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세로줄 난 아이폰 수리, "액정 교체 필요 없어"

아이폰 화면이 고장 났을 때 액정 교체 없이 문제된 부분만 수리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독특한 기술을 소개하는 유튜버 '스트레인지 파츠(Strange Parts)'는 7월 16일(현지시간) 손상된 아이폰 화면을 복원하는 모습을 자신의 채널에 게재했다. 한 중국 업체에 방문해 촬영한 해당 영상에서는 화면이 고장 난 아이폰을 부품 교체 없이 고치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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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 교체 없이 고장 난 화면 고쳐...원리는 '배선 복구'

화면에 세로줄이 생긴 고장 증상을 고치는 기술이 등장했다 (출처 : Strange Parts)

영상에서 보여준 고장 난 아이폰 화면에는 하얀 세로줄이 생겼다. 이는 패널 가장자리에 있는 미세 회로가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가장자리에는 화면을 구성하는 각 픽셀마다 어떤 색을 출력해야 하는지 정보를 전하는 미세 회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회로 배선이 외부 충격으로 파손되면 해당 경로를 통해 색 정보를 받는 픽셀 전체가 잘못된 색을 표시한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성하는 픽셀이 손상된 건 아니다. 색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파손된 회로만 고치면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기술자가 파손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출처 : Strange Parts)

영상에서 업체 기술자가 고장 난 화면을 기계에 넣자 화면에 파손된 회로 모습이 나타난다. 기계에 내장된 현미경으로 패널 가장자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파손된 부분에 회로 배선 소재로 사용되는 특수한 실리콘을 얹고 레이저를 쏘면 새 배선이 만들어진다.

​업체만의 독특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다. 스트레인지 파츠의 설명에 따르면 영상에 나온 기계는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레이저 기계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파손된 부분을 공장에서 다시 만들어내는 것처럼 고치는 셈이다.

OLED 디스플레이라면 동일한 수리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출처 : Strange Parts)

화면에 전원을 연결한 상태로도 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배선이 올바르게 복구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면에 하얗게 나 있던 세로줄이 사라지면 배선이 복구된 것이다. 아이폰 외에도 OLED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면 대부분 이 방식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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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선 수리 방식, 얼마나 경제적일까

​스마트폰 화면 수리 비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애플 아이폰 14 시리즈의 화면 교체 비용은 기종에 따라 42만 원에서 60만 원에 달한다. 하드웨어 보증 서비스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할 경우 화면 교체 비용은 4만 원이다. 하지만 가입비를 기종에 따라 22만 원에서 33만 원 납부해야 한다. 이래저래 금액 부담이 크다.

파손된 배선을 수리하는 모습 (출처 : Strange Parts)

영상에서 소개한 업체를 통해 수리하는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트레인지 파츠는 이 업체가 다루는 기계 덕분에 사람들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품 교체 없이 파손된 부위만 수리하는 방식이다 보니 애플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화면을 교체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만하다.

​한편, 스트레인지 파츠가 소개한 수리 방법을 응용하면 파손된 액정을 복구해 리퍼비시 부품으로 판매하는 사업도 가능하다. 파손 후 버려지는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전자 폐기물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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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점은? "수리 대상 너무 한정적"

유리와 패널 손상 없이 배선만 파손된 상태여야 복구 가능하다 (출처 : Strange Parts)

하지만 이 수리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복구 가능한 파손 사례가 한정적이다. 강화유리와 디스플레이 픽셀 부분이 모두 온전해야 한다. 외부 충격으로 미세 배선만 손상된 사례는 흔치 않다. 강화유리나 패널이 함께 파손됐다면 부품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기존에 리퍼비시 부품을 생산하던 방식이 유효하다. 파손된 부분을 제거하고 온전한 부분끼리 합쳐 새 부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사설 수리 특성상 보증도 어렵다. 더욱이 수리 과정에서 화면을 본체로부터 분리해야 하므로 수리 후 방수 여부도 보장되지 않는다. 애플 공인 수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 조립해서 침수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기 어려울 듯하다.

수리는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출처 : Strange Parts)

수작업으로 고치다 보니 수리공의 숙련도에 많이 의지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사람이 직접 현미경으로 파손된 회로 배선을 확인하고 레이저 장비를 조작해 손수 고쳐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는 작업보다 소요 시간이 길어지며 작업자에 따라 편차도 심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직접 수리하기도 어렵다. 난이도가 높거니와 수리에 사용되는 기계 가격이 1만 2000달러(약 1512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사설 수리업체라면 한 대쯤 도입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 기계가 모든 화면 파손 사례에 대응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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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