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갑갑하다… 마지막 길이라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그 길을 선택했다면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번듯하게 가게만 차려놓고 3개월도 안 돼서 파리 날린다고 울상이라면, 장사의 기본도 모르면서 최선을 다해 실패할 시도만 하고 있다면, 장사하지 마라! 그런 사람은 열이면 열, 망한다. 장사에도 왕도가 있다! 제발 그것부터 배우고 시작하라!”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 일본 이자카야의 대부라 불리는 우노 다카시(宇野隆史, 79)의 지적은 날카롭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허를 찌른다.
그는 장사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실패할 각오를 하는 것보다 성공할 각오로 덤벼들고, 무모한 시도를 하기 이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시도해 적중률을 높이라는 게 우노의 철학이다.

“요식업은 손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요식업은 흔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치부한다. 그만큼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우노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음식점이야말로 잘만 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업종이라고 봤다. 100엔짜리 토마토가 인근 이자카야에서 썰기만 하면 300엔이 된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가격이 세 배가 된 토마토를 싸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우노는 차액 200엔이 ‘손님에게 즐거움을 준 대가’라고 여겼다. 결국 음식점의 성패는 손님을 미소 짓게 하는 가게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죽을힘을 다해 손님이 기뻐할 만한 일을 생각해 낸다면, 반드시 잘 되는 가게로 만들 수 있다. 잘 안 돼도 시도해 보는 만큼 자신의 힘이 될 것이다.
감동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흔히 “손님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라”고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 모를 수 있다. 손님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 “어떤 가게라면 내가 즐거울까? 그런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가게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장사의 신’은 말한다.

손님 이름 외우고… 취향·불만에 귀 기울여야
그렇다면 어떤 서비스가 손님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그는 우선 직원들에게 손님의 이름을 외우라고 강조한다. 손님의 이름을 기억해 불러주면 가게 호감도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잘 못 외우는 직원들을 위해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 장소에 테이블 번호표를 두고 손님 이름을 모두 써놓기도 했다.
단골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손님들이 야키소바 3인분을 시켰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표고버섯을 싫어했다는 것을 미리 기억해 뒀다가, 1인분은 표고버섯을 빼고 요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손님들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였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처럼 손님이 몰려 주문한 요리가 늦게 나가는 경우가 많을 때 직원들에게 테이블을 지나면서 “안 나온 음식이 있나요?”라고 꼭 물어보도록 했다. 고객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다. 만약 음식이 제때 나오기 힘든 상황이면 바로 대접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고객들이 ‘마음속에 품고 돌아가는 불만’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 것이다.

진심으로… 어떻게 손님을 기쁘게 해 드릴까?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특별한 기술은 필요가 없다. 말이 무섭다는 것만 명심하면 된다. 우선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어서 오세요!”를 하고 있는지 어떤지 매일 자문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손님이 기뻐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연인에게 선물을 보낼 때, 아니면 선물을 해야 할 분이 있을 때, 우리는 항상 “내가 어떻게 선물해야 그분이 고마워하고 행복할까?”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손님을 기쁘게 하는 것도 그런 생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접객은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얼마나 기뻐할지 그걸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우노 다카시는 자신의 가게에서 일을 배운 많은 직원을 봐 왔지만, “이 녀석 제대로 되겠어? 라고 했던 직원들도 훌륭하게 성장하고 독립해서 가게를 잘 꾸려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자기 가게를 가지려고 생각한 이상, 연인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손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소통이 막히면 가게는 끝장… 이렇게 말해 보라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자기 가게를 찾아 들어온 손님에게 늘 하던 대로 “어서 오세요”라고 하면 되겠는가. 진심으로 인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런 빗속을 뚫고 우리 집까지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그런 인사라면 손님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말을 잘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무조건 말을 잘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사람이 장사를 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아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이야기를 잘 꺼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은 재능에 가까워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다만 손님에게 접객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이야기를 잘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 명심하시라.
닭 튀김집이라면 손님에게 이렇게 말해 보라. “방금 새 기름으로 튀긴 것이거든요”라고만 말해줘도 손님의 기분은 좋아진다. 그러면 손님은 “그래요? 한 마리 더 튀겨 주세요”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말을 꺼내는 데 어려운 화술이 들어가지 않는다.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응아~” 하고 우는 과정을 소통(疏通, 트일 소, 통할 통)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소통이 안 되면 태아와 어머니는 사망한다. 똑같은 프랜차이즈점이라도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집주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손님이 많고 적음이 결정되는 건 확실해 보인다.

