나오는 배경 등이 어긋나지 않도록 하면서 각 작품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작업사례를 도식화한 PPT. 레그스튜디오와의 협업에서는 안타리아팀도 창세기전 게임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를 제작하는 동시에 게임 개발 지원이 이뤄졌다. 그 뒤에 시작된 미어캣게임즈와의 협업에서는 레그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리소스에 카툰렌더링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와 배경 표현 지원, 독자적인 세계관과 신규 스토리 리소스가 제공됐다.

이경진 디렉터는 안타리아팀의 최종 목표가 '창세기전의 모든 이야기를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라인게임즈의 창세기전이 단순히 IP의 재활용이 아닌 창세기전 시리즈의 부활, 그리고 새로운 출발로 다가온 이유다.

11월 2일 라인게임즈 2층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된 공동 인터뷰에는 안타라스팀 이경진 디렉터와 함께 '회색의 잔영'을 개발하는 레그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아수라 프로젝트'를 만드는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디렉터가 자리했다.

- '회색의 잔영', '아수라 프로젝트' 이후 다음 리메이크를 기획 중인 창세기전은 무엇인가?

이경진: '회색의 잔영'과 '아수라 프로젝트'는 초반에는 창세기전2 시점의 이야기를 다루며 비슷하게 나아간다. 지난 2016년 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는 창세기전3 리메이크 이야기도 있었고 그 다음 작품인 서풍의 광시곡도 거론되는데, 현재 3편은 대본 작성이 완료됐으며 서풍의 광시곡은 작업 중이다. 템페스트, 창세기전3 파트2도 대략적인 정리를 끝내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준비 중이다. 창세기전은 모든 시리즈의 이야기가 이어져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 앞에 나온 게임을 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할 수 있는데, 대본을 작성할 시에 앞에 나온 게임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작업 중이다.

- 오래된 IP를 수년만에 작업하면 리소스 찾기가 어렵다. 소실된 부분도 분명 있으리라는 생각인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가?

이경진: 소프트맥스가 사라진 후 회사에 있던 모든 하드디스크를 가져왔다. 차로 2대 분량이었는데, 이걸 다 뒤져서 모든 리소스를 찾아내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원작을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며 모든 전투 장면, 이벤트씬을 기록하고, 모두 이어 붙여서 하나의 큰 지도에 적 배치나 배경 배치가 보일 수 있도록 했다. BGM은 원작에 수록된 것은 물론 당시 작업 중이던 것까지 찾았다. 고유명사 표기에 있어 오기도 바로잡았고, 창세기전1과 창세기전2 사이에 바뀌었던 부분도 정리했다. 이렇게 모든 리소스를 찾고 분석했으며, 이를 모두 문서화해 레그스튜디오, 미어캣게임즈가 창세기전 IP로 게임을 제작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자료를 만드는 3개월 간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 창세기전1, 창세기전2, 창세기전3, 창세기전3 파트2, 서풍의 광시곡, 템페스트 외에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나온 창세기전 시리즈도 존재한다. 안타리아팀에서 관리하는 창세기전 IP는 어떤 작품까지인지 궁금하다.

이경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나온 창세기전은 대표적으로 라인게임즈에서 출시한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 소프트맥스에서 만들던 창세기전4가 있을 텐데, 각각 세계지기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크로우너츠 같은 별개의 설정이 존재한다. 이는 확인을 거쳐 설정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들은 바꾸거나 정리했다. 피처폰 시절 창세기전 게임들도 따로 구해서 이야기를 확인했으며, 현재 개발 중인 게임에 필요한 내용이라면 반영하기도 했다. 창세기전2의 등장인물 '크로우'를 집중 조명한 '창세기전 외전 크로우'의 이야기는 '회색의 잔영'에도 각색을 거쳐 많이 반영됐다.

이외에 엔드림에서 2015년 말즈음 소프트맥스와 계약해 만들어 출시한 안타리아의 전쟁처럼 우리가 자료를 정리하기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은 관여하지 않았다. 우리가 관여하기 시작한 건 2018년 출시된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 이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때도 설정적인 부분을 제공하고 내용 검수를 하는 정도였다. 그 이후에 나온 것들은 다 관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창세기전 IP의 게임이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동시기에 나온다. 두 작품의 포지션은 어떻게 되는가?

이세민: 창세기전 IP를 알리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콘솔판은 접근성 면에서 취약하다. 동시에 출시하자고 노린 것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좋은 모바일판이 같이 나오는 덕분에 IP를 더 쉽게 알릴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결과가 좋다면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 본다.

남기룡: '아수라 프로젝트'는 2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는데, 공교롭게 함께 출시하게 됐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것이 저변 확대나 마케팅 측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다. '회색의 잔영'은 완결이 있는 콘솔게임으로서의 재미가 있고, '아수라 프로젝트'는 경쟁, 소셜처럼 모바일판 만의 재미가 있다. 또,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창세기전을 계속 좋아하고 애정을 갖게끔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각자의 재미가 있으니 모두 즐겨 주시면 좋겠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에 가능한 여러 콘텐츠를 준비한 '아수라 프로젝트'

이경진: 창세기전 관련 게임은 이야기가 모두 이어져 있고, 이게 다 나와야 온전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하나의 개발사에서만 개발을 진행하면 게임이 늦게 나오고 이야기 진행 속도도 더디다. 세계관도 방대한데 작품 출시 간격까지 길어지면 이야기가 잊힐 수도 있다. 이것이 콘솔판과 라이브 서비스판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 이유다.

