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진 신장, 생각·생활습관 바꾸면 치유될 수 있다” [건강한겨레]

‘나빠진 신장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5월28일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열린 ‘자연드림 신장건강 생활치유 프로그램 1차 성과보고회’에서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신장 기능이 호전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목소리들이 계속 이어졌다. 3·4·5단계 신장병 환자들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사구체 여과율(eGFR)이 높아진 사례와 투석 횟수를 줄인 경험이 공유되면서, 생활습관 변화가 신장 건강 회복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구체적 사례로 드러난 것이다.
‘자연드림 신장건강 생활치유 프로그램’은 인라이프케어이종협동조합연합회가 주최하고 자연드림유기농치유연구재단, 항암생활연구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약물이나 의료행위가 아닌 채식 중심 식단, 간헐적 단식, 매일 아침 맨발 걷기, 하루 두 차례 사우나, 규칙적인 수면과 혈압·혈당·소변량 기록 등을 통해 신장 기능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1차 프로그램은 4월13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4월23일부터 시작됐다. 현재 1차 프로그램 참가자는 6명으로,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 5명, 1개월 집중치유 뒤 재택치유를 택한 사람이 1명이다. 2차 프로그램은 4월30일 모집을 시작해 5월 12일부터 6명이 집중치유를 받고 있다. 이번 성과발표회에는 1차 참가자 중 1개월 이상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세 사람이 참석했다.

“병원 치료 대신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힘 보태는 새로운 치료 축”
성과로 본 참가자의 3가지 유형
두 번째는 ‘악화 단계에서 회복되기 시작한 유형’이다. 이미 3·4단계까지 악화돼 투석 전 단계에 있던 환자들이 여과율 수치를 한 단계 개선한 사례다. 이들은 오랫동안 고혈압 약이나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 왔지만, 신장의 남은 정상 사구체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기능을 온전하게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사구체 여과율이 상위단계로 개선된 경우다.
세 번째는 ‘만성신장병이 회복되기 시작한 유형’이다. 사구체 여과율이 5단계에 해당하는 15 가까이 떨어져 투석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 중에서, 투석 횟수를 줄이면서 신장 수치와 소변량이 개선된 사례다. 이 유형은 환자가 병원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일상 활동의 범위를 넓혀 가는 사례들이다.
첫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이주영(65)씨는 간호사 출신이다. 그는 8년 전 아들에게 신장을 기증한 뒤, ‘신장은 한 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신장을 이식 받은 아들 강희승(32)씨의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동시에 본인의 여과율도 서서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도, 아이도 더 나빠지면 답이 없다”는 절망감을 안고 있었다고 한다.

만성질환 단계서 2단계로 개선
이씨는 괴산 자연드림파크 치유학교에 입소한 뒤 하루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에는 맨발로 흙과 잔디를 밟으며 파크 산책로를 걷는다. 그는 “60평생 살면서 맨발 걷기가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식사 시간에는 채식 중심 식단이 준비된다. 일정 시간은 아예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다. 그 사이에는 운동을 하고 하루 두 차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며 노폐물을 배출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런 생활은 그의 신장 기능 수치 변화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참여 당시 이주영 씨의 사구체 여과율은 58. 만성 신장병 3단계 진단 기준선(59) 바로 아래였다. 그러나 괴산에서 한 달을 보내는 동안 그의 여과율은 60을 넘어 72까지 올라갔다. 신장 공여자로 신장이 하나뿐인 이주영씨가 느낀 안도감은 매우 컸다.
이에 따라 신장을 기증받은 아들 강희승씨도 제 1기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강씨 또한 프로그램 참여 뒤 혈당과 혈압이 안정돼 갔다. 강씨는 신장 이식 수술 뒤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 부작용으로 혈당이 200~300을 오르내리며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들이 프로그램 참여 뒤 인슐린을 끊고도 혈당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프로그램이 예전부터 있었다면, 우리 같은 신장병 환자들이 이렇게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안도와 아쉬움이 함께 묻어났다.

140대인 혈압도 정상 범위로 낮아져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 치유학교에 입소한 뒤 김씨가 가장 놀랐던 것은 생활이 바뀌었을 뿐인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시작 후 6일이 지났을 때, 그는 자신의 혈압 수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입소 전 148㎜Hg까지 치솟던 수축기 혈압이 120㎜Hg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혈압이 첫날보다 쭉쭉 내려와서 너무 놀랐다”며 “프로그램에서 안내해 준 대로 식단과 운동, 수면을 지키니까 몸이 정말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여기에 온 지 2주 만에 혈압약을 끊었고, 콜레스테롤 약도 끊었다.”
신장 기능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사구체 여과율 16으로 시작한 김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여과율이 23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17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상승 곡선’이었다. 약물 복용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주 3회 투석 받다 주 1회로 줄어
괴산 요양병원과 자연드림파크를 오가며 시작된 생활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변화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입소 직후까지도 일주일에 3번 받던 투석을 그는 “입소한 지 2주 차에 드렁서면서 의료진과 상의한 뒤 주 2회로 줄였다.”
주 2회로 줄인 뒤에도 걱정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부종과 근육통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투석하고 나면 집에 와서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은 투석 뒤에도 몸이 훨씬 가볍다”고 말했다. 곽씨는 5주 차에 들어서면서는 다시 투석을 1주일에 한번 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그의 소변량 변화는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소 전 곽씨의 하루 소변량은 100~150㎖에 불과했다.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소변량 감소는 신장 기능 저하의 대표적인 신호이자, 앞으로 더 잦은 투석과 합병증을 예고하는 징후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그의 소변량은 300㎖ 수준으로 늘어났다.
곽씨는 이제는 “신장병이 ‘낫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처음 프로그램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의 바람은 ‘주 3회 투석을 주 2회로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활이 달라지고, 몸이 가벼워지고, 수치와 증상이 안정되는 경험을 거치면서 그의 꿈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특효약이 아니라 생활 습관과 운동 유지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
김 박사는 “집중치유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될 뿐 아니라,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며 “더욱이 그 프로그램을 옆에서 누군가가 같이 동행해 준다는 사실이 큰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집중치유 프로그램을 한달 동안 하는 이유는 이후 집에 가서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면서 “집에서 진행할 경우에도 카톡 등 온라인으로 계속 소통하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발표회는 ‘손상된 신장은 되돌릴 수 없다’는 고정관념 속에서도, 생활습관 의학에 기반한 치유 시도가 신장 기능 개선과 환자의 삶의 질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치와 증언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유재단과 라케연합회는 올해 3·4차 참가자를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신장병 환자들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건강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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