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기름을 뽑는다고? 일단 심어”…무럭무럭 자란다는 식물계의 반도체 [떴다 상사맨]
LX인터내셔널은 2009년 인도네시아 팜농장(PT PAM)을 인수하며 팜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팜농장 두 개(PT GUM, PT TBSM)를 추가 인수하며 총 3곳을 운영 중입니다. 비정제 팜유 기준 연간 20만t가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접두사 PT는 주식회사를 의미합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국내 정유사와 연간 4만t 규모의 팜잔사유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팜잔사유는 팜오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팜나무 식재 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SAF의 원료가 되는 팜폐유 등 팜유 기반 원료 트레이딩 기회도 추가적으로 지속 모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1년 인도네시아 파푸아섬에서 농장(PT BIA) 개발을 시작해 2016년부터 팜유 상업생산을 개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비정제 팜유 기준 역대 최대인 20만8000t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해 관련 매출이 1억6360만달러로 영업이익은 5256만달러에 달합니다. 영업이익률이 32%인데 올해 초호황이라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전망이 34.9%입니다.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이른바 ‘식물성 반도체’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파푸아 팜농장은 서울시 면적 절반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심어진 팜나무는 347만그루로 현지 직원만 약 3600명에 달합니다. 농장 내에만 유치원·초등학교 각각 3개와 2개의 중학교가 있는데 총 학생 수가 1130여 명에 이른다고 하네요.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GS칼텍스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팜유 정제공장을 건설해 내년 상반기 상업생산에 돌입합니다”라며 “팜농장에서 생산되는 비정제 팜유의 부가가치를 높일 예정이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팜 가치사슬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팜농장의 세계적인 기원은 어떻게 될까요. 사실 팜나무 원산지는 서부 아프리카로 인도네사아 자생종이 아닙니다. 다만 팜나무 생장에 필요한 최적온도(섭씨 24~28도)와 적정 강수량을 갖췄죠. 이에 19~20세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식민지에 농장을 세웠습니다. 현재 전 세계 팜유 최대 생산국은 인도네시아로 점유율이 60%가량이며 인근 말레이시아와 합치면 글로벌 생산량의 80%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의 산물이지만 팜유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산업기반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경유에 팜오일 기반 바이오디젤 35%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40%로 올린다고 하네요.
한국의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은 현재 4%로 2030년 8% 수준까지 상향될 예정입니다. 팜유는 온도가 내려가면 굳는 문제가 있다네요. 겨울이 있는 한국에서는 기술적인 해결이 있기 전까지 무작정 비율을 높일 수 없는 점이죠.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팜농장에 부적합 곳으로 알려진 술라웨시섬에도 팜나무가 온 사방에 자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생종이 아니니 인간이 인위적으로 심은 나무이죠.
현지 주재 종합상사 관계자는 “술라웨시섬의 팜나무는 팜유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팜열매를 수확하지 않습니다”라며 “토지 보상에서 높은 값을 받기 위해 땅 주인이 심은 나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도 개발 계획이 알려지면 토지 주인이 과실 나무를 심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 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똑같나 봅니다.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은 정해진 미래죠. 팜유 기반의 바이오 연료도 주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래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열대우림서 오늘도 땀 흘리는 상사맨을 응원합니다.
짧은 요약
1. 국내 대기업 종합상사는 인도네시아 팜농장을 운영 중
2. 탄소 중립 연료 확대를 앞두고 미래가 유망
3. 지난해 영업이익률 32%를 기록해 올해 반도체 호황에 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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