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끈’ 하나로 소통…“보이지 않아도 10km 달리기 거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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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좁아지면 끈을 당겨주세요."
지난달 9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문화의 마당.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달리며 위험 요소를 알리고 안전한 길로 이끄는 조력자다.
해당 캠페인은 시민 참가자가 여의도 둘레길 구간에서 1km를 달릴 때마다 장애인 생활체육 기부금으로 100원씩 적립되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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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하나로 연결된 달리기 짝꿍
연말 하프 마라톤도 함께 도전
1km마다 100원씩 적립해 기부
“약자와 동행하는 러닝 마련”
지난달 9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문화의 마당. 환한 가로등 불빛 아래 운동복 차림의 시민 30명이 강사의 구령에 따라 팔굽혀펴기와 플랭크 동작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가이드 러너’가 되어 보는 서울시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었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인 러너와 함께 달리며 위험 요소를 알리고 안전한 길로 이끄는 조력자다. 해당 프로그램에선 총 7주에 걸쳐 시각 장애인 안내 방법을 배우고 5km, 10km 동행 러닝 실습을 진행한다.
● 끈 하나로 소통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가이드 러너와 시각 장애인 러너는 ‘믿음의 끈’이란 이름을 가진 끈 하나로 이어진다. 각자 손목이나 팔에 끈 양 끝에 있는 고리를 끼우고 끈을 당기거나 풀면서 소통할 수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VMK) 소속 시각장애인 러너들과 함께 장애물을 피하는 요령에 대해 교육받았다. 교육 조교로 참여한 중증 시각장애인 러너 이주호 씨(52·서울 강서구)는 기자의 왼팔을 잡은 채 붉은색 끈을 손에 쥐여 주며 “천천히 걸어나가면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행 러닝도 곧바로 이어졌다. 가이드 러너들은 각자 짝꿍으로 매칭된 시각장애인 러너와 짝을 이뤄 여의도 공원 일대 2.5km를 세 차례 뛰었다. 가이드 러너들은 짝꿍과 발맞춰 뛰면서도 “바닥이 흙길로 바뀝니다” “곧 오르막길이에요”라며 주변 환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1km당 6분 30초 페이스로 뛰면서도 4주 차에 접어들면서 익숙한 듯 힘든 기색 없이 또박또박 발음이 새지 않았다. 짝꿍들도 “파이팅” “가봅시다”라며 힘차게 달려 나갔다.
8년 차 러너로서 가이드 러너 교육에 참여한 직장인 조민규 씨(32·경기 고양시)는 “지난주 짝과 발이 착착 맞기 시작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대회를 준비하는 동료로서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으로 만난 이들은 ‘서울 레이스’ 등 연말 주요 마라톤대회에 함께 도전하는 등 인연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운동 문화가 널리 퍼지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약자와 동행하는 러닝 프로그램
올해 초 서울시와 LG전자가 장애인 체육인들을 위해 진행한 사회공헌 캠페인 ‘챌린지 런’의 결실도 곧 나타난다. 해당 캠페인은 시민 참가자가 여의도 둘레길 구간에서 1km를 달릴 때마다 장애인 생활체육 기부금으로 100원씩 적립되는 행사였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현재 뇌병변 장애인 10명이 비장애인과 팀을 이뤄 연말 10km 이하 달리기 대회 완주를 목표로 20주에 걸쳐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은 바퀴 3개로 몸을 지탱해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보행기 ‘프레임 러닝’을 사용해 다음 달 3일 첫 대회 도전에 나선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약자와 동행하는 러닝’을 주제로 다양한 시민 참여형 러닝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연말까지 여의도에서 러닝 관련 체험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지하 1층 ‘러너 스테이션’에선 특수 장비로 개인 호흡 능력을 측정해 유산소 운동 능력과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주는 프로그램이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달 연말 주요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안전한 달리기를 위해 대회 전날 몸풀기 운동하는 ‘쉐이크 아웃런’도 운영한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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