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車 화재가 ICE보다 더 두려운 2가지 이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통 분야 리튬이온배터리·수소 기술 안전 컨설턴트인 윌리엄 S. 러너(William S. Lerner)는 외신 오토블로그와의 최신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카는 배터리가 작아 일반적으로 화재 위험이 낮은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넘어가면 차량에 외부 충전기를 연결하게 되고, 그 순간 약 20~30% 확률로 충전기 측이든 차량 측이든 무언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충전을 시작하면 대부분 80%까지만 충전하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배터리는 감가되는 자산이어서 휴대폰처럼 600~2000회 충전 사이클 후 성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때 많은 사람이 성능 유지를 위해 100%까지 계속 충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즉, PHEV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보다 자주 충전되며 더 많은 전류가 배터리를 통과하고, 충전 과정에서의 결함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제조사 권장 충전량(80%)을 지키지 않고, 노화된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하는 경우 열 폭주 위험이 증가한다.

러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서도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예로 BMW 2025년형 X5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들며, 공간 제약 때문에 배터리가 엔진과 나란히 배치됐고, 차량에는 약 176℃에서 녹는 HDPE 플라스틱 소재 연료탱크가 장착돼 있다고 말했다.

“2025 X5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초기 대응자가 ‘이건 가솔린 화재니까 이렇게 진압하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48볼트 배터리가 불이 붙으면 배터리 셀이 최대 65피트 7인치(약 20m)까지 튀어 나갈 수 있다. 배터리가 불타면 연료탱크가 녹고, 그 순간 가솔린 화재와 배터리 화재가 동시에 발생한다. 즉, 이중 연료로 인해 문제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그는 위와 같이 경고했다. 다만, 아우디처럼 배치 구성이 덜 위험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설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리튬이온배터리가 살아 있는 상태라면, 소방대원들이 서로 다른 유형의 화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이브리드차 화재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하이브리드차는 가솔린 연료탱크가 연소되면 내부 연료가 모두 배출될 수 있다. 또한, 배터리 팩은 셀을 발사할 수 있으니, 초기 대응자는 두 상황 모두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하이브리드차 화재는 온도가 약 5,000℉(약 2,760℃)에 달해, 일반 가솔린 화재(약 1,200~1,500℉, 650~815℃)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연소된다고 강조했다.

러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PHEV, 가솔린차, 순수 전기차(EV)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ICE)보다 고장이 날 수 있는 요소가 2배이고, 한쪽이 고장 나면 다른 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화재가 연료탱크를 태울 수 있고, 반대로 연료탱크 화재가 배터리 외피를 녹여 단락을 일으키면, 서로 다른 진압 전략이 필요한 두 가지 화재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솔린 화재는 진압하면 차량이 불활성화됩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쓰는 차량(마일드 하이브리드, PHEV, 순수 EV)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완전히 끄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단지 ‘억제(suppress)’할 수 있을 뿐이며, 몇 달 뒤에도 재발화할 수 있습니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