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가 20년간 지켜본 증권사 수장들의 발자취를 돌이켜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20년 동안 세운 대표이사는 15명으로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럼에도 퇴임 대표의 평균 재임 기간은 44개월로 업계 상위권인데, 창업 공신들이 각자대표로 나란히 오래 앉아 있었던 결과다.
2023년 최현만 전 회장과 조웅기 전 부회장, 이만열 전 사장이 같은 날 물러나며 창업 세대가 경영 일선에서 사라진 자리를 운용과 리테일에서 자란 전문경영인들이 채운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미래에셋증권의 등기 대표를 지낸 인물은 △최현만 △조웅기 △김병윤 △이만열 △허선호 △김미섭 등 15명이다. 이 가운데 최 전 회장은 박현주 회장과 1997년 창업을 함께하고 1999년 초대 CEO를 맡았다. 이후 2006년 11월 다시 대표에 오른 뒤 2016년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을 이끌었다. 그는 2023년 10월까지 자리를 지켰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를 자주 갈아치운 것은 아니다. 한 시점에 두세 명이 각자대표로 이름을 올리는 구조가 20년 내내 유지되면서 인원수가 늘어났을 뿐이다. 최 전 회장과 김 전 부사장이 동시에 대표를 맡았던 2000년대 후반이 대표적이다.
조 전 부회장의 재임도 113개월에 이른다. 20년 계보에서 100개월을 넘긴 대표만 최 전 회장까지 포함해 두 명이 나온 셈이다. 20개사 평균이 50개월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단명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서유석·이구범 전 대표는 2006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개월에 그쳤고, 김재식 전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해 7개월 만에 물러났다. 2010년 5월 대표에 오른 김신 전 사장은 21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 이후 현대증권 대표를 맡았다.
계보를 온전히 보려면 옛 대우증권을 함께 살펴야 한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에 흡수되기까지 대우증권은 △손복조 △김성태 △임기영 △김기범 △홍성국 등이 대표를 지냈다. 손 전 사장은 퇴임 후 토러스투자증권을 세웠다. 홍 전 사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 직후까지 회사를 이끈 뒤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계로 자리를 옮겼다.
합병 직전에는 혼란도 있었다. 김기범 전 사장이 대주주였던 산업은행과 갈등 끝에 2014년 7월 중도 사퇴하면서 구동현 전 KDB산은금융지주 부사장이 다섯 달간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해 12월 취임한 홍성국 전 사장이 합병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다른 대형사와 견주면 인원수와 재임 기간이 함께 상위권인 곳은 드물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대표가 네 명뿐이었고, 삼성증권은 10명을 배출했지만 퇴임 대표의 평균 재임은 27개월에 머물렀다.
CEO의 장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오너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 온 구조가 자리한다는 해석이다. 창업자인 박현주 회장이 그룹 차원의 전략을 맡고 증권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는 방식이 20년 넘게 이어져서다.
교체는 2023년 10월 한꺼번에 이뤄졌다. 최 전 회장 등 창업 공신들이 물러났고,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체제가 들어섰다. 김 부회장은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해외법인 대표와 운용사 대표를 거쳐 2022년부터 증권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허 부회장은 대우증권 출신으로, 2022년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WM) 총괄을 지냈다.
지금은 두 사람이 영역을 나눠 맡는다. 김 부회장이 글로벌과 투자은행(IB)을, 허 부회장이 WM과 리테일을 총괄한다. 허 부회장은 취임 이듬해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패밀리오피스센터를 편제했다.
새 체제는 실적으로 답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9151억원, 당기순이익 1조5829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71% 늘었고 세전이익은 2조794억원이었다.
올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3조8679억원, 순이익 2조9072억원을 기록해 전년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자기자본은 연결 기준 16조2499억원, 별도 기준 10조5653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사람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함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미래에셋증권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와 우수한 시장지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며, 초대형 IB 사업자로서 기업신용공여와 대체투자 확대로 포트폴리오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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