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슬램게임: 드래프트에 참가하시겠습니까?] (001) 고려대 박정환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제 무기예요”

[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KBL 신인드래프트는 단 하루. 그 하루를 위해 살아온 시간은 수년. ‘2025 슬램게임’은 드래프트 지명과 KBL 무대 데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증명해야 할 의무를 가진 대학 농구 일원들의 생존기록을 담았다. 001번 참가자는 고려대 박정환이다.
#001_Scan. 001번 참가자: 박정환
박정환의 농구 인생은 어쩌면 예정된 길이었다. 그의 아버지 박종덕 현 문화중 코치 역시 프로농구선수 출신이다. 집안에 농구공이 늘 굴러다녔고, 그것은 어린 박정환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착 장난감이었다.
“아빠가 농구선수셔서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농구공을 만졌던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할 수 있을 때부터 늘 농구공이 곁에 있었죠. 네다섯 살 무렵부터는 ‘나는 농구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클럽 활동으로 농구를 즐겼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아버지는 ‘중학교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렸으나, 박정환은 한 달 넘게 조르며 설득했다. 그렇게 농구 인생의 궤도는 빠르게 정해졌다.
초등학교 시절의 박정환은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팀이 지면 개인 기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제가 20~30점을 넣어도 팀이 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 깨달았죠. 내가 아무리 잘해도 팀이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구나. 결국 내가 더 잘해야 팀이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잠시 부산에 내려갔던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삼선초를 졸업하고 삼선중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스카우트 제안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삼선중을 택했다.
중학교 시절 박정환은 평균 25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이자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존재였다. 어린 나이에 ‘경기의 판도를 바꾸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그는 삼선중의 연계 학교인 경복고 대신 용산고를 선택했다. 그 배경에는 이세범 코치의 존재가 컸다.
“중학교 때는 단순히 골 넣고 수비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성인, 대학 선수들과 맞붙어야 했죠. 이세범 코치님을 만나면서 농구의 디테일과 깊이를 알게 됐어요. 단순히 스피드와 피지컬이 아니라, 어떤 부분을 공략하고 수비할지 고민하면서 농구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어요.”

“NBA나 KBL 선수들만 봐도 다 능력이 좋잖아요. 그런데 거기서까지 욕심을 부리면 팀이 우승하기 힘들어요. 희생하고, 팀원을 살려주는 플레이가 필요하죠. (여)준석이는 말할 것도 없고 김승우(연세대), 신주영(한국가스공사) 같은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저는 제 공격을 과시하기보다는 동료들을 살리고, 기회가 오면 과감히 던지는 식으로 했어요.”

박정환은 용산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진학했다. 사실 박정환의 대학 무대 데뷔는 시작부터 특별했다. 신입생 시절 그는 이미 ‘1학년답지 않은 노련함’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도자들과 선수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코트의 흐름을 읽으며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은 마치 베테랑 같았다. “박정환은 1학년인데도 4학년처럼 경기 운영을 했다”, “큰 무대에서 전혀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다”는 말들이 수식어로 따라붙었다. 실제로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전과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도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고 주희정 감독의 신뢰를 증명했다. 12개 대학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입생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것도 그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고려대를 선택한 것도 주저함이 없었다. “주희정 감독님은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세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짚어주셨고, 농구뿐 아니라 인생과 사회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죠. 고려대 진학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감독님, 코치님 모두 워낙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박정환이 말하는 감독에 대한 신뢰는 곧 대학 생활의 동력이 됐다. 주희정 감독 역시 박정환에 대해 “똑똑하고 팀에 꼭 필요한 선수,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2023년 MBC배 결승전 고려대가 연세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에는, 차분하게 팀을 조율하며 필요할 땐 해결사로 나선 박정환이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38분 16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3점슛 4개 포함 16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고려대의 공격과 수비, 리듬은 모두 그의 손끝에서 흘러갔고 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그 무대는 박정환을 위한 대회였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2학년 MBC배 이후로는 거의 아무것도 못 했어요. 경기를 못 뛰는 건 당연했죠. 그래서 제일 힘든 시기였어요. 운동을 못하고 쉴 수밖에 없는 부상이었어서요. 제가 열심히 해야 되는 부분이 아닌 몸을 회복해야 되니까. 그게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답답하기도 하고 부상이 제 마음대로 컨트롤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때 든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몸은 회복되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재활 운동과 농구 분석. 몸 대신 머리를 쓰는 작업이었죠.”
멈출 수밖에 없었던 시간은 그에게 절망이었지만 동시에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박정환은 부정적인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놓치지 않은 것이다. 경기를 운영하는 가드로서 지닌 똑똑함과 상황 판단 능력, 그리고 농구를 분석함으로서 본인 상황에 최선을 다했다.
그랬던 박정환은 이제 팀의 주장으로서 마지막 대학 시즌을 치르고 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동료를 살리는 패스, 그리고 필요할 때 과감한 공격까지 이미 그의 능력은 증명됐다. 프로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내구성이다. 더 이상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것.
“MBC배 이후로 몸이 많이 회복됐어요. 컨디션이 올라온 것도 느끼고 있고 일본에서도 좋은 성적도 냈으니까요. 후반기에 게임 타임도 늘려가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입학하고 리그 전승을 한번도 못했어요. 전승, 그리고 우승할 수 있게 제가 한발 더 뛰고 팀원들 이끌면서 우승하고 싶죠. 그리고 프로에서 필요한 선수, 건강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003_Application. (드래프트 참여를 원하십니까?)
치열한 경쟁 속 자기 PR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진다. 취업준비생인 드래프트 도전자들이 입사 희망 기업인 KBL 10개 구단에 왜 다른 도전자들보다 자신을 선발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해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25슬램게임’은 각 도전자들에게 ‘1분 자기소개’의 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저는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진 선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농구를 접하며 일찍이 높은 이해도를 쌓아왔어요. 부상으로 인해 코트 밖에서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 경험 또한 제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몸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온다면, 그동안 준비해온 것을 반드시 증명해낼 수 있어요. 상위권 학교의 과정을 밟으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고점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궤도에만 올라선다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체력을 보완하며 자신감을 더욱 단단히 쌓고 있습니다.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도 제 무기인 것 같아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거라 확신해요. 자신 있습니다.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누구나 행복한 상상이라는 것을 해본 적 있지 않나. KBL 일원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드래프트 참가자들은 저마다 한 번씩 “내가 프로 선수라면?”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프로 선수가 된 당신은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팬들과 동료들에게 어떤 칭호를 받는 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똑똑한 선수요. 그러니까 팬들에게 경기의 해답을 읽는 선수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느꼈던 팀 플레이를 펼치면서 동료들의 찬스를 보는 선수가 될 거예요.”
어느 선수든 프로 무대에 오르면 부상은 숙명처럼 따라온다. 그러나 박정환은 그 혹독한 과정을 남들보다 일찍 겪었지만, 쓰러지면서도 곧바로 일어나는 법을 배웠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진 정신력은 이미 그의 가장 큰 무기다. 엘리트 코스를 정석대로 밟아온 박정환은 경기의 해답을 읽는 눈, 이기는 법을 체득한 머리를 모두 지녔다. 코트 위에서 단순히 뛰는 선수가 아니라 흐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령관이다. 완벽히 만들어진 몸을 갖춘다면 그간 찍어온 궤적을 넘어서 ‘더 높은 고점’을 찍을 것이라 기대된다.
#사진_박정환 제공,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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