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잡다 농사꾼 잡을라… 땅값 하락 ‘우려’ [집중취재]

김민 기자 2026. 4.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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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농민들은 농지 전수조사를 통한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농지 가격 하락에 따른 노후자산 감소와 임차 불안정 등 영세농민의 생계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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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투기 수요’ 차단 공감하지만
처분 물량 쏠리면 거래절벽·가격인하 ‘압박’
도내 고령농 83.7% 노후자산·생계위축 직격
농식품부, 임차농 보호에 전문가 등 논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직접적 연관은 없습니다. 경기일보DB


경기도내 농민들은 농지 전수조사를 통한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농지 가격 하락에 따른 노후자산 감소와 임차 불안정 등 영세농민의 생계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농림어업조사’를 살펴보면 경기도내 농가 경영주 10만6천373가구 중 70세 이상이 4만8천260가구(45.4%)로 가장 많다. 60대(4만830가구)를 포함한 고령층 비중은 83.7%에 달한다.

문제는 소득 활동이 제한적인 고령농일수록 농지는 생활자금을 융통하거나 노후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에 대한 자산가치 보전 방안이 전무한 만큼 자칫 투기세력보다 영세 고령농에게 더욱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을 적발하면 즉각적인 행정 처분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경우 처분 대상 지주들이 단기간 내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고령농은 소득 여력이 부족해 매각 시점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격 하락 국면에 더욱 취약하다.

여기에 규제 강화에 대한 불안으로 매수세까지 위축된다면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 압력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처분 대상 농지가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는 상황에서 수요가 따라붙지 못하면 투기 목적이 아닌 정상적으로 농지를 보유해 온 고령농까지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민들의 노후 보루인 농지연금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농지연금 월 지급금은 가입 당시 담보 농지의 공시지가(100%)나 감정평가액(90%)을 기준으로 산정돼 지가 하락 시 똑같은 땅을 맡기더라도 신규 가입자의 수령액이 줄어든다. 가령 70세 농민이 종신형으로 가입할 경우 농지 가액이 1억원만 낮아져도 월 수령액은 약 39만원 감소한다.

임차농의 권리 보호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기지역 전체 농가 가운데 임차 비중은 45.0%에 이른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비공식 임차까지 감안하면 이 같은 비중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로 부재 지주들이 단속·처분 압박을 받는다면 그 부담이 임차농에게 전가돼 계약 해지나 임대료 인상 등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전용중 여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임대차 계약 당사자들이) 대부분 동네 사람이다 보니 서로 집안 사정도 알고 있어 구두로 계약하는 일이 잦다. (이들이) 자칫 경작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며 “임차농은 (불법 행위를) 신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 직불금 부정수급을 신고했다가 마을에서 ‘블랙리스트’로 찍히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인위적으로 농지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불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동시에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어서 자산가치 보전은 보장하기 어렵다”면서도 “임차농 보호와 관련해 관계기관, 농민단체, 전문가 등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5월부터 첫 농지 전수조사…‘투기 차단’ 내세워 경기도 정조준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60416580583

김민 기자 kimmi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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