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인정한 반도체 위기…'5만전자' 어디까지 가나 [산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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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밀리고, 미래 먹거리이자 인공지능(AI)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메모리 1위라는 지위마저 경쟁사에 내줄 판입니다.
산업부 김한나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죠?
[기자]
앞서 국내와 해외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몇 번 낮췄거든요.
원래는 영업이익 14조 원대였다가 최근엔 10조 원대로 낮춰 잡았는데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천억 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2% 줄었습니다.
반도체는 영업이익이 어떤가로 실적을 비교합니다.
PC용 D램 중에서도 기술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누가 더 잘하고 있냐가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기술력이 중요한 것이죠.
이번에 잠정 실적이었기 때문에 사업부별 실적이 안 나오거든요.
그런데 잠정 실적이 나온 직후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 부문장이 "송구하다"며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도체 때문에 실적이 안 좋았다는 방증입니다.
[앵커]
이러한 사과는 굉장히 이례적이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간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거나 투자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있는지 찾아봤는데요.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DX부문 그러니까 가전제품 부문이 부진할 때 한종희 당시 사장이나 경계현 사장이 비슷하게 언급한 적은 있었습니다.
그마저도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지난해 시무식에서 - 한종희 사장과 경계현 사장은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라고 했고요.
DS 부문에서 있었나 봤더니 2019년 3월 주총에서 김기남 당시 사장이 "위기 속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실적을 발표한 당일에 별도 입장문을 내고 사과한 적은 처음인데요.
앞으로도 반도체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박재근 /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전영현 부회장이 발표한 것 자체는 혁신을 해보겠다는 거(잖아요). 부문장이 분석을 해보니까 이 방법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앵커]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 아닌가 싶다는 것이죠.
메모리 분야 1위 수성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기자]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이번달 말 발표되는데요.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1조 5천억 원가량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칩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선두 주자로 엔비디아에 신제품을 가장 먼저 공급하고 있는데요.
HBM으로 보면 8단, 12단 이렇게 단이 올라갈수록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보는데 SK하이닉스는 8단은 이미 엔비디아에 납품을 했고 12단 양산도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8단, 즉 5세대 HBM조차 아직도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HBM이 중요한 이유는 이게 인공지능(AI), 그러니까 미래 먹거리 시장의 핵심 제품이기 때문이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메모리 시장'이 양극화된 가운데 값이 싼 범용 D램의 수요는 부진하지만 고부가가치 D램인 HBM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HBM이 메모리 업계에서 기술력과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형준 / 차세대지능형 반도체사업단장 : AI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HBM입니다. HBM으로 만들어서 팔면 8배나 비싸고… SK하이닉스가 메이저 공급 업체죠. 삼성은 아직도 (공급을) 못하고 있습니다. (HBM)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는 2분기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HBM을 앞세운 SK하이닉스가 격차를 줄이면서 삼성전자가 D램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앵커]
파운드리 강자는 대만의 TSMC잖아요.
여기서도 삼성전자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기자]
TSMC가 글로벌 1위고 삼성전자가 2위인데 점유율 차이가 큽니다.
이미 50% p 이상 벌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에선 낮은 수율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애플과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TSMC에 몰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주가 부진하자 평택 파운드리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고 파운드리 라인을 메모리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와 관련해 "분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굵직한 행사를 연달아 백지화하거나 축소했죠?
[기자]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진행 예정인 '반도체 50주년 행사'를 보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번달 독일·일본·중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기로 했던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도 온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50주년이라는 행사 취소는 총수를 비롯해서 내외적인 분위기가 행사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의미를 반영한 겁니다). 분위기가 안 좋기 때문에 취소한 게 아닌가 (합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9년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서 파운드리 시장 1위 달성을 공언했지만 5년 남은 지금 이 시점에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일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수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상적인 조치라고 밝혔지만 반도체 사업 부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주가 얘기 좀 해보죠.
5만 전자 심리적 지지선이었는데 이미 장중 5만 원을 터치한 게 몇 차례 됐잖아요?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 2일, 7일, 8일 장중 5만원선을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오늘(10일) 종가 기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6만원선이 1년 7개월 만에 무너졌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8만 8천800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는데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 품질 검증을 실패했다는 소식에 7만 원대로 내려갔습니다.
이후 모건스탠리 보고서 '반도체 겨울론'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9월에는 6만 원대로 주저앉은 가운데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반도체 겨울론이라고 하기엔 TSMC나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많이 하락하진 않았잖아요?
[기자]
TSMC와 SK하이닉스는 한 달 새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의 원인은 기술력에 대한 우려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들어보시죠.
[노근창 /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삼성전자가) 열심히 연구개발 안 해서 생긴 (일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했고 내부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들은 지난 6월부터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주가 하락을 수습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감축설에 이어 국내에서도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인력 조정과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김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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