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지면 누가 고쳐줄 건데?"…한화오션, 독일 잠수함 꺾을 비장의 한 방 찾았다

밥콕 캐나다.

상상해보십시오. 북극해에서 러시아 잠수함과 대치 중인 캐나다 해군. 그런데 엔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본국으로 급히 귀환해야 하는데, 정비를 하려면 독일 본사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기술 이전이 안 돼 있어서 캐나다 해군은 손도 못 댑니다. 독일 기술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전황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한화오션이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에서 독일 TKMS를 상대로 꺼내든 '안보 주권' 카드의 핵심입니다. 잠수함은 돈 주고 사면 끝이 아닙니다. 30년, 40년 동안 굴려야 하는데, 그걸 누가 고쳐주느냐가 진짜 승부처라는 겁니다.

독일의 물량 공세 vs 한국의 주권 펀치

독일 TKMS는 화려합니다. "잠수함 사면 AI 공장, 배터리 공장, 희토류 광산 투자까지 다 해주겠다"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패키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CEO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건 더 이상 잠수함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경제 전반에 걸친 투자 패키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한화오션의 대응은 정반대입니다. 화려한 경제 공약 대신, 캐나다 해군이 밤에 잠 못 이루는 진짜 걱정을 건드렸습니다. "외국 도움 없이 스스로 잠수함을 고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한화오션은 최근 오타와에 현지 법인을 차리고, 록히드마틴 캐나다와 캐나다 해군에서 30년 뼈를 묻은 글렌 코플랜드를 초대 대표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영국의 글로벌 방산 기업 밥콕(Babcock)과 손을 잡은 겁니다.

왜 하필 밥콕인가…이 카드가 무서운 이유

밥콕은 영국 해군의 핵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 정비를 독점적으로 담당하는 기업입니다. 나토 회원국이자 영연방 국가인 영국의 잠수함을 수십 년간 고쳐온 검증된 MRO(유지·정비) 전문 기업이죠.

한화오션이 밥콕을 데려온 이유는 명확합니다. 캐나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우리 KSS-III 잠수함 기술에 밥콕의 정비 노하우를 합치면, 당신들은 독일이나 미국 눈치 안 보고 스스로 잠수함을 굴리고 고칠 수 있습니다. 이게 진짜 안보 주권입니다."

캐나다 입장에서 이 제안은 엄청난 의미를 갖습니다. 같은 영연방 국가이고, 같은 나토 회원국인 영국의 정비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전시에도, 정치적으로 꼬여도, 캐나다 해군은 자국 땅에서 자기 손으로 잠수함을 고칠 수 있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주적 정비 역량(Sovereign Sustainment)'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TKMS의 경제 패키지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입니다.

밥콕 캐나다는 2008년부터 캐나다 왕립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에 대한 운용 지원을 제공해 왔다.

돈은 계약서에 있지만, 주권은 계약서에 없다

물론 TKMS의 212CD급 잠수함도 훌륭합니다. 독일 기술력은 검증됐고, 경제 투자 약속도 화려합니다. 하지만 핵심 질문은 이겁니다. "전쟁 터졌을 때, 독일이 정말 도와줄까?"

유럽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만약 캐나다가 북극에서 러시아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독일 본사는 과연 즉각 기술진을 보내줄까요? 아니면 자국 안보가 우선이라며 수출 통제를 걸까요?

반면 한화오션-밥콕 모델은 다릅니다. 정비 기술과 인력이 처음부터 캐나다 땅에 뿌리를 내립니다. 외국 본사 승인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캐나다 해군이 주인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우리는 잠수함을 파는 게 아니라, 캐나다가 30년 동안 독립적으로 해군력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파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III(KSS-III)' 잠수함. 한화오션은 영국 밥콕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독일의 물량 공세에 맞서고 있다. 출처: 한화오션.

이 승부가 한국 방산에 남길 것

이번 CPSP 사업은 단순히 60조 원짜리 수주전이 아닙니다. 한국 방산이 '가성비 좋은 무기 수출국'에서 '안보 파트너십 제공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입니다.

만약 한화오션이 캐나다를 잡는다면, 그 의미는 막대합니다. 나토 회원국이자 영연방 핵심 국가인 캐나다에 주력 잠수함을 공급한다는 건, 사실상 서방 안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그 열쇠는 화려한 경제 패키지가 아니라, "당신들이 스스로 고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한 마디에 달려 있습니다. 독일은 AI 공장을 약속했습니다. 한국은 주권을 약속했습니다. 2026년, 캐나다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