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ream] 한화이글스 조동욱

비상

프로 무대에서는 시즌이 시작함과 동시에 비시즌 담금질의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매해 받아 드는 성적표에 아쉬움도 잠시, 다가올 다음 해를 위해 깃털을 더 꼼꼼히 다듬어야 하는 겨울. 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는 첫해를 지나 맞이한 두 번째 시즌, 조동욱은 ‘2년 차 징크스’라는 단어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프로 2년 차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더 넓고 푸른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독수리군단의 좌완 에이스가 그려 나가는 비행은 점점 높은 고도를 향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이르러 마음속에 품어 온 작은 불꽃을 축포로 쏘아 올릴 날만을 고대하며, 한화 이글스와 조동욱 모두 올해의 끝엔 지난해보다 훨씬 높은 곳을 날고 있기를!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ahyun Son Location Daejeon Hanwha Life Ballpark

150호(23년 10월 호) 이후 두 번째 만남이에요. 그 사이 고등학생에서 프로선수가 됐는데, 어떻게 지냈어요? (5월 8일 인터뷰)
열심히 운동하다 보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프로 2년 차인데 벌써 1군에서 지내게 돼서 기쁩니다. 고등학교 때 했던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를 프로에서 한 번 더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고등학교 때 프로필 키는 194cm였는데, 현재 구단 프로필 키는 190cm네요? 최근 ‘야구에 산다’ 인터뷰에서는 키를 다시 재 보겠다고 했던데, 어떻게 됐어요?
아직 재 보지는 않았는데, 아마 190cm이지 않을까요? 고등학생 땐 투수로서 큰 키를 콘셉트로 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4cm를 올렸고요. 친구들도 과도하게 올리는 거 아니냐고 놀리긴 했는데, 사실 다들 조금씩 올렸을 거예요. (보통 4cm나 올리나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유독 더 올린 건 맞습니다. 그래도 장충고등학교 친구들 다 1, 2cm씩은 올려서 적었어요.

#한화 1글스

한화 이글스가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 주며 1위를 달성했어요. 본인의 역할도 적지 않은데, 요새 야구장에 나오는 기분은 어떤가요?
매일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있어요. 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고, 선배들이 조금 힘들다고 느낄 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낍니다.

마킹지도 무척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조동욱 유니폼이 늘어난 걸 체감하고 있나요?
인기가 많아서 잘 팔린다기보다는, 맨날 품절인 걸 보니 아예 제 마킹지를 별로 안 만드시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도 제 유니폼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또 힘이 되죠. (대전 시내를 돌아다니면 알아보는 사람도 많죠?) 제가 시내를 잘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긴 한데 어쩌다가 마주치면 “어?”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고요.

첫 선발 날 더그아웃에서 최재훈의 응원가인 ‘케세라세라’를 부르는 게 목격됐어요. 동료들 응원가를 자주 따라 부르는 편인가요?
원래 그렇지는 않아요. 그날은 처음 프로 구장에 가서 그런지 신기하기도 했고, 응원가가 신나니까 저도 모르게 따라 불렀어요. 요새는 익숙해져서 딱히 흥얼거리지 않아요.

최근에는 첫 홀드도 기록했죠? 첫 승과 첫 홀드 상황을 비교했을 때 언제가 더 좋았어요?
첫 승 때가 더 좋긴 했어요. 그날은 ‘첫 승을 꼭 해야겠다’라는 다짐으로 올라간 건 아니었는데 승리해서 그랬나 봐요. 근데 이번에는 홀드 상황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했고, 여기서 무너지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무척 커서 더 떨렸어요.

마운드에서 ‘할 수 있다’를 연이어 외는 영상도 화제가 됐었죠. 어떤 상황이었어요?
아마 지난해 문학 SSG 랜더스전에 선발 투수로 출전한 날이었을 거예요. 너무 안 풀리기도 했고, 매 이닝이 위기처럼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나왔죠. (효과가 좀 있었어요?) 전혀요. 그렇게 하고 나서 바로 데드 볼로 점수를 주고 강판당한 기억이 있어요.

2024 퓨처스 올스타전에도 다녀왔죠. 선발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어요?
한화 이글스 퓨처스 팀 감독이신 이대진 감독님이 올스타전 감독도 맡으셔서 제가 선발 투수가 될 수도 있겠다고 내심 기대하긴 했어요. 근데 진짜 선발 투수로 출전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나게 컸죠.

세리머니로 장충동 아기 독수리 티셔츠를 선보였는데, 누구의 아이디어였어요?
다른 팀들은 다들 세리머니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분위기였는데, 저희 선수들은 뭘 딱히 준비한 게 없더라고요. 형들이랑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굿즈 홍보도 할 겸 입어봤습니다. (지금 그 티셔츠는 어디 있어요?) 아마 부모님이 집에 잘 보관하고 계실 거예요. 입고 다닐 일은 앞으로도 절대 없을 듯해요.

