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요금제 담보로 실적잔치: 이통3사 경쟁시켜야 하는 까닭
이통3사 요금제의 비밀➌
고물가에 시달린 대한민국
가계통신비는 변함없어
중간요금제도 신통찮아
이통3사 경쟁이 해결책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
6만원에 데이터 무제한
모처럼 경쟁 불 붙었는데
정부가 흐름 키울 수 있나
# 서민들이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이를 조금이라도 상쇄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중엔 가계통신비 인하책도 있습니다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습니다.
# 이유는 가계통신비 인하의 '키'를 쥐고 있는 이동통신 3사가 배에 힘을 준 채 움직일 생각이 없어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 IT언더라인 '이통3사 요금제의 비밀' 마지막 편 숫자로 본 한국 가계통신비의 현주소입니다.
지난 몇년간 한국은 고물가에 시달렸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0.5%였던 물가상승률은 정권이 바뀐 2022년 2.5%로 껑충 뛰었습니다. 지난해엔 5.1%로 2.6%포인트 더 상승했죠. 이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최대 상승폭입니다.
정부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려 했습니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그중 하나의 대책이었습니다만, 결과는 신통찮습니다. 가계통신비는 2021년 12만4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9000원으로 되레 늘었습니다. 2분기에 12만4000원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봤자 3년 전으로 회귀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결과가 도출된 건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책에 허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요청으로 이통3사가 신설한 5G 중간요금제가 대표적입니다. 일례로, SK텔레콤이 선보인 중간요금제는 6만2000원에 37GB, 6만8000원에 99GB의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6000원만 더 내면 62GB를 더 쓸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요금제를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이통사들이 소비자가 더 비싼 요금제를 고르도록 요금제를 설계했음을 시사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뛰어난 가성비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앞장서고 있는 알뜰폰도 조금씩 힘을 잃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정부가 도입한 또다른 인하책 '번호이동 전환지원금'도 후유증만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통3사 간 번호이동을 하면 지원금을 제공하는 정책 탓에 알뜰폰 이용자들이 되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2년 727만명이었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872만명으로 1년새 145만명(19.9%) 늘었지만 올해 7월까진 64만명 더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과기부 자료). 올 3월 도입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이 알뜰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잘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통3사끼리 경쟁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좋은 선례先例가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최근 넷플릭스와 손잡고 '다이렉트5G(넷플릭스)' 요금제를 론칭했습니다. 이 요금제는 6만2000원에 무제한 데이터와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앞서 언급한 중간요금제(99GB)가 6만8000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혜택임에 분명합니다. SK텔레콤이 모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였으니,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가격대의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많은 전문가는 정부가 나서서 '휴대전화‧통신서비스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이통3사의 요금명세서엔 스마트폰 기깃값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연학 서강대(경영학) 교수는 "요금명세서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내는 비용을 분리한다면, 통신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결과적으로 이통3사의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판이 깔릴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가 높은 가계통신비로 신음하는 동안 이통3사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습니다. 매출이 늘어난 건 말할 것도 없고, 총 영업이익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4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통3사가 무제한 데이터, 어설픈 5G 중간요금제 등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젠 이통3사도 '가격경쟁'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시장논리'이기도 합니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약속했던 윤 정부는 과연 이통3사가 경쟁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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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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