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천후 도심형 전기 SUV, 지프 어벤저
유럽에서 10만건의 계약을 돌파한 B 세그먼트 시장의 강자 지프 어벤저가 한국 시장에 데뷔를 알렸다. 지프 관계자는 이 차량을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과 지프의 핵심 DNA인 오프로드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기후와 노면에 대응하는 전천후 도심형 전기 SUV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디자인과 개발, 제작까지 모두 유럽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프는 정통 미국 오프로더인데, 지프 랭글러 부분변경 모델 출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차가 유럽산 소형 전기차라니, 벌써부터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진다.
지프의 DNA 가득 품은 아이코닉한 디자인
과연 유럽을 점령했다는 SUV 명가 지프가 만든 전기차는 어떤 매력을 선사할까. 기대와 함께 마주한 지프 어벤저는 '지프 레니게이드'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경한 듯 낯설지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또 익숙한 느낌이 드는 특별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전면부 디자인은 지프를 상징하는 세븐 슬롯 그릴과 가로로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의 조화가 그랜드 체로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느낌이다.
측면부는 정통 SUV 특유의 박스카 실루엣을 채택해 마치 컴팩트 SUV 레니게이드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차체 길이는 레니게이드보다 170mm가 더 짧은 4085mm다. 그래서일까. 옆모습이 주는 인상은 강인한 느낌보단 아기자기하고 개성있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후면부는 패널의 볼륨을 키워 엉덩이를 빵빵하게 부풀린 실루엣을 기반으로 휴대용 연료통인 X-제리캔을 형상화한 테일램프를 적용해 지프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실내는 수평형의 대시보드를 기반으로 한 지프 특유의 투박한 실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시보드 상단엔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배치됐다. 이 화면은 통합형 유커넥트 5(Uconnect 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해 차량 및 배터리 정보를 비롯해 T맵 기반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지원한다. 중앙 화면 아래에는 공조 버튼부와 차량의 변속을 지원하는 물리 버튼이 자리한다.
실내 공간은 차체 크기가 그리 크지 않기에 넓은 것은 아니지만, 도어트림을 비롯해 글로브박스, 센터콘솔 등 다양한 부분에 총 34에 달하는 다양한 수납 공간들을 배치했다. 시트는 열선 기능이 적용된 알티튜드 모델 전용 가죽 버킷 시트가 탑재됐다.
차의 크기가 컴팩트함에도 시트 공간이 좁지 않고 착좌감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앉았을 때 시트 포지션 자체가 높아 천장이 가깝긴 했으나, 기본 제공되는 글라스 선루프가 개방감을 선사해 주행 중 답답함은 없었다.
트렁크는 기내용 캐리어를 수납할 수 있는 321리터의 공간을 제공한다. 젙 트림 기본 사양으로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장을 보거나 큰 물건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운전하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도 가득!
차량 주변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행 중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이스터 에그도 어벤저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필자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이스터 에그 몇가지를 찾아봤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전면 센서 부근에 배치된 이탈리아 토리노를 가리키는 나침반 이스터 에그였다. 지붕의 루프 랙 플라스틱 몰딩에서도 무당벌레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전면 유리에는 별을 관측하는 아이를 형상화한 디테일을, 리어 와이퍼가 적용된 리어 윈도에는 설산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험로 주행 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
디자인적인 재미 요소만큼 주행 재미에도 신경썼다. 지프 어벤저의 동력계는 54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115kW 출력의 전기 모터로 구성되어 있어 내연기관 모델 기준 156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사실 스펙만 가지고 보면 평범 그 이하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 차는 소형 전기차임에도 지프만의 오프로더 본능을 실현한 전천후 드라이빙 능력을 통해 어벤저를 평범하지 않은 전기 SUV로 탈바꿈한다.
