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들이 3월에 많이 이직하는 이유는?

전혜원 기자 2024. 10. 2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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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3월에 직장을 많이 옮긴다. 하지만 여성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여성이 많이 옮겨간 업종은 모두 돌봄 일자리이며 계약직 비중이 높다. 성별 격차 심화가 우려된다.
2017년 9월14일 국회와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가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무료로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부스가 사람들로 붐볐다. ⓒ시사IN 신선영

한국에서 누가 얼마나 이직하고 있을까? 이를 월별 그래프로 그려보면, 심장박동을 기록하는 모니터처럼 주기적으로 튀어오르는 구간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성의 3월 이직이다. 물론 남성도 3월에 직장을 많이 옮긴다. 하지만 여성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3월에 이직한 남성은 평균 월 29만7000여 명, 나머지 11개월의 평균 남성 이직자 수는 월 25만1000여 명이다. 약 4만5000명 차이다. 반면 지난 13년간 3월에 이직한 여성은 평균 월 34만여 명 수준으로 나머지 11개월 평균치(22만6000여 명)보다 약 11만4000명 더 많다.

〈시사IN〉은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경력직 노동력의 월별 이동 현황’을 입수했다.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의 도움을 받아 분석했다. 다른 달보다 3월에 이직이 유독 많이 일어나는 업종을 추려보았다. 지난 13년간 3월에 이직한 여성 총 443만1000여 명 중 48만여 명(10.8%)이 ‘보육시설 운영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대표적이다(유치원은 교육 서비스업에 속하는 ‘유아 교육기관’으로 분류되어 차이가 있다). 그런데 3월에 보육시설 운영업으로 직장을 옮긴 여성 중 81.3%는 이전에도 같은 업종에 종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보통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하는 ‘보육사업 안내 책자’에는 ‘가능한 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체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1년씩이 기본이다. 노동법상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그런 인식도 별로 없다. 학교와 마찬가지로 새 학기가 3월에 시작하므로 계약기간이 3월부터인데, 본인이 그만두고 싶어도 학기 중간에 그만두면 소문이 좋지 않게 나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조용히 이직하는 편이다.” 함미영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의 말이다.

‘더 나은 임금을 찾아서 이직하는 것인가’라고 물으니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닌 이상 호봉제가 아니라서 항상 최저임금 수준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2021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이직하거나 사직한 사유로 ‘건강상 이유’라는 응답이 22.8%로 가장 많았고 ‘계약 만료’(21.7%)가 두 번째로 많았다. 그만둔 보육교사의 빈자리를 충원하지 않은 원장들도 있는데, ‘원아 감소로 교사 채용이 필요하지 않다(89.4%)’는 이유를 들었다.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인데도 정작 육아휴직조차 쓰기 어려운 보육교사가 많다. 나라에서는 질 높은 보육을 요구하지만, 노동 환경이 불안정하고 열악하니 아이들에게 온전히 신경을 쓰기 힘들다. 3월마다 벌어지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집단 이직은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함미영 전 지부장).”

여성이 3월에 이직한 일터의 공통점

‘보육시설 운영업’ 다음으로 지난 13년간 여성이 3월에 많이 이직한 일터는 ‘초등학교(9만3000여 명)’다. 공무원과 교사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만큼,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 외 다양한 고용 형태의 여성 노동자들이 학기 시작에 맞춰 이직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수가 ‘무기계약직’이 되었지만 여전히 ‘영어회화 전문 강사’나, 2021년 7월부터 고용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직 ‘방과후학교 강사’ 등 6개월 또는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이들이 학교에 존재한다. 3월에 이직한 여성들이 세 번째로 많이 향한 곳은 ‘기타 비거주 복지 서비스업(5만3000여 명)’이다. 요양보호사, 지역아동센터나 사회복지관 등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상위 3개 업종(보육시설 운영업·초등학교·기타 비거주 복지 서비스업)을 교차해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돌봄 서비스에 계약직 비중이 지나치게 높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를 방치하면 남녀 임금격차를 포함한 불평등의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용이 안정된 돌봄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였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최근 해산됐는데, 경력 개발의 여지가 있는 돌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공공정책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태선 의원은 “정부가 저출생·고령화를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필리핀 가사관리사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펴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 노동자의 노동을 제공받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관련 일자리를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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