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우리은행 넘어 첫 지주 겨냥…'손태승 사태' 대출 비리 금액만 '400억+α'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대출비리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수사 방향을 상위조직인 우리금융지주로 확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부정대출 혐의로 이미 구속된 손 전 회장 친인척뿐 아니라 현직인 우리금융 최고경영진(CEO)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잇따르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넘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지난 18일에 이어 19일 현재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임 회장과 조 행장 집무실을 포함한 CEO 결재라인과 은행 본점 대출부서 등이 주요 수색 대상으로, 파견된 복수의 조사관은 각종 결재기록과 전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손태승 사태'가 세간에 알려진 직후인 올해 8월 서울남부지검은 우리은행 여신 담당 등 실행부서만 압수수색 대상에 올려 수시로 조사를 벌여왔지만, 이번에 임 회장 등 지주에 초점을 맞춰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출비리가 이미 벌어졌거나 실행되던 순간에도 조 행장 등 경영진에게 제때 보고가 됐는지 여부, 보고가 됐음에도 은폐하려던 정황이 있었는지 등이 이번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손 전 회장 처남 등은 우리은행에서만 3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승인 서류를 누락한 채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2금융권 계열사인 우리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캐피탈 등에서도 많게는 수십억원의 추가 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8월 우리은행 내 부정대출 혐의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추가 부정대출건이 잇따라 밝혀져 현재까지 약 400억원 이상의 비위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출비리 액수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며 "검찰 조사가 이렇게까지 강도 높게 시행된다는 것은 현직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틀 연속 진행된 검찰 압수수색에서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명시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에서는 이달 15일 외부인의 허위서류 제출에 따른 2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금융사고로 금감원은 이에 관해서도 별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오는 2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차기 은행장 선임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행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버티기' 모드를 지속할지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우리금융 측은 그룹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8월 처음 이슈가 불거졌을 때는 은행 관련 부적정 대출만 (언급됐는데), 이후 은행 외 계열사 대출까지 합쳐졌다"며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에서 나간 대출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압수수색 역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내일도 이어질지 모른다"며 "(지난 15일 사고와 이번 압수수색의 관련성에 대해) 전혀 별개의 일로 오비이락"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일정은 이미 연초에 결정됐기 때문에 조 행장의 거취가 안건으로 상정됐는지 여부도 "확인불가"라고 거듭 밝혔다.
이수민·신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