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내렸는데 은행 대출금리가 왜 올라?

정남구 기자 2024. 10.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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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금리 인하의 양면성
10월 금통위, 21개월 만에 0.25%p↓
시장금리는 이미 더 큰 폭 하락
여권, ‘경기부양’ 노린 인하 압박
한은, ‘빚내서 자산 투자’ 거품 우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폭락한 채 장을 마친 지난 8월5일 서울 여의도 케이비(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0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내렸다. 2023년 1월 3.5%로 올린 뒤 계속 동결해온 기준금리를 1년9개월 만에 내린 것이다.

나흘 뒤 은행연합회는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8월(3.36%)보다 0.04%포인트 높은 3.40%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해당 월에 예·적금 등으로 새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들인 비용(이자율)이 얼마인지를 나타낸다. 은행은 이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으로 삼는다. 코픽스의 상승으로 10월16일 이후 가계대출의 금리가 오르게 되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금융기관 간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을 조정하는 콜시장의 초단기금리(콜금리)가 그 정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은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파는 등의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바꾸면, 콜금리와 함께 다른 시장금리들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10월15일 공시한 코픽스는 9월 중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을 받기 전의 것이다. 따라서 관심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뒤 코픽스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자금 조달의 시차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올해 들어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1월에 4.0%이던 것이 올해 5월 3.56%까지 떨어졌다. 6월부터는 8월까지 석달 연속 하락해 3.36%로 내려왔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해 시장금리가 떨어졌다. 하락폭도 꽤 컸다. 지난해 11월에 견줘 8월까지 0.64%포인트나 떨어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번 내린 것 이상의 하락폭이다.

코픽스의 하락과 함께 대출금리 하락세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지난해 10월 연 5.04%에서 지난 7월 4.06%까지 떨어졌다. 8월엔 4.08%로 소폭 올랐다.

시장금리 하락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한은을 상대로 한 공세적인 금리 인하 압력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6월16일 한국방송에 나와 “통화정책에 핵심 영향을 미치는 근원물가지수가 2%대 초반으로 내려와 있어 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6월27일 국회로 유상대 한은 부총재를 불렀다. 씨티은행이 8월22일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을 100%로 내다볼 정도였다.

그러나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장금리는 더욱 빠르게 떨어졌다. 8월22일 금통위 회의를 연 뒤 이 총재는 “과거와 비교해서도 지금 (시장금리 하락) 정도가 심하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더 강한 경고를 날렸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의 급등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급증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 총재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18일 정책금리를 연 5.5%에서 연 5.0%로 0.5%포인트 내렸음에도 채권시장 분석가들은 10월11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빨리 낮춰주기를 바란다. 금리를 낮춰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 경기가 활성화되고, 주식 등 자산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금리는 물가와 더불어 대통령 지지율에 확실히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그러나 한은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나라 경제에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리기 어려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제로 수준으로 낮췄던 금리를 연 5.5%까지 올린 반면, 한은은 3.5%로 올리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한·미 간에 금리 역전이 일어났고, 커진 금리 차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최근 미 연준이 ‘빅컷’을 하고, 한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해 금리 차가 줄었지만, 9월 하순 131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이 1360원대로 되올랐다. 미국 경제의 견조함, 미국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할 것이란 전망에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한은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면,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통화정책 일관성 지킬 수 있을까

한은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는 금리 인하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산 투자 열풍을 재현하는 촉매가 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팽창하면, 자산 거품이 터질 때 우리 경제가 감당 불가능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한은은 우려한다. 그런 위기가 아니어도, 이미 팽창한 가계부채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줄여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위기 때에 견줘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있었음에도 올해 상반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크게 늘며 집값이 상승한 것은 한은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 연준이 9월 빅컷을 한 뒤, 11월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의 경우 10월 금통위에서 “향후 3개월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5명, 나머지 1명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냈다”고 이창용 총재는 전했다. 한은이 앞으로도 한동안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예전의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말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은행의 부동산 관련 자산(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커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택대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기대에 맞서며, 일관성 있게 ‘금융 안정’을 중시해갈 것이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을지 매우 주목되는 때다.

경제산업부 선임기자 jeje@hani.co.kr

한겨레 경제부장, 도쿄 특파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랫동안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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