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냉동실에 K만두 필수품”…은행원에서 만두CEO 변신한 30대 女사장
후계자 없어 폐업위기 몰리자
단골이던 이지은 現대표가 인수
日매출 38만원서 올 15억 목표
코로나 확산에 냉동사업 시작
무말랭이 넣은 ‘비건만두’로
LA 등 美서부 대형마트 진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명동에서 개최한 ‘전통시장 미래포럼’에서 K만두의 글로벌 진출 사례 발표자로 나선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만둣가게 사장님 자녀분이 은행 고객이어서 자주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이 남편의 고모할머니뻘 친척이었다”며 “지금 와서 보면 인연이 아주 깊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만두를 빚어본 적도 없는 딸이 갑자기 만둣집 사장을 한다고 하니 친정엄마는 걱정이 태산이 었다. 아버지는 평생 교편을 잡았고, 가족 중에 식당을 해본 사람도 없었다.
현실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2020년 만둣가게 사장이 된 첫 날, 매출은 고작 38만원이었다. 가게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쫄깃하고 얇은 수제 피를 만드는 기술을 전 사장님으로부터 배웠지만, 손이 많이 갔다. 장사 초보 입장에서 생산량과 판매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았다.
‘판매량 천장’을 깨뜨려준 일등공신은 냉동만두 배달이다. 가게를 인수받은 시점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이 대표는 “갑자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무조건 판매경로를 많이 확보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판매량도 문제였다. 만두는 겨울이면 불이 나게 팔렸지만, 봄과 여름이라는 긴 보릿고개를 지나야 했다.
이 대표는 계절에 무관하게 배송할 수 있는 냉동만두에 집중했다. 2022년 1월 처음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진출했다. 진출 1년 만에 온라인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으로 늘었다. 만두피를 일일이 손으로 빚기에는 일손이 달려 수제만두와 같은 맛을 구현할 기계가 필요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만두를 하루 1t씩 생산할 수 있는 기계를 들였다. 국내 만두업계 1·2위 업체가 쓰는 기계와 동일한 기계를 들여놓자 생산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이디어는 옛날의 맛에서 얻었다. 1970년대에는 고기가 귀해 식감이 비슷한 무말랭이를 넣어 만두를 빚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를 찾아간 건 하늘이 준 기회였다. 실물 만두 없이 명함만 달랑 들고 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K비건만두에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해외 판매가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으로 ‘육거리소문난만두’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갈 파트너사를 골랐다. 올해 7월부터 LA를 비롯한 미국 서부의 갤러리아마켓, 시온마켓, 한남체인 같은 한인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브랜드명은 ‘6th Street Mandu’였다. 이 대표는 “한국 음식이라곤 비빔밥·불고기·갈비만 알던 외국인들이 ‘삼겹살에 소주 먹기’나 ‘김밥 한 줄로 끼니 때우기’ 같은 한국 식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CJ 비비고와 대상 청정원을 비롯한 대기업 브랜드들이 한국 만두와 식문화를 많이 알려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현재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빵집으로 시작했지만 대전 본점에선 식사 공간도 운영하는 성심당을 모델 삼아 최근 청주 육거리시장에 3층짜리 매장을 새로 냈다. 이 곳에서는 만둣국과 칼국수도 판다. 작년 매출은 8억1000만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청주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매장을 넓히면서도 전통시장 자리를 고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50년 전통의 온기로 내일을 빚는다’는 회사 슬로건처럼 전통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전통시장 문화에 관심을 일으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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