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6년→5년 단축에…의료계 “이것이야말로 의료교육 부실화”
의대생, 여전히 '싸늘'…'증원 반대' 또 다른 명분 제공했단 분석도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대다수 의대생에게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한 조건부 휴학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2025학년도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은 유급 또는 제적 처리하겠다는 '채찍'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대학의 어떤 호소에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온 의대생들이 이번 대책으로 인해 교육현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아울러 의사인력 공급의 공백을 막기 위해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료교육 부실화'라며 의료계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오늘(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대학의 탄력적 학사 운영 조치에도 의대생의 수업 복귀는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습니다.
교육부와 의원실 자료 등에 따르면 2024학년도 2학기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 9,374명 중 실제로 출석한 학생은 2.8%(548명)에 불과했습니다.
또 8개 국립대(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에서 1·2학기 합쳐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4,346명에 달하는데, 이 중 93.2%(4,050명)가 '휴학 보류' 상태였습니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는 사태가 장기화하자 대학들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서울대 의대가 지난달 30일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무더기 승인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인제 와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까지 짧은 기간에 1년 치 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동맹휴학 불가' 방침을 내건 교육부의 지침에 반해 서울대가 학생들의 집단 휴학을 기습 승인하자 대학가는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부가 서울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에 나서면서 대부분 학교는 아직 상황을 관망하는 추세지만, 서울대발 '휴학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교육부는 집단 동맹휴학은 불허한다는 기본원칙을 지키면서도, 미복귀 학생은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추어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받아들여 휴학하려는 학생은 휴학원에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한다'고 명기해야 합니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복귀 의대생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복귀 학생이 연착륙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신입생에게는 수강 신청과 분반 우선권을 부여해 재학생의 휴학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의대생의 집단 수업거부와 의사 국가시험 거부가 추후 배출될 의료인 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 없게 교육과정을 현행 6년(예과 2년·본과 4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합니다.
현재 1학년 학생들이 대거 휴학하면 당초 이들이 의대 교육과정 6년을 마치고 졸업하는 2030년엔 의료 인력이 현 정원만큼인 3,000명가량이 배출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단으로 휴학한 1학년에 한 해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하면, 이들이 내년부터 수업을 듣더라도 5년 만에 교육과정을 마쳐 2030년에 의료 인력 배출에 문제가 없게 됩니다.
기존 6년의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할 경우, 교양 과정 위주인 예과 과정을 단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의료인력 양성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검토하는 사안"이라며 "휴학 인원이 생기면 거기에 따른 의료인력 지연 배출이 예견되는 일이어서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통해 (교육과정 기간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 학생들이 복귀해서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가는 과정에서 인력 양성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뿐만 아니라 제도화를 통해 학사운영 기간을 단축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해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반영할 예정이며, 국시와 전공의 선발 시기도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책에도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은 유급 또는 제적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의대생에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동안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을 복귀시키기 위한 각종 '카드'를 내밀었지만, 의대생들은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대책을 접한 한 의대생은 "(대책이 나왔다고 해서) 내년 1학기에 복귀하자는 입장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주변에 물어봐도 현행 유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실상 동맹 휴학에 동참한 학생들을 교육부가 구제해 주는 꼴이 되면서, 동맹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교육부가 기존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가 앞서 기존 휴학계를 낸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의 휴학 사유를 확인하고 복귀 시점도 내년으로 명기하라고 했지만, 이들은 애초에 의대 증원에 거부해 동맹 휴학 차원에서 휴학계를 제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의대 교육과정의 '6년→5년 단축' 검토 또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대규모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주요 명분의 하나로 '의대 교육의 부실화 우려'를 내세웠는데, 가뜩이나 6년간 커리큘럼이 빈틈없이 빡빡하게 이뤄져 방학 기간도 짧고 시험도 많은 의대 교육 특성상 1년을 줄일 경우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위원장은 "현재 본과 4년 교육도 힘들어 이 과정들이 예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5년제 시도는 의대 교육과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허울 좋은 '더 많은 의사'인지, 국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의사'인지 먼저 밝혀라"라고 질타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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