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李 '사법리스크'…검찰 정조준하는 野
檢,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구형
예상 밖 구형에 野 격분…"국가 폭력"
당 혼란 예의주시…"리스크 이미 반영돼" 반론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 법안 추진에 속도를 내 검찰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가시화에 불안한 기류도 읽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법 왜곡죄(형법 일부개정법률안)를 상정해 법안심사제1소위로 회부했다. 법사위 소속의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처벌 또는 처벌 면제를 위해 법률 적용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이다. 범죄사실이 인정되는데도 기소하지 않거나 증거를 은닉 또는 조작할 때도 처벌하도록 했다.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검찰의 법 왜곡 행위를 직접 형사처벌 하겠다는 의도다.
법 왜곡죄와 함께 검사의 근무 평정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도 소위에 회부됐다. 장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근무성적 및 자질평정 평가 기준에 기소사건 대비 유죄 판결 비율을 포함하도록 했다. 무죄 판결 비율을 공개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따른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아울러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박상용 수원지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조사 청문회도 내달 2일 열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이어 두 번째 검사 탄핵 청문회다.
이처럼 민주당이 검찰을 겨냥한 공세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하거나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라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최종적으로 확정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되고, 의원직도 상실하게 된다. 해당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은 11월 15일이다. 오는 30일에는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결심공판도 예정돼 있다. 2018년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 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의혹인데 이 사건의 1심 결과도 이르면 11월에 나올 전망이다.
◆ "뻔뻔하게도 무도한 형량 구형" "국가 폭력"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 2년이라는 예상외의 검찰 구형량에 당에선 분노가 터져 나온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검독위)는 검찰 구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억지 기소와 진술조작, 공소장 변경, 방어권 침해, 객관의무 위반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불공정·불법 수사와 기괴한 말과 논리로 이 대표를 말 그대로 사냥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검찰이 온갖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를 해놓고 뻔뻔하게도 무도한 형량을 구형했다. 공작 수사를 통한 정치탄압이다. 법 기술을 써서 법을 왜곡시킨 검찰 독재의 끝판왕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친위 쿠데타다. 검찰 스스로가 사회적 흉기이자 암적 존재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강도 높은 표현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찐명'으로 불리는 김지호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도 이날 <더팩트>에 "선거법 사건에서 2년 구형은 처음 본다. 그런 식이라면 '김건희 여사가 주식 투자로 손해만 봤다'는 윤석열 대통령도 기소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야말로 국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비명계 세력화 시작? vs 대권 가도에 큰 영향 없어
당 안팎에선 높은 구형량에 당황한 기색도 일부 감지된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될 경우 공고했던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생겨 당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 굳건했던 대권 가도 역시 격랑을 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1심 선고를 기점으로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드루킹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최근 복권 대상에 포함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최근 소신 행보를 보이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대표적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제는 (사법리스크가) 법원의 시간이 됐다. 지지층이 굳건해서 이재명 체제가 바로 흔들리진 않겠지만 대선은 중도를 잡는 게임이라서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대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당대회를 거쳐오며 압도적 이재명 체제가 완성돼 판결이 어떠하더라도 여론에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 대표를 따라다니는 사법리스크는 지난 대선부터 총선까지 충분히 유권자들에게 반영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1심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데다 대장동 사건 등은 1심 변론 종결까지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대권 가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당내 한 인사는 "정치적으로 여권이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세게 구형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여권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위기가 아닌 여권의 위기라고 본다"라고 잘라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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