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마을버스 보고서] 마을버스, 해외선 이렇게 ‘달린다’
이용자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마을버스는 중요한 이동수단이다. 특히 지방 고령층 교통약자들에게 있어 소중한 발이 돼 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마을버스를 이용한 수단통행량은 약 6억7,000건. 전체 대중교통 수단통행량의 약 8.4%에 달한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국내선 마을버스 노선을 감축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속적인 이용자 감소, 운영 적자 때문이다. 서울시만해도 마을버스 노선 중 70%가 지난해 운행횟수를 평균 17% 감축했다. 따라서 마을버스의 유지 및 안정적 대체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국내 사례만 분석해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일본, 영국 등 해외 국가들의 마을버스 운용 현황, 그리고 이용률 감소 대응책을 살펴봤다.
◇ 한국과 닮은 영국, 교통이 말라간다
한국과 해외 국가 간 ‘마을버스’의 개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마을버스는 농어촌버스와는 엄연히 다르게 구분된다. 마을버스는 주로 민간사업자를 통해 기초지역단체에서 운영되며 입석형이다. 반면 농어촌버스는 마을버스와 유사하지만 직행좌석형, 좌석형, 일반형으로 나뉘며 행정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와 유사한 마을버스 운용 상황을 보여주는 국가는 ‘영국’이다.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교통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교통 사막화란 농·어촌 지역의 교통 인프라가 감소하는 현상이다.
영국 농촌보존위원회(CPRE, Campaign to Protect Rural England)에 따르면 영국 내 소규모 농촌 지역의 56%는 교통 사막이 되거나 조만간 그렇게 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 감소, 지역 발전 저하가 원인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역 소멸이 가속화되는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을버스는 영국 농촌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CPRE가 2021년 발표한 ‘영국 농촌을 위한 포괄적인 버스 네트워크’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마을에서 거주하는 주민은 도심 거주 주민보다 마을버스 이용에 주당 거의 두 배 이상 많은 교통비를 지출했다. 또한 영국 전 지역에서는 매일 350만회 이상 마을버스가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농촌의 오아시스인 마을버스는 말라가는 실정이다. 2008년 영국 정부는 농촌 내 마을버스 서비스에 대한 ‘링 펜싱(Ring-fencing)’ 자금을 중단했다. ‘보호막’을 뜻하는 링 펜싱은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재정을 부담해주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영국 농촌 마을버스 1,845개의 신규 및 개선 노선에 제공됐던 보조금 제도도 종료됐다.
◇ 코로나의 역설, 마을버스가 살아난 일본
이와 반대로 ‘일본’은 가장 마을버스가 잘 운영되고 있는 국가다. 일본은 현재 ‘코미버스(コミュニティーバス)’라 불리는 마을버스를 운영 중이다. 이는 커뮤니티 버스의 줄임말이다. 운영 방식은 한국 마을버스와 유사하다. 지자체에서 노선을 주관하고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코미버스 서비스는 ‘치이버스(ちぃばす)’ 노선이 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지역 5개 노선으로 운영된다. 운영 노선은 △다마치 루트 △아카사카 루트 △아자부 르트 △아오야마 루트 △다카나와 루트 등으로 이뤄졌다.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쇼핑을 목적으로 여행객들이 다수 탑승한다. 승차 요금은 100엔(한화 약 9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본 마을버스 운용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이용 활성화다. 홋카이도 무라버스 이용자 일본 국토교통성(国土交通省)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홋카이도 무라버스 이용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5,784명이었던 이용자 수는 2022년 9,184명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1만7,491명으로 증가했다. 2년 새 200% 증가했다.
무라버스만이 아니다. 일본 지역은 전체적으로 마을버스 이용자 수 자체는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성에서 지난 6월 18일 일본 국회에 제출한 ‘2023년 교통 동향 및 2024년 교통 시책 백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일본 내 코미버스 운행 대수는 1,549대였으나 2022년 3,749대로 142%나 늘었다.
흥미로운 점은 마을버스의 이용은 증가했으나 ‘시내버스’ 노선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일본의 도시·지방 내 일반버스 수송인원은 2018년 기준 12억9,700만명이었다. 하지만 2020년 급감하기 시작, 9억2,600만명까지 줄었다. 이후 조금 회복하긴 했으나 2022년 10억2,800만명에 그쳐 이용자 수는 과거에 비해 약 21% 줄어든 상태다.
이 같은 추세는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주민 이탈 현상 가속화, 관광사업 저조 등으로 수지가 악화되면서 중장거리 노선을 제외한 버스 노선 대다수가 폐지됐다. 이때 시내·시외버스의 빈자리를 운영비가 싼 마을버스가 대체했다는 것이 일본 국토교통성 측 분석이다.
◇ AI부터 미니철도까지… 교통약자를 위한 해법 찾는 국가들
물론 일본 마을버스 운용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본도 고령화 사회, 지역 소멸 등 문제로 인해 마을버스 노선이 줄어드는 곳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9월 규슈 지역의 나가사키현 시마바라시에서는 중장거리 노선 일부를 제외한 모든 마을버스 노선이 폐지됐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 코로나19로 인한 수지악화가 원인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본에서는 마을버스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홋카이도 오비히로시는 최근 AI 온디맨드 교통’을 새롭게 도입했다. AI가 승객을 매칭해주는 ‘사전예약제 승차공유형’ 마을버스다. 홋카이도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용자 수는 약 2,7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지난 4월부터 홋카이도 카미시호로초에서는 ‘AI 자율주행버스’가 등장했다. 지난 2022년부터 운행 중인 자율주행 마을버스에 ‘AI 버스기사’를 적용한 형태다. 간단한 노선만 AI가 담당하긴 하지만 인건비, 버스기사 노동 강도 감소 등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홋카이도시는 올해 안에 완전 무인으로 자동운전이 가능한 ‘레벨4’ 단계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AI 버스기사 시스템은 일본의 빅데이터·AI 개발기업 ‘스파이스박스(Spicebox)’에서 개발했다.
그러나 일본 마을버스 운용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화, 경제, 사회 인프라가 비슷하긴 하지만 국내와는 확실히 다르다. 특히 국내 마을버스 사업은 매년 큰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새로운 시스템을 무리해서 도입하는 것은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다른 교통수단이 마을버스를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트램, 미니 전철 등 ‘소형 철도’의 도입으로 보고 있다. 건설 기간, 비용 등 자원이 적게들 뿐만 아니라 운용·관리도 쉽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철도 대비 접근이 어려운 도서지역에도 설치가 쉬운 것도 장점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통학과 연구팀은 2021년 농촌 내 마을버스 서비스를 철도로 대체했을 시 발생하는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마을과 주변 농촌 지역 간 이동이 활발한 스웨덴 남부 28개 마을이었다. 분석 결과, 철도가 도입된 지역은 1년간 교통 이용률이 38% 증가했다. 반면 마을버스가 유지된 곳의 이용률은 4%에 그쳐 사실상 변화가 거의 없었다.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마을버스를 없애는 것은 대중 교통망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마을 밖 농촌 지역 생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마을버스가 철도 서비스로 대체될 경우 농촌 지역의 교통 활성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사위크=박설민·김두완·이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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