앞으로 '아수라 프로젝트'를 통해 창세기전2의 내용을 포함해 이후 시리즈의 이야기, 그리고 완전 새로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며, 일정 시점마다 '회색의 잔영' 같은 완결 작품이 나오는 식으로 병행하려고 한다. 단순히 IP를 다양한 플랫폼으로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봤을 때도 우리의 계획이 제대로 보이도록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 안타리아팀이 구성된 시기, 작업 내용을 들어보면 창세기전 프로젝트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추후 나올 게임들은 지금보다 빠르게 출시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해도 될까?

이경진: 그렇다. 자료를 정리한 건 레그스튜디오가 생길 무렵인 6년 전부터다. 당시 나는 IP 담당자로 일했고, 이 당시 자료 정리의 큰 틀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 창세기전 시리즈 정리를 마무리하고, 또 2년 뒤에는 안타리아팀이 구성됐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창세기전3와 서풍의 광시곡 대본 작업은 거의 완료됐고, 게임 내용의 절반 이상이 영상이라 정말 정리가 어려웠던 템페스트도 마무리가 됐다. 어떤 내용을 살리고 버릴 지에 대한 정리는 이미 끝났기에 향후 개발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빠를 거다. 바람이 있다면 개발사에서 팀을 좀 더 늘려 1년에 하나씩 창세기전이 나오는 것이다. 24년은 너무 빠르고, 25년부터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소프트맥스 시절에는 매년 12월 게임이 나왔는데 그런 속도를 생각하고 있다. 중학생 때 시작한 게임의 후속작을 고등학생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연단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세민: '회색의 잔영'은 처음엔 유니티 엔진에 닌텐도 3DS 게임이었고, 다음엔 플랫폼을 닌텐도 스위치로 바꿨다가, 나중엔 좀 더 제대로 해보자며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했다. 보통 이런 케이스면 사용 엔진이 달라졌으니 팀을 해체하고 인력을 새로 세팅하는데, 라인게임즈는 기존 인력이 충분히 R&D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사업적으로는 이례적인 결정이었지만, 창세기전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열심히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언리얼을 다룰 수 있는 인력도 충분히 모였다.

'회색의 잔영'이 실체화된 건 첫 PV를 공개한 시점이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만드는 창세기전 리메이크 작품이 어떤 것인지 모두에게 보여줬다. 당시만 해도 닌텐도 스위치가 휴대기기 중에서는 중상위권 성능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언리얼 엔진을 써서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잘 만들고 싶어 연구를 거듭하고 최적화도 진행했다. 창세기전2 원작의 규모가 워낙 크기도 해서 개발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안타리아팀이 준비해준 것이 있어 어떤 작품으로 만들지 결정하고 기간과 비용을 논의하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이 다음 프로젝트는 더 빠르게 내고 싶다.

2021년 첫 공개 이후 많은 개선이 이뤄진 '회색의 잔영'. 이세민 디렉터는 고정 30프레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경진: '회색의 잔영'은 개발 엔진을 만든다는 것에 초점을 둔 것도 있어 오래 걸린 것도 있다.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 만들기 시작한 '아수라 프로젝트'는 훨씬 빠르게 개발됐는데, 추후 콘솔 차기작 역시 훨씬 빠른 속도로 작업할 환경이 구축됐다는 생각이다.

- 출시가 멀지 않았다. 새로운 창세기전을 기다리는 플레이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이세민: 창세기전을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소프트맥스 재직 시절부터 했다. 여러 상황 상 할 수가 없었는데, 소프트맥스를 관두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 우연한 기회로 이 팀에 합류하게 됐고 디렉터가 됐다. 세상 사는 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하게 된 거 플레이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것,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만한 것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창세기전2 원작이 나온 지도 26년, 27년쯤 됐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2개월만 더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 끝까지 잘 하겠다.

남기룡: 오래 전 창세기전을 즐겼던 팬이었는데, 지금은 창세기전을 개발하게 됐다. 내가 그 시절 정말 좋아했던 캐릭터와 설정, 이야기를 온전하게 모바일에서도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모바일 게임이라 과금이 없을 수는 없지만, 무과금으로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감성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회색의 잔영'에서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즐겨 주시고, '아수라 프로젝트'에서는 좀 더 편하게 창세기전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겨 주시면 좋겠다.

이경진: 사실 젊을 적에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많이 플레이해보진 않았다. 집에 고이 모셔 놓기만 했다. 그러다 창세기전 시리즈를 정리하면서 전작을 전부 플레이하고 이야기를 점검하면서, 창세기전 시리즈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창세기전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타리아팀에서 정리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꼭 보여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새로운 창세기전을 꼭 즐겨 주시길 바란다.

왼쪽부터 레그스튜디오 이세민 디렉터, 라인게임즈 안타리아팀 이경진 디렉터, 미어캣게임즈 남기룡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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