리얼글러브 퓨처스리그 상도 받았어요.
기대는 했지만, 제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는 않았어요. 진짜 수상하게 되니까 정말 기뻤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죠. 올해 욕심나는 상은 전혀 없어요. 그냥 1군에서 한 해를 완주할 수 있다면 족하다는 마음뿐이에요.

#담금질

24년에 비해서 직구 구속이 4.1km/h 가량 늘었다고 들었어요. 벌크업 외에도 신경 쓴 부분은 뭐였어요?
투구폼을 살짝 수정했는데, 그 부분도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요. 익스텐션이 조금 더 길어졌거든요. 그래도 확실히 벌크업의 영향이 가장 컸죠. (벌크업이 꺼려지진 않았어요?) 매년 벌크업을 할 때마다 좋은 결과가 있었고, 한 번도 빠짐없이 구속이 늘었어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 했어요.

팀 동료인 황준서는 류현진 선배에게 ‘벌크업 특강’을 듣는다던데, 벌크업 관련해서 들은 조언도 있었나요?
저는 준서와 다르게 딱히 벌크업에 대한 요령이나 특강이 필요하진 않았어요. 제가 원래 남들보다도 훨씬 잘, 많이 먹어요. 근데 그냥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일 뿐이에요. 주변 사람들이랑 식사할 때마다 잘 먹는다는 칭찬을 들을 정도거든요. 그래서 먹는 양이나 종류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한 스타일인 걸 알아서 특별히 조언을 구하진 않았습니다.

투구 시 고개가 흔들리는 점이 특징으로 꼽히기도 해요. 이 부분이 고민되진 않았어요?
사실 고개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올해는 화면으로 보기에도 확실히 나아졌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제가 이 부분을 딱히 의식하고 고치지는 않는데, 점점 나아질 거라고 봐요. 흔들려서 불편하다거나 목이 아프다는 느낌이 든 적이 정말 없거든요.

프로에 와서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일단 타자들이 정말 잘 쳐요. 공이 자기 존에 들어오면 확실하게 정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웠어요. 고등학교 땐 실투를 던져도 가끔 파울이 나왔거든요. 근데 프로 무대에선 실투가 나오면 여지없이 넘어가더라고요. 그리고 매일매일 경기하는 것도 처음엔 사실 힘들었어요. (어떻게 적응했어요?) 딱히 해결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작년에 해 봐서 그런지 올해는 나름대로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니까 적응도 순조롭네요.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커브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었죠. 올해 딱 두 번 던졌던데, 지금 완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커브는 지금도 계속 연습하고 있고, 연습피칭에서도 종종 던져 보고 있는데 실전에서는 쓸 생각을 아직 안 했어요. 제가 불펜 투수다 보니까 구종이 그렇게 다양하게 필요하지는 않거든요. 일단은 직구와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갑자기 등장곡을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로 바꾼 이유가 궁금해요.
딱히 끌리는 게 없어서 오래 고민했는데, 제가 마운드에서 잡념이 많은 편이에요. 이 선수가 어디가 약하고, 어떻게 던져야 하고, 상대 전적이 어떻고,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머릿속을 덜 복잡하게 해야겠다 싶어서 그에 맞는 새 노래를 골랐습니다.

한화 마스코트 ‘수리’를 닮았다는 말이 많던데, 어떤 것 같아요?
제가 수리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처음 알았어요. 그렇게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마스코트 중에 수리가 있다는 사실은 아는데 저랑 닮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 앞으로 지나갈 때 유심히 봐야겠네요.

또, 스파이더 화보 촬영 엑스트라 컷이 대표 화보가 됐어요.
촬영하자고 제안을 받아서 촬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도 결과물이 괜찮게 나왔더라고요. 다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감독님도 촬영하시고 “이거 괜찮다”라고 칭찬해 주셨고요. (포즈는 직접 정했어요?) 제가 정한 포즈는 없어요. 시켜 주시는 대로 자세를 취했는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얼른 완성본을 보고 싶었죠.

#족보브레이커

장충고등학교에는 ‘독수리 오형제’가 있었죠. 지금도 자주 연락하나요?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거의 매일 연락해요.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그 안에서 누군가 1군에 올라가면 축하해 주기도 하고, 잘 던지면 관련 내용을 올려서 또 축하해 주고요. 두루두루 다 친해서 꾸준히 연락하죠. (어떤 얘길 주로 해요?) 야구 말고는 여행 얘기를 해요. 시즌 끝나고 다 같이 한 번씩 여행을 가거든요. 올해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서 여행 얘기는 따로 없네요.

