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견제구] 42억 불펜 쇼핑한 KIA, 벌떼 야구는 통할까?
- 최형우-박찬호 떠난 자리에 조상우·김범수·홍건희... "불펜 방화 1위" 오명 씻기 위한 KIA의 극약 처방
- 2024 챔피언의 8위 추락 충격, 답은 '지키는 야구'뿐... B등급 보상 감수한 김범수 영입, 8월의 악몽 지울까
- 블론세이브 21개의 악몽 딛고 리그 최강 허리 구축... 김도영·나성범 어깨 무거워진 타선, '1점 차 승부'가 관건이다

2024년 통합 우승의 샴페인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8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든 KIA 타이거즈.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스토브리그 막판, KIA가 단 하루 만에 총액 42억 원을 쏟아부으며 조상우, 김범수, 홍건희라는 '불펜 트리오'를 한꺼번에 장바구니에 담았다.

무너진 마운드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는 가상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안방마님과 다름없던 최형우와 살림꾼 박찬호가 빠져나간 구멍을 '불펜 보강'만으로 메울 수 있다고 믿는가?
물론 성공한다면 전략적 역발상이겠지만 당장은 눈앞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전형적인 '패닉 바잉'의 느낌이 강하다.

▲ '평균자책점 5.22'의 트라우마, 돈으로 해결될까
지난해 KIA 불펜이 보여준 행보는 그야말로 호러쇼였다.
앞서고 있어도 불안하고, 접전이면 여지없이 무너졌다.
21개의 블론세이브와 25번의 역전패를 기록한 팀이 8위 이상을 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그래서 데려온 카드가 김범수와 홍건희다.
3년 최대 20억 원을 안긴 김범수는 분명 매력적인 좌완 강속구 투수다. 하지만 'FA 직전 커리어 하이'라는 꼬리표는 늘 위험한 법이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커브로 잡았다지만, 타자 친화적인 챔피언스 필드에서도 그 공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친정 복귀'라는 감성적 서사로 포장된 홍건희 역시 전성기의 구위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방패는 두꺼워졌을지 몰라도, 창 끝은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0-0 상황에서 아무리 무실점으로 버틴들, 1점을 내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
42억 원을 불펜에 쏟아붓는 동안, 정작 타선의 공백을 메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마치 안방 가구가 다 빠져나간 빈집에 고가의 방범 장치만 설치하는 꼴이다.

▲ 타선은 '빈집'인데 성문만 걸어 잠근다?
더 큰 문제는 '지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선 일단 '지킬 점수'가 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모순에 있다.
KIA는 이번 겨울 타선의 핵심인 최형우와 박찬호를 동시에 잃었다.
나성범과 김도영의 풀타임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형우가 뿜어내던 중압감과 박찬호가 휘저어놓던 기동력은 하루아침에 복구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투수는 소모품이다. '벌떼 야구'는 필연적으로 과부하를 동반하며,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을 잃기 십상이다.
8위의 굴욕을 씻기 위해 선택한 42억 원의 승부수가 '명가 재건'의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고액 연봉 불펜진'이라는 무거운 짐으로 남을지는 이제 이범호 감독의 운용 능력에 달렸다.
한 가지만 명심하자. 야구는 결국 점수를 더 많이 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KIA가 2026시즌에 보여줄 야구가 '지루한 버티기'가 될지, '압도적인 지키기'가 될지는 42억 원의 주인공들이 증명해야 할 숙제다.

글/구성: 민상현 칼럼니스트, 김PD
# 2025 KBO 팀불펜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