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말고 만들어라" 정몽구·정의선 부자 도전...현대차 27년 수소 기술 집약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한 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라"

2005년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연구소인 마북연구소를 방문한 정몽구 명예회장이 젊은 연구진들을 독려하며 남긴 말이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던 수소전기차(FCEV) 개발에 지쳐있던 연구원들은 정 명예회장의 말 한 마디에 큰 힘을 얻었고, 이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승용 FCEV '투싼ix 퓨얼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발표 중인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김창환 현대차 전동화에너지솔루션 담당 전무와 최서호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개발 담당 상무는 31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수소에 대한 신념과 비전 공유의 장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 27년 역사를 공유하며 이와 같은 에피소드를 전했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개발 1세대인 최 상무와 현재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총괄하는 김 전무는 27년간 이어온 수소전기차 개발의 과정과 헤리티지 스토리를 전달하며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냈다.

2000년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을 체결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수소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머큐리'를 시작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던 UTC 파워와  6개월 간 공동 개발을 통해 첫 번째 수소전기차 '머큐리I'을 내놨다. 머큐리 I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친환경차 경주 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수상하며 현대차의 수소 도전을 처음으로 알렸다.

현대차는 '폴라리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004년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 개발에도 성공했다. 폴라리스는 1세대 싼타페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의 자체 개발 FCEV 였다. 이후 2005년에는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설립하며 수소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퓨얼셀'을 선보였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마련된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마련된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투싼ix 퓨얼셀은 대량 양산을 위한 현대차만의 기술력이 녹아들었다. 당시 마북연구소는 열교환기의 구조를 응용해 양산에 최적화된 금속 분리판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재설계한 스택 덕분에 대량양산이 가능해졌다. 투싼ix 퓨얼셀의 양산으로 리얼 로드 기반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자 현대차는 이에 기반해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도 출시했다.

넥쏘는 2019년 미국 10대 엔진상, 2018년 CES 에디터 초이스, 2018년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전동화의 양대 축인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승용 수소전기차 분야 누적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이날 선보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콘셉트 '이니시움'을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 2세대 넥쏘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정몽구 명예회장의 도전으로 시작된 현대차의 수소 사업은 아들인 정의선 현 회장 체제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수소 대전환'을 주제로 참가해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그리드 설루션'을 선보였다.

한편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FCEV 공급 확대를 위해선 차량과 수소 충전 가격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도전적인 측면은 많지만 수익성보다는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에서 (수소를)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수소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