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이공계 여학생 찾아”…불공정 논란에도 ‘女정원제’ 확산하는 日이공계대학들
“다양한 발상 지닌 사람들 모여야 혁신 창출로 이어져”
“기업들도 여성의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女인재 요구”
‘특별한 계기 필요’vs‘시대와 안맞아’… 찬반도 분분
대학 입시에서 여자대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학생 정원제’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일이 일본의 이공계 대학에서 확대 추세에 있다. 이공계 진학을 목표로 하는 남학생 등 일각에서는 성별에 따라 입시 정원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불공정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대학 측은 이공계 분야에서 최소한의 여성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고육책이란 입장이다.
21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공업대학은 오는 2025년 4월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전체 단과대를 대상으로 여학생 정원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우선 4개 단과대에서 종합형·학교추천전형을 통해 58명을 여학생 정원제로 선발하는 것을 통해 제도를 부분 도입한다. 이후 2025년에는 전체 6개 단과대에서 143명을 이같은 제도로 뽑는다. 다만 여학생 지원자가 정원제의 규모 이하일 경우, 일반 전형으로 신입생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도쿄공대의 신입생 정원은 1028명이다. 도쿄공대의 학사 과정 여학생은 지난해 5월 기준 전체 학생의 13% 정도였다. 이번에 여성 정원제를 설치함으로써 향후 2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그만큼 일반 정원으로 선발되는 학생 수는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무라 쥰이치(井村順一) 도쿄공대 부총장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비슷한 멤버들이 모여봤자 비슷한 발상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장래에는 세계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별을 달리하는 것을 비롯해 이런저런 발상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향후 이노베이션(혁신)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여학생 정원제를 실시하는 것은 다른 지역 이공계 대학도 마찬가지다. 나고야(名古屋)대는 올해 4월 입학자부터 공학부의 학교추천전형에서 9명의 여학생 정원을 설치했다. 또 시마네(島根)대, 도야마(富山)대에서도 올해 신입생부터 여학생 정원제가 도입됐다. 미야자키 세이치(宮崎誠一) 나고야대 공학연구과장은 "모노즈쿠리(物作り, 장인과 같은 전문적인 물건 만들기) 등의 현장에서는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의 니즈(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발상이 필요하다"며 "기업으로부터 ‘이공계 여학생을 원한다’는 요청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이공계 분야의 여학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2021년 일본 내각부의 ‘남녀공동참획백서’에 따르면 각 계열별 전체 대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약학·간호학 등이 70%였던 것에 반해 공학은 15.7%, 이학은 27.8%였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에서 이공계에 진학하는 여학생이 많이 않은 것은 ‘여성은 이학이나 수학계열을 잘 하지 못한다’는 무의식적 편견이 하나의 이유였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각 이공계 대학이 ‘여학생 모시기’에 나선 것에 대해 찬반도 분분하다. 한 도쿄공대 대학원생은 "특별한 계기를 만들지 않으면 여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목표로 하기 어려워진다"며 찬성의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도쿄의치과대의 한 1학년 남학생은 "성평등을 내세우는 지금의 풍조와는 맞지 않는다"며 여학생 정원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도쿄대 명예교수는 "미국 대학에서는 입시에 임하는 학생들의 출신계층, 인종, 국적, 성별 등의 균형을 감안해서 다양성이 있는 캠퍼스를 의도적으로 구성한다"며 "그로 인해서 대학의 퍼포먼스(성과)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학생 정원제는 한시적인 시스템이고, 그 사이 대입을 치르는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성들이 장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져 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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