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 초대 받은 듯한 전통음악 공연 피켓팅 치열

이강은 2024. 2. 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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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저녁, 겨울 끝자락의 함박눈까지 내려 운치가 더해진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전통 가락과 소리가 은근히 퍼져나갔다.

'풍류'를 주제로 다양한 전통음악 연주를 통해 낭만과 감동이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夜宴·밤잔치)' 공연이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가 담긴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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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덕수궁 야연’ 인기

지난 21일 저녁, 겨울 끝자락의 함박눈까지 내려 운치가 더해진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전통 가락과 소리가 은근히 퍼져나갔다. ‘풍류’를 주제로 다양한 전통음악 연주를 통해 낭만과 감동이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夜宴·밤잔치)’ 공연이 대한제국 황실의 역사가 담긴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덕수궁 야연’ 첫 공연은 대한제국 시절 덕수궁 내에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 ‘정관헌(靜觀軒)’에서 열렸다. 당시 고즈넉한 고궁의 저녁에 어울릴 만한 정악과 민요, 부채춤, 판소리 등을 국악원 정악단·민속악단·창작악단이 사흘간 공연했는데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 21일 덕수궁 석조전 중앙홀에서 열린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 공연 현장. 국립국악원 제공
‘덕수궁 야연’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석조전에 사상 처음 마련된 이번 전통음악 무대 역시 21∼22일, 28∼29일 4차례 공연 모두 전석(60석) 무료 선착순(덕수궁 입장료는 별도)으로 제공된 표가 단 몇 분 만에 매진됐다. 비가 눈으로 변한 궂은 날씨였던 21일에도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 예약)’에 성공한 남녀노소 관람객이 빠짐없이 찾아 석조전 중앙홀 객석을 메웠다.
지난 21일 덕수궁 석조전 중앙홀에서 열린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 공연 현장. 국립국악원 제공
생황의 깊고 부드러운 음색과 높고 영롱한 소리를 내는 단소의 가락이 어우러진 정악단의 ‘수룡음(水龍吟)’ 연주부터 관객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수룡음은 ‘물 속의 용이 읊조린다’는 뜻으로 갑진년 용의 해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어 세월의 흐름을 탄식하면서도 새봄을 기쁘게 맞이하는 심정을 노래한 시조 ‘세월이’까지 정악단을 마친 뒤, 민속악단이 청아한 대금산조와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사랑가’를 들려줬다.  
지난 21일 덕수궁 석조전 중앙홀에서 열린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 공연 현장. 국립국악원 제공
마지막 주자인 창작악단은 동해 일출의 장엄한 광경을 거문고로 표현한 ‘일출’과 다채로운 봄의 모습을 그려낸 ‘봄을 여는 소리, 아리랑’을 들고 나왔는데 연주가 끝나자 환호가 쏟아졌다. 
지난 21일 덕수궁 석조전 중앙홀에서 열린 국립국악원의 ‘덕수궁 야연’ 공연 현장. 국립국악원 제공
관객들은 마치 옛 대한제국 황실의 초대를 받아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전통음악을 즐긴 듯한 이색적인 경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만 따로 무대가 설치되지 못하고 홀 바닥에 놓인 의자에 앉다보니 앞줄 관객 머리에 가려 연주 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국악원은 올해 ‘덕수궁 야연’을 시작으로 일상에서 국악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전국의 궁이나 서원 등 문화 공간에서 40여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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