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의 빈 그릇에 건축주의 삶을 채워갈 김포 ‘대곶주택’

한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붉은 지붕집의 건너편에 잡초로 무성한 땅이 있다. 두 자녀가 독립한 후 부모님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야트막한 야산과 샛바다 그리고 들판이 어우러진 풍경을 지닌 아름다운 곳이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오월건축사사무소 | 사진 윤현기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김포시 대곶면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678.00㎡(205.09평)
건축면적 135.06㎡(40.85평)
연면적 194.77㎡(58.91평)
지하 70.81㎡(21.42평, 용적률 산정 제외)
1층 123.96㎡(37.49평)
건폐율 19.92%
용적률 18.28%
설계기간 2023년 1월 ~ 8월
시공기간 2023년 8월 ~ 2024년 10월

설계 오월건축사사무소
010-9974-2888
www.owolarch.com, https://blog.naver.com/owolarch
시공 한성종합건설㈜

<전문 기술협력 분야>
구조 바우엔구조
기계설비 주신엠이씨
전기 및 소방 ㈜엘림전설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평지붕 우레탄방수 마감
외벽 - 두라스택 제로브릭, 아연판
데크 - 화강석
내부마감 천장 - 도장
내벽 - 도장
바닥 - 마루
단열재 지붕 - 경질우레탄보드
외벽 - 경질우레탄보드
창호 이건창호
현관문 이건창호(도어락 별도)
조명기구 3인치 다운라이트, LED 라인등
주방기구 리바트
위생기구 대림바스
난방기구 경동나비엔
큰 도로에서 좁은 길로 들어오다 보면 논밭이 보이는 사거리에 동서 방향으로 길쭉한 모양으로 돼 있는 필지가 있다. 주변의 건물들은 서쪽 면을 보고 긴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서쪽으로 경사가 낮게 되어 있는 지형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형의 특징으로 인해 우리는 남측의 채광과 서쪽의 뷰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기존에 거주하던 붉은 지붕의 집과 현재의 집의 모습. 서로 다른 축을 가지고 있다.
건물은 한적한 마을의 좁은 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내부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
첫 미팅 당시 건축주의 요구사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누워서 자연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기본적으로 모든 공간에서 창호를 통해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계획했다. 특히, 공용이나 개인 공간, 욕실 등 소요실 모두 시야의 개방감을 위해 허리 높이 이상으로는 상부장 없이 창으로 계획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나무 등 자연 환경이 조성돼 있어 최대한 그 환경을 집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현관에 들어와서 보이는 외부 공간, 복도를 지나다 보이는 외부 공간 등 집 내부의 곳곳에서 외부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연장되는 곳에 창호를 설치해 내부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관 진입 시 쾌적함을 위해 널따란 공간, 채광 확보, 외부와의 시각적 연계를 계획했다.
현관 진입 시 정면으로 보이는 외부의 모습. 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의 모습은 현관을 시각적으로 더 넓게 인지시킨다.
현관 한 편에 지하주차장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모든 층의 동선은 이곳으로 모인다.
남·서쪽 공용공간 배치로 채광과 뷰 확보
건축주는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기에 주차장에서 내부를 통해 현관으로 진입할 수 있는 내부 동선을 계획했다. 대지의 고저 차를 활용해 지하 1층과 지상 모두 주차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관으로 진입하면 정면으로 창을 통해 외부의 모습이 스민다. 왼쪽(서쪽)으로는 거실, 주방 등 공용 공간이 위치해 있고, 오른쪽(동쪽)으로는 드레스룸, 안방 등 사적인 공간들을 배치했다. 거실과 주방, 다이닝 공간을 건물의 남쪽과 서쪽으로 배치해 채광을 확보하는 동시에 서쪽 뷰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특히, 이들 공용 공간은 천장까지 창을 연장해 외부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복도의 한쪽 끝에 도달할 즈음 보이는 식당과 거실. 허리 높이를 기준으로 창을 계획해 사생활을 보호했고, 그 위에 전면 창을 설치해 주변의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식당. 인접 대지에 오래전부터 있던 멋진 나무를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좁은 복도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복도의 양쪽 끝을 모두 통창으로 계획했다. 한쪽은 산과 마을, 다른 편으로는 옥수수밭이 보인다.
지하와 옥상으로 연결된 실내 계단. 계단실은 특별히 남쪽에 배치돼 있다. 계단실로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계단실 내부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외부 재료는 벽돌과 금속
단순함을 추구하는 건축주의 취향을 고려해 외부의 재료는 벽돌과 금속 두 가지로 결정했다. 외벽은 다양한 재료들을 두고 건축주와 협의해 메지를 시각적으로 가릴 수 있는 무메지 벽돌로 결정해 시공했다. 두겁 및 창호 프레임은 아연판으로 시공했다.
1층 마당. 석재로 계획했으며, 옹벽의 테두리에는 조경이 식재돼 있다.
지하 1층 주차장. 지하주차장은 제2의 외부 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건물의 모습. 복도에서 연장된 통창이 건물 전면의 중앙에서 보인다.
건축주 취향에 맞는 평생 주택으로 완성
주택 이름은 지역 명칭을 따서 ‘대곶주택’으로 정했다. ‘대곶주택’은 단독주택의 특성상 평생 거주할 목적으로 설계됐다. 그러다 보니 건축주의 신체 정보부터 생활 패턴, 동선, 취향 등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많은 미팅을 통해 주변 환경을 지켜봤고, 설문조사와 대화를 통해 건축주를 파악했다.
단계별로 매스 디벨롭이 된 것 이외에 내부의 공간 구성 및 입면 콘셉트는 설계 초기부터 변하지 않고 준공까지 이어졌다. 공사 중간에 수없이 바뀌는 프로젝트에 비해 최초 콘셉트와 방향성이 뚜렷하게 정해져서 중심을 잡고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건물의 입면. 주요 실들로 구성된 가로 매스와 수직 동선을 위한 계단으로 이루어진 세로 매스가 서로 중첩돼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
설계자가 빈 그릇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제는 건축주가 그 공간을 행복한 삶으로 채워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