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방' 받아도 처벌 無…'직무 관련성' 인정 어디까지?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4. 10. 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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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성' 인정 여부 둘러싼 논란
앞선 판례도 "직무 관련성 좁게 인정시 입법취지 몰각"
법조계 "포괄적 판단 필요…입법 통해 보완해야"
연합뉴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가방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직무 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최재영 목사,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이명수씨 등 명품 가방 의혹 사건 피고발인 5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가방을 건넨 최 목사와 윤 대통령 사이에 친분이 없고, 최 목사의 선물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검찰 처분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혐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최 목사는 "직무 관련성이라는 것은 관계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법리적 해석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금품 수수, '직무 관련성' 쟁점



청탁금지법은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2016년 9월 제정됐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반드시 인정돼야만 성립하는 뇌물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1회에 100만원 또는 매해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배우자'의 금품 수수와 관련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통해 간접적, 우회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것까지 규제하기 위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8조 4항)"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품을 받는 것만 금지되고,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검찰도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며 "나아가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수수한 물품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누구든지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8조 5항에 직무 관련성이 명시되지 않아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부정 청탁이 성립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도 검찰은 "청탁금지법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이 청탁금지법 8조 5항에 직무 관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제공되는 금품이 현안이나 이슈 해결을 위해 직무와 관련돼서 제공됐는지가 판단 기준이고, (기준의 적용은) 대통령이든지 일반 공무원이든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 관련성' 더 폭넓게 인정해야" 목소리도



반면 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처분을 놓고 검찰이 직무 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비판과 함께 입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출신의 한 인사는 "아주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이 아니더라도, 포괄적으로 대통령 배우자라는 위치나 영향력을 봐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특정된 청탁이 아니라 하더라도 장래에 있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하에서 금품을 제공한 경우에도 직무 관련성은 폭넓게 판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확인된 판례에서도, 직무 관련성을 좁게 해석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 2016년 관세청에서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2명이 한 정보통신 장비회사가 주최한 영화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직무 관련성을 좁게 인정할 경우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가 몰각되거나 법적 제한이 잠탈될 우려가 있음은 자명하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금품 제공자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담당하는 업무의 성격상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정보나 의견을 제시하는 등으로 직접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역시 금품 제공자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도 지난 2016년 안동의 예술 관련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해당 기관에서 공연을 올리게 된 회사 대표이사로부터 20여만원 상당의 저녁식사를 제공받은 행위는 청탁금지법상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이라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안동지원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의 제정 취지가 금품 수수 금지를 통한 직무수행의 공정성 확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공직자 등의 금품 수수로 인해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가 직무 관련성 판단의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가명전 최순실)씨를 경제공동체로 묶은 것처럼, 직무 관련성을 충분히 확장해서 해석할 수는 있다"며 "검찰이 의지만 가지고 있었다면 법리를 확장해서 해석하고 기소를 한 후 이후에 법원의 판단을 받았어야 하는 사항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무 관련성과 관련해) 어떤 사안에서는 굉장히 확장해서 해석을 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등 그 기준이 모호하다"며 "직무 관련성의 내용에 대해 대법원을 통해서 판례 및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거나 입법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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