가게 위치는 핑계일 뿐… “이웃 공급처가 중요”
만일 돈이 없어 인적이 드문 곳에 가게를 차린다면 멀리서도 찾아올 수밖에 없는 그곳만의 매력을, 요리를 못한다면 접객이 강한 메뉴를 만들고,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없다면 한 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주인장이 되고, 또 대형 가게랑 싸울 생각 말고 작은 가게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가게를 만들어야 한다.
목이 좋으면, 규모가 크면, 음식이 맛있으면 장사가 잘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리라고 충고한다. 오히려 그는 맛난 메뉴와 화려한 실내 분위기로 손님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이 정도쯤은 나도 할 수 있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맛과 분위기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수록 강력한 단골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노는 정말 맛있는 요리 세 가지만 있어도 얼마든지 손님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가게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에 집중하면서, ‘싫증 내지 않고’, ‘멈추지 않고’, ‘늘 변함없는’ 자세로 손님을 맞이한다면 누구든 그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대신 생선, 야채, 식기 등을 조달하는 지역 이웃들과의 친분을 중시했다.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가 가능해 쌍방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예를 들어 가게에 접시가 20개 필요하면 거래처에서 4번에 걸쳐 5개씩 샀다. 여러 번 방문해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다. 가게가 커지자 더 싸게 공급하겠다는 거래처도 생겨났다. 하지만 우노는 기존 거래처를 계속 유지했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 메뉴로 바꾼 아이디어
우노 다카시가 단순히 고객 접대로만 승부한 것은 아니다. 우노는 이자카야에 특별한 요리 기술까지 필요하진 않지만,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새끼 방어를 회로 친 메뉴를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 요리사가 없어 깔끔하게 회를 뜰 수가 없었다. 그는 대신 이 회를 ‘대충 썰어 더 맛있는 회’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손님들은 이런 시도를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기꺼이 주문했다. 더운 여름에 인기 없는 어묵 요리는 ‘참 신기하죠. 여름에도 인기 있는 어묵’과 같은 문구가 담긴 메뉴판을 사용했다.
가게의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를 높이는 데도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이자카야에 오는 여성 고객의 85%까지 푸딩과 아몬드 젤리를 넣은 디저트를 주문하도록 유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디저트 한 개의 가격은 300엔으로, 손님들이 주문하면 그만큼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그는 손님에게 디저트를 제공할 때 아이스크림을 ‘서비스’로 같이 주기로 했다. 점원은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손님 자리에 가져가 그 자리에서 퍼 줬다. 손님들은 아이스크림을 받을 때 마치 굉장한 횡재를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옆 테이블 손님이 디저트를 먹는 모습을 보고 디저트를 주문하는 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노는 강조한다. 아이디어는 바로 실행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만 한다. 실행하기 두렵거나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실행을 못하기도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따라 해라. 좋은 아이디어를 따라 하는 것은 작은 가게의 커다란 ‘무기’다. 장사도 안 되는데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보단 덜 천박한 거다.”

장사 안된다고? 그렇다면 ‘우노’를 찾아가라!
바야흐로 ‘창업의 시대’다. 취업난 속에서 청운의 뜻을 품고 과감히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이나 정든 직장에서 밀려나 등 떠밀리듯이 창업에 도전하는 중·장년층이나 서로 목적이나 과정은 달랐지만, 어찌 됐든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의 경우 1년 후 생존율이 65.9%, 2년 후 생존율 48.2%이고 5년 후 생존율은 22.8%에 불과하다. 즉 창업의 꽃이라 불리는 식당과 카페는 2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폐업하고, 5년 이상 생존하는 업체가 10개 중 2개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또한 야심차게 내놓은 사업 아이템은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짝퉁’이 출몰하며 어느새 흔해빠진 종목이 된다. 장사가 좀 될 만하면 건물주는 귀신처럼 월세를 올리고, 훈련을 마친 직원은 일을 시킬 때가 되자 나가버린다.
더 이상 노력과 마케팅만으로는 경쟁을 뚫기 어렵다. 이제 더욱 기본에 집중해야 할 때다. SNS상에서의 입소문이나 번드르르한 사진 몇 장만으로 음식점의 흥망이 결정될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시해야 할 덕목이 ‘얼마나 손님을 즐겁게 해주었는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정리 이규열(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참고도서] 장사의 神 | 우노 다카시| 쌤앤파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