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주스가 ‘저속 노화’나 건강 관리에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속노화’ 열풍을 이끈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최근 제스프리 영양 발표회에서 “노화 지연과 건강을 위해 과일주스나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속노화’ 담론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저속노화 연구의 권위자다.
강연에서 정희원 교수는 “당분을 ‘액체’ 상태로 먹는 것은 건강에 위험한 일”이라며 “과일 속 과당도 액체로 마시면 혈당 상승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여기서 과일주스는 설탕을 넣은 주스는 물론, 집에서 직접 만드는 ‘100% 착즙주스’도 포함한다.

과일의 당분은 구조가 단순한 ‘단순당’이다. 더 이상 분자구조를 쪼갤 수 없을 만큼 구조가 단순해 빠르게 흡수되는데, 액체로 마시면 더 빨리 흡수되어 혈당을 급속히 올린다. 이를 처리하는 간에 부담이 되고, 신진대사(영양소의 흡수·배출 과정) 기능도 저하된다.
정 교수는 “과당이 액체 상태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 혈당 상승을 일으켜 간에 염증을 만들 수 있다”며 “혈당 상승은 영양소가 근육에 사용되는 대신, 지방으로 축적되게 만든다”고 했다. 과당이 복부 지방이나 근육 내 지방으로 쉽게 쌓인다는 설명이다. 기초 대사량이 낮아져 대사 질환 위험을 높이고 살이 쉽게 찐다.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더 많이 먹게 만든다.
과일주스의 영양소를 살펴보면, 비타민은 가지고 있으나 다량 들어있던 ‘식이섬유’가 가공과정에서 파괴된다.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서 장 건강뿐 아니라 혈당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가 제거된 과일주스는 혈당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다.

혈당 상승은 ‘가속 노화’를 일으키는 핵심이기도 하다. 정 교수의 저서 ‘저속노화 식사법’에 따르면, 노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지 않고 ▷혈당을 안정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속 노화를 막는 식단에는 붉은 육류·정제 곡물 덜 먹기와 함께 ‘가당 음료·과일주스 덜 먹기’도 포함된다.
정 교수는 “과일주스는 통계적으로 제2형 당뇨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돼 있다”면서 “과일의 당분은 액체가 아닌, 무조건 원물로 씹어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저명한 국제학술지들은 과일주스의 혈당 상승과 관련된 논문을 여러 차례 다뤘다. 최근에는 국제학술지 영양 진보( Advances in Nutrition)가 미국·독일 공동 연구진의 논문을 소개했다. 총 50만 명 자료가 연구된 기존 논문들을 메타분석(여러 연구 논문을 모아 종합분석)한 결과, 100% 착즙주스 포함해 과일주스를 하루 240㎖씩 추가 섭취할 때마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5% 증가했다.연구진은 “가당 음료나 과일주스에 포함된 액체 상태의 당분이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며 “당분을 음료로 마시면 음식을 통해 먹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고 말했다. 이어 “생과일에는 혈당 조절에 도움 되는 식이섬유도 많기 때문에, 과일주스가 생과일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