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증자 사용처보니…'영끌투자·지원'

안준형 2022. 11. 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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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증자…6천억 M&A 대금-5천억 운영자금
4천억 남짓 현금으로 2.7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롯데건설에 5천억 빌려주자 원자재 살 돈도 부족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1조1050억원을 어디에 쓰는지를 보면 빠듯하게 운영되는 자금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증자대금 중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2조7000억원)에 투입되는데 금융권에서 나머지 인수대금 1조7000억원을 빌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합병(M&A)에 투입되는 자체 현금은 계약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증자대금 5000억원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되는데,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계열사인 롯데건설에 빌려준 돈(5000억원)만큼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상황이다.

1조1050억 증자, 그룹이 6064억 부담

지난 18일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열고 1조10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사회엔 롯데케미칼 대표를 맡은 신동빈 회장도 참석했다. 유상증자 대금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취득자금 6050억원, 운영자금 5000억원으로 쓰인다. 

이번 증자로 기존에 발행된 주식(3427만5419주)의 24.8%가량의 신주(850만주)가 추가로 발행된다. 롯데케미칼 주주가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큼 지분이 희석된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 주주인 롯데지주(이하 보유지분 25.59%), 롯데물산(20%), 일본 롯데홀딩스(9.3%) 등이 지분율대로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 매입대금은 롯데지주 2827억원, 롯데물산 2210억원, 일본롯데홀딩스 1027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영끌' M&A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주식매매계약(SPA)을 통해 지분 53.3% 등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2조7000억원.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롯데케미칼은 1조원은 내부자금을 사용하고 1조7000억원은 금융권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강종원 CFO(상무)는 "내부자금은 1조원 정도 고려하고 있다. 일부 내부현금을 사용하고 (나머지) 내부자금조달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는데, 내부자금 1조원 중 6050억원을 증자로 마련한 것이다. 

증자대금을 제외하면 이번 M&A에 사용되는 내부현금은 395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SPA를 맺을 때 롯데케미칼은 인수대금의 10%인 계약금 2700억원을 지급한 점을 제외하면 자체 현금 1250억원만 더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나머지 인수대금 1조7000억원은 연말까지 금융권에서 LOC(투자확약서)를 접수 받을 예정인데, 강 CFO는 "금융기관과 접촉 결과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인수대금 조달방법을 정리해보면 △금융권 차입 1조7000억원 △유상증자 6050억원 △자체 보유 현금 3950억원 등이다. 롯데케미칼이 전체 인수대금의 14.6% 수준인 현금 3950억원을 들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구조를 짠 셈이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롯데건설에 빌려준 만큼 부족한 운영자금 

증자대금 나머지 5000억원은 운영자금에 쓰인다. 회사 측은 "에틸렌·프로필렌 등의 원재료인 납사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이 원자재 구입비를 주주에게 손을 벌릴 정도로 자금 상황이 악화된 근본적인 이유는 올들어 영업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4239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매출원가(5조8433억원)가 매출(5조6829억원)보다 많은 기형적 구조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자금난에 내몰린 롯데건설 지원에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롯데건설 증자대금 876억원, 자금대여 5000억원 등이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빌려준 것까지 합치면 총 8876억원이 롯데건설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증자에 대해 "선제적 자금 확보로 미래성장사업 투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증자 목적은 일진머티리얼즈인수를 통한 신규사업확대와 중장기 성장동력확보 측면보다는, 본업 이익창출력 악화와 대규모 인수합병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짐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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