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김애란의 플레이리스트♬… "노래 들으니 책 읽고 싶어지네"

'지금 이 책을 플레이하세요.'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을 때는 제주의 바람 소리를 닮은 조동익의 '룰라비(Lullaby)'를 틀면 어떨까. 그가 작품 초고 작업을 마친 뒤 택시 안에서 듣고 눈물을 훔쳤다는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나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필립 글래스의 '에튀드 5번'도 좋겠다. 해당 곡들은 한강이 4년 전 문학동네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공개했다. 작가의 '노동요' 공개에 독자들이 열광했다.
다들 독서할 때 어떤 노래 듣나요?

독서할 때 듣기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인기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2021년부터 운영 중인 유튜브 '책플리'가 인기를 선도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내가 책 읽을 때 듣는 누자베스 노래들' 영상은 누적 조회 수가 200만 회를 넘었다.
'책 플레이리스트'는 독서할 때 '브금'(BGM·배경음악)을 깔아두는 데서 착안했다. 음악이 독서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과 독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독자층도 모은다. 실제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책이 읽고 싶어지는 건 처음" "이 노래를 듣기 위해 책을 사야겠다"는 반응이다.
강병조 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 대리는 "독서를 강요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독서와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서점에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는 의외성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했다. 박다솔 문학동네 마케팅국 대리는 "책 내용뿐 아니라 활자에서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청각으로 확장하고 싶은 욕구들이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이유 같다"고 했다.
"무려 작가가 직접 말아주는 플레이리스트"

'책플리'는 주로 작가가 글을 쓰면서 듣거나 책의 분위기에 맞게 고른 음악 목록을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천선란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는 그가 단편소설 '모우어'를 작업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다는 영화 '싱글맨' OST를 포함해 총 13곡이 뽑혔다. 김애란 작가도 지난해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함께 들으면 좋을 12곡을 선곡해 소개했다. 작가뿐 아니라 책을 만든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도 선곡에 참여한다.
책 플레이리스트는 소개부터 다르다. 문학동네의 '책플리'는 '섬네일(표지 이미지)은 최대한 단순하게, 제목은 책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한 문장으로'가 원칙이다. 제목은 모두 해당 작가의 책 문장에서 따온다. 지난해 9월 올린 파올로 조르다노의 장편소설 '증명하는 사랑'은 '사람들은 용기를 주는 데 너무 인색해'라는 문장을 제목으로 썼다. 눈길을 끄는 제목으로 영상 조회 수가 1만 회를 넘었다. 예스24의 플레이리스트는 적당한 비트감이 있는 음악이 강점이다. 강 대리는 "선곡뿐 아니라 곡 순서, 배경 이미지 등 전체적으로 책과 일관된 무드가 느껴질 수 있게 신경쓴다"고 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독자에게 가 닿기 위한 노력이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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