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주문 도와드릴게요>는 실제 가게에서의 주문을 ‘연습’해볼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진다. 총 네 개의 영상 중 조회 수가 가장 높은 콘텐츠는 샌드위치 체인점 ‘써브웨이 주문방법’인데, 채널의 캐릭터인 ‘종알이’가 써브웨이 주문에서 중요한 요소로 강조하는 건 다음과 같다.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잘 들리게 하나씩, 천천히 말하기.” 이 영상 외에도, 온라인상에선 써브웨이처럼 메뉴를 커스텀 할 수 있는 곳에서 주문을 하는 게 어렵다는 사람들의 토로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먹으려면 주문이 길어지는 것을 견뎌야(?) 하는데, 내성적이거나 낯을 가리는 사람에겐 주문 자체가 장벽이라는 얘기다. 마치 병원에서 증상을 말하듯, 구체적이어야 더 좋을 것 같은 커스텀 메뉴 주문은 왜 어려울까? 분명한 건, 최적화된 커스텀을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 ‘좋피위피’(영미권에선 GPGP)로 통하는 게임,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에서 취향 고수들의 태도를 배워봤다.

페퍼로니 없는 ‘페피로니’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는 이미 지역에서 장사가 잘되는 피자집 ‘알리칸테’ 앞에 굳이 또 피자집을 개업한 주인이 된다. 온라인상에선 스타벅스나 써브웨이 등 메뉴의 커스텀이 가능한 곳에서의 주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또 상세한 커스텀을 거침없이 소화하는 직원의 능숙함이 ‘밈’화되어 유머로 통하는데, <좋피위피>의 손님들은 엄청나게 복잡한 메뉴를 당당하게 주문한다. 칭송받는 밈 속의 직원처럼 피자를 완벽하게 만들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페퍼로니 피자처럼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단순한 메뉴 주문이 들어오는데, 점점 난이도가 높아진다. 유저의 곤란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페퍼로니 없는 페피로니 피자 주세요.”처럼 언어유희에 가까운 주문부터 현실에서 피자를 주문할 때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멸치나 가지 같은 재료의 요청이 들어온다. 피자를 판매한 돈으로 재료 슬롯을 하나씩 열어야 한다.
유튜버 ‘선바’의 <좋피위피> 스트리밍 영상 ‘이거보다 잘 만들 순 없어요 선생님’에는 이런 타임라인 댓글이 있다. ‘진상과의 만남’. 이 진상의 주문은 다음과 같다. “솔티 세일러 반 프루티 피그 반 해서 피자 하나 주세요. 그린 드림에 들어가는 토핑은 넣지 마시고요.” 솔티 세일러와 프루티 피그, 그린 드림 모두 피자 레시피 이름이다. 이런 주문이 들어올 때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주문하세요?”라고 따지고 싶어지는데, 그런 유저를 위해 게임엔 “네?”라고 되물을 수 있는 옵션이 있다. 한층 더 자세히 설명해주긴 하지만 헷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소스, 치즈, 올리브, 그리고 멸치 반 소스, 치즈, 페퍼로니, 소시지, 올리브, 파인애플, 햄, 그리고 베이컨 반.” 반반 피자가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것이었구나.

주문하신 커스텀 피자 나왔습니다
손님의 메뉴를 정확하게 숙지하지 않았거나, 만드는 속도가 느리면 피자의 제값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맛없는 피자를 팔면 동네에서 평판도 떨어지고, SNS에 혹평이 올라오기 때문에 집중해서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피자를 구워내면서 놀란 건,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피자의 종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주문한 피자보다 더 다양한 메뉴가 <좋피위피>에 있다. 앞서 언급된 ‘솔티 세일러’는 올리브와 멸치, 혹은 다른 생선으로 맛을 낸 피자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선원들이 배 위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던 피자라고 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스팅키 피트’는 멸치 토핑에, 올리브 대신 양파 슬라이스가 올라간다. 손님들이 메뉴 이름을 말하는 대신 “고기만 들어간 피자 주세요”, “베지 피자 하나 오더 할게요, 하지만 녹색은 반만(반쪽에만) 넣어주세요.” 같은 식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반복 훈련이 쉬운 타이쿤 게임과 달리 주문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들어가는 재료뿐 아니라 몇 번 구울지,(두 번 굽는 피자는 ‘다크’로 불린다) 몇 조각으로 자를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무래도 피자는 패스트푸드가 아닌 것 같다. 손님의 판단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는 점에서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된 플래시 게임 <슈의 라면집>이 떠오르는 지점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내 취향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향을 알아야 상황에 따라 타협할 수도 있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람들의 구체적인 취향이 없었다면 <좋피위피>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어떤 토핑을 올리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피자처럼 샌드위치도, 커피도, 아이스크림도 무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일상이 조금 더 재밌어질 것 같다. 플람쿠헨 피자, 피살라디에르 피자, 그리스 피자 등, 미지에 둘러싸인 피자 세계가 흥미롭다. 게임을 하면서 겪는 각종 시행착오의 해결 방법을 알고 싶다면 웹사이트 ‘레딧’의 GPGP 서브 커뮤니티에 들어가볼 것을 권한다. 게임하면서 먹을 피자부터 시키고.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