어벤저에 탑재된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지형 설정 시스템은 에코, 일반, 스포츠 모드 외에도 샌드, 머드, 스노우 등 다양한 주행 환경을 돌파할 수 있는 전천후 능력을 지원하며, 여기에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도 기본 탑재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지형을 거침없이 주파할 수 있도록 동급 대비 가장 넓은 진입각(20°)부터 브레이크 오버각(20°) 및 이탈각(32°)을 확보했다. 200mm의 지상고와 615mm의 시트 높이를 통해 차체가 작음에도 동급 차량보다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인증 주행거리 292km? 그것보다 더 많이 달릴 수 있어!
온로드 주행감도 우수하다. 소음과 진동이 없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확실히 실내 공간이 쾌적하다. 앞서 설명했듯 출력 자체는 156마력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전기차 특유의 토크감 덕분에 가속과 추월이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감을 구현한 스텔란티스 플랫폼 특유의 세팅도 만족스러웠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제원상 스펙인 292km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배터리를 완충한 뒤 주행 테스트도 진행해봤다. 시승은 하남에서 가평, 춘천 일대를 돌고 안산으로 복귀하는 약 320km 거리의 코스로 이뤄졌다. 고속도로와 국도 비율은 고속도로가 4, 국도가 6 정도로 국도가 조금 더 길었다.
출발을 위해 먼저 하남 스타필드에서 100% 충전을 진행했다. 충전을 완료한 뒤 계기판 클러스터를 확인하니 제원상 주행가능거리보다 훨씬 긴 400km에 달하는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지프 어벤저의 WLTP 기준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수치다. 과연 지프 어벤저는 한국 기준인 292km와 유럽 기준인 400km 중 어느 기준에 가까운 기록을 보여줄까. 벌써부터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충전 완료 후 필자는 곧바로 춘천으로 떠나기 위해 도로에 차를 올렸다. 가장 먼저 고속 주행을 체험해보기 위해 강일IC에서 춘천 IC까지 약 60km의 거리를 100km/h 이상의 속도로 달려봤다. 그렇게 들어선 고속 구간. 확실히 속도가 높아지니 박스카 특유의 풍절음이 실내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이 떨리거나 바닥의 노면 피드백이 들어오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의외로 중형급 세단을 탄 듯 오히려 승차감은 아늑했다.
주행거리도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지 않았다. 과거 주행한 경험이 있는 푸조 e2008은 100km/h 이상의 고속주행을 했을 때 주행가능거리가 2km 단위로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어벤저는 생각보다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
춘천 IC를 통과했을 때에는 실제 주행거리보다 약간 긴 90km 정도가 주행거리가 깎여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한 도로가 약 오르막 경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춘천 IC를 나온 뒤에는 홍천강 휴게소를 비롯해 홍천과 횡성 일대를 둘러 강촌, 가평까지 국도를 타고 약 150km 정도의 거리를 움직였다. 중간 기착지인 가평 남이섬에 도착해 다시 계기판을 확인하니 딱 거리만큼의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전기차인만큼 시내 주행에서는 확실히 효율이 좋은 모습이다.
이후 국도를 타고 약 30km를 달려 금남 IC에서 안산 휴게소까지 약 80km의 거리를 고속도로로 주행했다. 그렇게 안산 휴게소에 도착하자 20km 정도가 남은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약 320km를 달렸으니 얼추 340km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프 어벤저는 첫 전기차인만큼 많은 장점들을 갖추고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올렸다. 5640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긴 하지만,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 중후반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과연 지프 어벤저는 전기차 시장이 침체된 한국에서 다양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컴팩트 SUV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SPECIFICATION_JEEP AVENGER
길이×너비×높이 4085×1775×1560mm | 휠베이스 2560mm | 공차중량 1585kg
동력계 싱글 모터 | 배터리 용량 54kWh | 주행가능거리 292km
최고출력 115 kW | 최대토크 260Nm
구동방식 FWD | 0→시속 100km 9초 | 최고속도 150km
전비 5.0km/kWh | 가격 564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