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단숨에 6000선을 넘어섰다가 일주일도 안 돼 5000선 붕괴 위협에 직면하는 변동성을 보이면서 이른바 초단기 빚투 투자자들이 직면한 강제 청산 규모가 하루 만에 77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증권사에서 사흘짜리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이 같은 미수 거래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를 압박하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자, 사상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신용거래를 둘러싸고 있던 잠재 리스크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777억원으로 2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증권사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요구한 추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한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한 규모다. 미수 거래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거래를 한 뒤 2영업일 안에 대금을 갚는 식이다. 주가가 올라야 빚을 갚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해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 증권사는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한다. 투자자가 다음날까지 증거금을 못 채우면 증권사는 그 다음날부터 보유 주식을 하한가에 매도한다. 이달 3일부터 국내 주가가 이란 전쟁 여파를 피하지 못해 고꾸라졌는데, 5일부터 강제 매매 압박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이달로 들어서자마자 코스피 지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3월 첫 거래일이었던 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24% 떨어진 5791.91로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패닉 장세가 펼쳐졌다. 이달 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5093.54로 하루 만에 12.06% 폭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직전 1위는 9.11 테러 발생 여파로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덩달아 휘청였던 2001년 9월 12일 기록인 12.02%다. 코스피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도 80.3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며칠 전만 해도 코스피 지수는 끝이 없는 듯한 상승장이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67% 오른 6307.27로 장을 마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종가 기준 6083.86으로 6000선을 돌파한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이런 와중에 초단기 빚투는 몸집을 불렸다. 미수 거래를 나타내는 위탁매매 미수금은 3일 1조606억원, 4일 1조2041억원으로 증가했다. 빚투 열기와 주가 폭락이 겹치면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일 92억원에서 4일 225억원으로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이러한 신용거래 증가 추세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4일 신용거래융자는 33조1978억으로 1년 전보다 약 15조원, 한 달 전보다 약 3조원이 늘었다.
앞으로의 최대 변수는 역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신윤정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치·군사적 긴장은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양국 모두 확전이 가져올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거시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 시나리오는 충격의 제한적 확산이지만, 상황이 급변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차 끌어올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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