프로에서 함께하는 친구들의 활약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어요?
제가 던지는 것도 아닌데 긴장이 되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이 친구들과 지금 같은 상황을 상상도 못 했는데, 다들 프로팀에서 뛰고 있으니까 신기한 마음도 크고요. 사람 일은 확실히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가장 상대해 보고 싶은 친구는 누구예요?) 두산 베어스 류현준이요. 저랑 친하기도 하고, 현준이가 확실히 놀리는 맛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만나 보고 싶어요. 작년에 퓨처스리그에서 현준이를 제가 플라이로 잡았는데, 그날 바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류현준 오늘 나한테 플라이 침ㅋ’라고 보냈죠. 다들 난리 납니다.

유급했던 터라 동기들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잖아요. 족보는 어떻게 정리했나요?
전부 친구로 통일했어요. 04년생 입단 선배들과도 친구로, 05년생 입단 동기들과도 친구로 지내는 걸로요. 입단 동기인 05년생 준서가 저랑 친구고, 한 기수 위인 (김)서현이랑 저도 친구인데, 준서랑 서현이는 형 동생 사이인 거죠. (불만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문)현빈이가 자꾸 본인이 형 아니냐고, 친구 하기 싫으니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받아들이고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요.

부모님의 걱정으로 금지당했던 반려견 카롱이와의 산책을 얼마 전에 드디어 성공했다면서요?
사실 산책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게, 제가 일방적으로 들고 돌아다녔어요.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서 바닥에 절대 내려놓지를 않았거든요. 그러고 동네 한 바퀴를 돈 게 다였는데, 그래도 강아지가 불편해하지는 않는 느낌이었어요.

몰래 산책하러 나갔다는 사실이 다 소문났는데, 요새는 산책이 허가됐나요?
이후로 더 나간 적이 없기도 하고, 나갈 계획도 아직 없어요. 다음에는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진짜 산책하는 것도 한번 해 보겠습니다.

쉬는 날에는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보통 본가에 가는 편이긴 한데, 집에 안 가면 오늘처럼 (정)우주랑 밥을 먹거나 선수들이랑 나와서 밥을 먹어요.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종종 목격되더라고요. 대전 맛집을 소개하자면 어디일까요?
일단 보강집에는 무조건 가야 해요. 보강집에서 육사시미, 뭉티기 이런 걸 드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후발대도 맛있고, 감자바위골 칼국수도 맛있습니다. 그래도 보강집이 제일 맛있어요.

원정 경기를 하러 가면 룸메이트는 누구예요?
보통 (엄)상백이 형이랑 써요. 제가 결정한 건 아니고, 어느 날 상백이 형이 저한테 “너 코 고냐?”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안 곤다고 대답했더니 같이 쓰자고 하셔서 룸메이트가 됐습니다. (같이 룸메이트는 못 하겠다 싶은 선수도 있나요?) 같이 쓰기 싫은 것까지는 아닌데, 서현이랑 룸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데 새벽에 정말 놀랐어요. 코를 너무 크게 골아서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인 줄 알고 잠에서 깬 적 있거든요. 그때 잠을 못 잔 기억이 있어서 서현이랑은 힘들 듯해요. 싫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유학파라서 외국인 선수들과도 잘 지낼 것 같은데요. 함께 저녁도 먹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주선된 만남인가요?
(라이언) 와이스가 ‘저녁에 뭐 하냐, 같이 밥 먹자’라고 먼저 제안했어요. 저도 어차피 숙소 생활을 하고, 저녁을 나가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반가웠죠. (코디) 폰세, (에스테반) 플로리얼이랑 다 같이 먹으러 가게 됐어요. 와이스가 ‘쿠우쿠우’에 가고 싶어 해서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저는 초밥 종류를 제일 많이 먹었는데 와이스는 초밥을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 옆에 양식 종류 음식들이 세팅돼 있었는데, 거의 그 종류를 공략했어요.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이 어렵지는 않아요?
만나면 보통 야구나 일상 얘기같이 이런저런 대화를 해요. 근데 그렇게 어렵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건 아니라서 대화하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에요. ‘집에 어떤 물건이 있다’ 하는 자랑도 가끔 하고 비시즌에 놀러 오라는 이야기도 종종 해요.

요즘 빠져 있는 취미도 있나요?
특별히 빠진 건 없어요.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주로 부모님과 연락하고요. 유튜브로는 이글스티비를 제일 자주 봐요. 예전에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요새는 PC방도 자주 안 가게 되네요. 이글스티비에서는 ‘킹착취재’ 시리즈가 제일 재밌어요.

조동욱의 2025년을 기대하고 있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마무리할게요.
일단 팀이 잘 되고 있어서 좋고, 동시에 제가 앞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게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시는 만큼,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응원 많이 해 주시면 앞으로도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0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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