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갈등 항우연·탐사 정조준 천문연…우주청 시대 첫 수장에 쏠린 눈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된 후 처음으로 새 수장을 선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신임 원장에 누가 선임될지 관심이 쏠린다. 우주청 연구개발(R&D)의 주축이 될 두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첫 단추를 꿰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기관 내부에서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이끌 인물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 십년 동안 대동소이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예산 편성 양상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신임 원장 인사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항우연과 천문연 이사회는 최근 각각 원장추천심사위원회(이하 원추위)를 열고 신임 원장 후보자 3배수를 결정했다.
항우연은 원장 후보자 3명 중 2명이 외부 인사다. 이상철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최환석 항우연 발사체연구소장이 추려진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내외적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외부 출신 인사가 주류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항우연은 외부적으로는 차세대 발사체 기술의 지식재산권(IP) 소유권을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우주 분야 산업의 주도권이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R&D 사업의 소유권은 다양한 대규모 사업의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최근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가 해당 건에 대해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직접 타협의 주체가 돼야 할 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 내부적으로는 임금체계를 둘러싼 노조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다. 연구 인력이 주축을 이루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 낸 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 소송의 1심 판결이 10월 예정됐다. 연구수당을 퇴직금과 퇴직연금 부담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같은 노조가 제기한 소송도 1심이 진행 중이다.
행정 인력이 속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연구개발능률성과급 삭감에 반발하며 지난달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현행 임금 제도가 행정 인력에 불리하게 운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우연을 둘러싼 내외부 갈등이 기존 정부출연연구기관 임금체계를 바꾸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출연연 전체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우연 한 노조 관계자는 "신임 원장과 임기가 다한 현 원장 모두 주무기관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긴밀하게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연은 우주 분야가 전문인 새 원장의 선임 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올해 개원 50주년을 맞은 천문연의 역대 원장은 대부분 '순수 천문학'이 전문 분야였다. 우주 탐사나 연구 분야에서 원장이 배출된 사례는 위성항법 전문가인 박필호 전 원장과 우주환경 연구에 주력해온 박영득 현 원장 정도가 꼽힌다. 우주 분야가 전문인 연구 인력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만큼 우주 분야에서 수장이 탄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원장 후보 3배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는 전원 천문연 내부 연구자다. 박장현 책임연구원은 우주물체 감시체계 전문가로 우주 궤도 계산의 권위자로 여겨진다. 박병곤 대형망원경사업단장 책임연구원은 광학관측연구가 주요 연구 분야다. 세 후보 중 유일한 천문학계 연구자로 여겨진다. 육인수 부원장은 우주 관측에 특화된 광학 연구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천문학과 우주탐사 분야의 중간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문연은 우주청 산하로 이관되면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우주탐사 임무를 탐색하는 역할을 주도하게 된다. 우주 분야에서 영역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우주 분야 전문가가 등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천문연 원로 연구자는 "연구원이 다룰 수 있는 연구 분야가 확장되는 기회로 새로운 리더의 역량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며 "연구자들은 공청회를 통해 운영 계획을 경청하고 가장 적절한 원장이 누구인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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