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부천 2금고 국민은행에 도전장…시·군 금고 확장 배경은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 제공=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KB국민은행이 영위하던 경기 부천시(市) 2금고 운용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소기업 업계를 텃밭으로 하는 기업은행이 최근 부천을 비롯한 기초자치단체 금고에 잇단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부천시금고 입찰의 경우 1금고는 전통의 강자 NH농협은행이 단독으로 참여했고, 2금고를 둘러싼 기업은행과 국민은행 간 2파전이 형성됐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저원가성예금을 확보해 조달비용을 낮추고 다른 지자체 금고 선정에도 도전하며 영역 확장을 이어갈 전략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천시는 7월 말 금고지정심의위를 열고 최종 심사에 돌입해 1·2금고 운용 은행을 선정한다. 올해 시 예산은 2조4378억원으로 1금고가 80%, 2금고가 20%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이 부천 지역에 주목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기업은행은 애초 시금고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현행 기업은행법상 지방은행의 육성과 발전이라는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군(郡) 금고 운용에 사활을 거는 지역 기반의 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을 상대로 경쟁을 펼칠 명분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도 작년 국정감사에서 시금고 입찰 시 지방은행과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1금고가 지방은행의 영역이라면 2금고의 경우 다른 시중은행과의 공정한 경쟁을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게 김 행장의 견해로 알려졌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부천시 2금고 입찰과 관련, 기업은행은 국민은행과 맞대결에서 총력전을 펼칠 뜻을 밝혔다. 이번 입찰에 성공한다면 차후 다른 지자체 금고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작년 부산과 광주광역시금고 입찰에서 모두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기업은행은 올해도 역시 지속해서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경기도 내 최대 지자체의 수원시의 금고 운용 경험을 '매력 포인트'로 강조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의 유일한 지자체 금고로 1964년부터 60년이 넘도록 단 한건의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용해 온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수원시금고는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중요도가 높은 곳이다.

더욱이 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쟁 구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원시금고 입찰에 꾸준히 참여한 국민은행이 기업은행의 지위를 위협하는 양상으로, 이번 부천시금고 쟁탈전 결과가 향후 수원시금고 경쟁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수원시금고의 약정 기간은 2026년까지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시금고 유치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는 배경은 자금조달 구조에서 다른 시중은행 대비 불리한 구조를 안고 있어서다. 시금고 이자율은 지자체와 금고 은행간 약정으로 결정되지만 일반적으로 예금 이자율과 유사해 저원가성예금으로 분류된다.

기업은행의 수신에서 저원가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초반 수준으로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른 시중은행이 예·적금 등 수신상품으로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를 감당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자체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수조원에 이르는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다. 지자체 금고에 선정된 것 자체로 은행의 공신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공무원뿐 아니라 산하 단체들과도 장기 거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천시금고 유치를 바탕으로 안정적 자금을 조달하고 부천시 중소기업을 위한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며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책은행 본연의 공공성 실현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인천시 등 대규모 금고 입찰은 없지만 구리, 울진 등 지차체의 입찰이 기다리고 있어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저원가성예금 확보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도·시금고 기관영업 경쟁이 지속 중"이라며 "대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을 방어하는 현실 속에서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말 기준 지자체 시금고 운용 현황을 보면 농협은행이 187개 지자체 금고를 차지해 독보적이다. 이어 신한은행(24곳), 국민은행(19곳), 우리은행(15곳), iM뱅크(11곳), 경남은행(11곳) 순으로 집계되고 하나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이 각 7곳씩을 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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