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돌고래' 상괭이, 사체 분석해보니···미세플라스틱·독성물질 피해 심각
독성물질 BPA에도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먹이 1g당 약 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이에 따른 위험한 화학물질에도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해와 남해 연안에 주로 사는 상괭이는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자 해양보호생물이다.
상괭이는 한 해 평균 약 1,100마리가 혼획이나 좌초(해안에 떠밀려와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 표류 등으로 폐사한다. 국내 연구진이 사망한 상괭이의 미세플라스틱 섭취 현황을 최초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니, 멸종위기 상괭이도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과 비스페놀A(BPA) 등 화학물질의 해악을 피해갈 수 없었다.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일컫는 미세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생산 시 첨가되는 BPA는 인간의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오염물질들은 해양 생태계에도 유입돼 다양한 해양생물에게 영향을 미친다.

상괭이, 먹이 1g당 2개 미세플라스틱 섭취

우리나라 인근 바다에 살며'웃는 고래'로 알려진 상괭이의미세플라스틱 및 화학물질 피해 연구는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와 박병용 인하대 해양동물학연구실 연구원(제1저자)이 수행했다.
이들은 '한국에 좌초된 대형 해양동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과 '상괭이의 폐 조직과 장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비교하는 연구를 각각 진행했다. 해양동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2020년 사망한 상괭이 7마리를 비롯해 참고래, 큰돌고래 등 총 12마리를, 폐와 장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 비교 연구는 2022~2023년 서해와 남해에서 사망한 상괭이 10마리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사망한 상괭이는 먹이 1g당 약 4개의 미세플라스틱을, 2022~2023년에 사망한 상괭이는 폐조직 1g당 0.1개, 장에는 먹이 g당 0.3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아직 발표 전 결과이지만 두 연구에서 상괭이 총 17마리를 분석했을 때 g당 약 2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먹는 식품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고려대 연구팀이 2023년 국제저널 '환경오염'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한국인이 먹는 식품 속 미세플라스틱 양을 측정한 결과 소금 1g당 0.22개, 건조 김 1g당 6.2개, 국산 맥주 1ℓ당 10개가측정됐다. 해외 논문에는 건조 김 1g당 0.9~3개, 참치캔 1g당 약 4~7개라는 결과도 있다.
해외에서도 고래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심각한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크릴새우를 주로 먹는 대왕고래는 하루에 미세플라스틱 약 1,000만 개를, 어류를 먹는 혹등고래도 하루 약 20만 개를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고래류가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이미 플라스틱을 먹은 먹이를 통해 '영양 단계 전이'로 이뤄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대왕고래와 혹등고래는 수염고래류인데, 수염고래류는 바닷물째 먹이를 삼킨 뒤 수염판으로 걸러내기 때문에, 물속 미세플라스틱에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고 한다.
인간 허용치의 6만 배 BPA 노출
이번 연구 결과, 상괭이는 다른 돌고래류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박 연구원은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생물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더욱이 상괭이는 비교 대상인 참고래(3.9개), 붉은바다거북(0.34~1.94개), 큰돌고래(0.46개), 돌고래(0.48개)보다 더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폐와 장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비교한 결과, 폐로 흡입한 미세플라스틱에는 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인 에폭시 수지가 검출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호흡기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유입이 소화기를 통한 유입보다 더 높은 잠재적 위험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괭이는 BPA에도 심각한 수준으로 노출돼 있다. 김 교수와 박 연구원은 한국 상괭이의 BPA 농도를 측정한 결과, 미세플라스틱를 많이 섭취할수록 BPA 축적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BPA 농도는 먹이 1g당 평균 13㎍이었는데 이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인간의 경우 정한 1일 허용섭취량(TD)의 약 6만5,000배 높은 수준이었다. 김 교수와 박 연구원은 이 결과를 담은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폐사 80%의 원인은 혼획


더불어 상괭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건 혼획(어획 대상종에 섞여서 다른 종류의 물고기가 함께 잡힘)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고래류 처리확인서를 보면 지난 11년간(2012~2022년) 연평균 상괭이 약 1,100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70%인 760여 마리는 안강망(자루 모양 그물) 어구에 걸려 죽었다.
이는 국내 수산물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된 것과도 직결된다. 미국이 상괭이, 고래 등 혼획될 수 있는 특정 어법으로 잡은 수산물 반입을 내년 1월부터 금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그물로 잡은 조기와 오징어, 멸치 등 일부 수산물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것이다.
비영리 해양보전기관 플랜오션의 이영란 대표는 "상괭이가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오염 물질에 병들고 혼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구나 부검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화학물질은 고래류뿐 아니라 인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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