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정상 "양국민 안전 보장" 합의…후속조치 이행될까

성도현 2024. 10. 24. 06: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상이 고(故) 지익주(당시 53세) 씨 피살 사건을 논의하며 양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지 주목된다.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2016년 발생한 필리핀 한인 사업가 지익주 씨 납치 살해 사건 주범에 대한 형 집행을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경찰 '마약과의 전쟁' 초법적 살인 재수사 가능성도
현지 정부 단호한 의지가 관건…"한국 정부 제대로 목소리 내야"
악수하는 한·필리핀 정상 (마닐라=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7 [공동취재]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상이 고(故) 지익주(당시 53세) 씨 피살 사건을 논의하며 양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지 주목된다.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2016년 발생한 필리핀 한인 사업가 지익주 씨 납치 살해 사건 주범에 대한 형 집행을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고(故) 지익주씨 피살 사건 상원 청문회에 나온 라파엘 둠라오 [일간 인콰이어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범은 비호 세력 보호 아래 여론 잠잠해지길 기다릴 듯"

주범인 전직 필리핀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 라파엘 둠라오는 항소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자 형 집행이 이뤄지기 전 도주하면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현지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필리핀 경찰청(PNP) 최고위 간부 등 경찰 내부 연루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던 사건"이라며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대상 범죄는 윗선의 개입이나 비호, 명령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 과정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한 주범이 지금 입을 열면 사건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비호 세력의 보호를 받으면서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재임 당시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 당시 6천명 이상이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고 숨진 '초사법적 살인'(EJKs·Extrajudicial Killings)이 자행된 시기에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반인륜 범죄를 자행했다는 등의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두테르테, 경찰에 피살된 한인 사업가 부인 만나 사과 (마닐라 EPA=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17년 1월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자국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살해된 한국인 사업가 지익주(당시 53세) 씨의 부인 최경진 씨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5월 중간선거 앞두고 '마약과의 전쟁' 부각될 수도

필리핀 법조계 일각에서는 상·하원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내년 5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때 '정치적 동맹'을 맺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마르코스 현 대통령 측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비난하는 등 두 가문은 충돌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필리핀 경찰청이 마약과의 전쟁 당시 숨진 유명 인사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필리핀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공정한 정의와 국가의 법치주의에 대한 보편적 준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라는 입장도 냈다.

동포사회의 한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가 지씨 사건 재수사나 ICC 수사관의 입국을 허용할 수도 있다"며 "필리핀 경찰의 조직적이며 오래된 외국인 납치 비즈니스나 필리핀 신구 권력 충돌 게이트 등의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씨 사건의 경우 수사와 기소를 거쳐 범인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지씨가 왜 범행의 대상이 됐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용의선상에 올랐던 최고위 경찰 간부 등에 대한 '꼬리 자르기'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고 지익주 씨 8주기 추모식 (서울=연합뉴스) 2016년 필리핀 경찰관들에 의해 납치된 후 살해된 한인 사업가 고(故) 지익주(당시 53세) 씨의 8주기 추모식이 18일 사건 발생 장소였던 마닐라 경찰청 본부에서 열렸다. 사진은 이날 추모식에서 필리핀 경찰들이 헌화하는 모습. 2024.10.18 [필리핀한인총연합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필리핀 정부 의지에 달려…한국도 제대로 목소리 내야"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 사건의 의혹 해소와 주범 체포는 필리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식통은 "고질적인 치안 불안, 외국인 관련 범죄 빈발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 확산과 외국인 투자 및 방문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필리핀 정부가 단호한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도 유럽연합(EU)처럼 경제적 지원 보류나 인권 보호 정책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실상은 양국 외교·경제 교류 등을 감안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정부가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 대사 초치 등 외교적 항의에 나서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역대 대통령과 여야, 외교부, 대사관 등의 대응 방식은 교민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raphae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