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값 못 잡은 정부…靑 고위공직자 ‘똘똘한 한 채’ 평균 2억 뛰었다
규제는 실수요자에 집중…정책 책임자는 ‘핵심지 상승 수혜’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정부가 지난해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한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자 대상의 대출·실거주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정책 설계자들의 자산 가치는 빠르게 증식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과 정책 신뢰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공직윤리시스템에 신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청와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와 배우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2025년 6월부터 올해 1월16일(KB부동산 기준)까지 해당 주택들의 시세는 평균 9.7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상승액은 2억106만원에 달했으며, 조사 대상 가운데 집값이 하락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수도권에 위치한 아파트를 보유한(일부 지분 포함) 인원은 총 26명(28건)이다. 이 가운데 11명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성동구, 용산구 등 서울 핵심 주거지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과 강유정 대변인은 각각 중구·성동구와 서초구·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수도권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 폭이 가장 큰 공직자는 이태형 민정비서관이다. 이 비서관이 보유한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전용 160.74㎡ 아파트 시세는 8개월 만에 5억9000만원(15.73%) 올랐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파크타운(삼익·롯데·대림) 전용 101.91㎡ 아파트도 같은 기간 28.25% 오르면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위 공직자가 합법적으로 자산을 쌓아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재직 중 시세차익을 실현했거나,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사례가 아닌 이상 정당한 재산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 정책 책임자들이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설득력과 공정성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고위 공직자가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들이 설계한 정책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게 공정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 잡는다더니…정책 책임자는 안전지대?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27,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1주택자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의 진입은 사실상 차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고위 공직자들이 이미 보유한 핵심지 주택의 자산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은 최근 불거진 1주택자 보유세 강화 논의로도 이어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월16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한 채라도 20억원, 30억원, 40억원 등 구간을 촘촘히 해 보유세를 정교하게 적용하자는 제안이 있다"며 과표 구간 세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21일 세제 활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집값 상승세가 과열되면 보유세 인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고위 공직자들의 고가 주택 보유는 허용되면서, 이후 시장에 진입하려는 실수요자에게만 강한 규제를 적용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 결정자들의 자산 구조가 핵심지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오히려 강화하는 신호로 작용할 경우, 투기심리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아파트 시세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통령 내외가 공동명의로 보유한 양지마을1단지 금호 전용 164.25㎡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6월 23억5000만원에서 1월16일 기준 28억7500만원으로 22.34% 올랐다. 대통령 내외는 1998년 이 아파트를 3억6600만원에 매입했는데, 2024년 11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되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중앙부처 장차관도 '집값 수혜'…본인·배우자 소유 수도권 아파트, 평균 1.6억 올라
중앙부처를 이끄는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보유한 아파트 역시 집값 상승 국면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시사저널이 공직윤리시스템에 신고된 재산 내역과 국회에 제출된 장관 인사청문요청안을 바탕으로 19개 중앙부처 장차관 및 배우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2025년 6월부터 올해 1월26일(KB부동산 기준)까지 해당 주택의 시세는 평균 1억5941만원(7.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 중 집값이 하락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장차관 공직자들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전체 조사 대상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인물은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범 해수부 1차관이다. 김 차관이 보유한 서울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전용 84.92㎡ 아파트는 약 7개월 만에 시세가 6억원 오르며 상승률 36.9%로 1위를 기록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보유한 아파트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한 장관은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51㎡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단지는 최근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46억원이던 시세는 올해 1월 54억7500만원으로 8억7500만원 상승했다.
장차관급 공직자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의 아파트를 보유한 인물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다. 이 차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용 106.22㎡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주택의 시세는 약 57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중앙부처 장차관 가운데 본인 또는 배우자가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례는 총 29건(27명)이다. 이 중 10명(37%)은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용산구·성동구에 위치한 아파트 보유 비중도 14%(4명)에 달했다.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강남구·동대문구)과 김남중 통일부 차관(도봉구·부천시 원미구)은 수도권에 2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분류됐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각각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안양시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으나, 세부 재산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시세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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