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야, 열 밤 자고 할아버지 만나자

한겨레21 2024. 9. 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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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 포메라니안 우주가 반려인과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한다.

2024년 9월2일 이곳에 들어와 벌써 9일째다.

당시에도 우주를 이곳에 맡기고 치료받았는데 명절을 앞두고 다시 통증이 왔다.

우주가 두 번째로 찾은 이곳은 '펫티'란 이름의 애견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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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데자뷔]서울시 사회적 약자 반려견 무료 위탁보호 서비스 ‘우리동네 펫위탁소’
반려견 우주(가운데)가 2024년 9월10일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펫티’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 왼쪽은 제니, 오른쪽은 타샤, 아래는 토르.

두 살배기 포메라니안 우주가 반려인과 떨어져 숙소 생활을 한다. 2024년 9월2일 이곳에 들어와 벌써 9일째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 연휴는 이곳에서 날 성싶다.

우주의 반려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흔넷의 나이에 2024년 4월 오른쪽 슬개골과 발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 당시에도 우주를 이곳에 맡기고 치료받았는데 명절을 앞두고 다시 통증이 왔다.

우주가 두 번째로 찾은 이곳은 ‘펫티’란 이름의 애견카페다.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마곡지구 신축 건물에 자리한 펫티는 카페이자 애견호텔이다. 또 서울시가 2023년 시작한 ‘우리동네 펫위탁소’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강서구와 연계해 사회적 약자의 반려견을 무료로 위탁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이 길게 집을 비울 때 반려견을 맡아 돌보고 있다. 최대 10일간 맡아주는데 장기입원을 하는 경우엔 50일까지 가능하다.

펫티 야외 테라스에서 우주(왼쪽)가 제니를 따라 걷고 있다.
매너벨트를 차 허리가 날렵해진 우주.

9월1일부터는 1인가구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1인가구원이 장기외출을 할 때 반려견을 최대 5일까지 무료로 맡길 수 있다. 사회적 약자는 횟수 제한이 없지만 1인가구는 반기에 1회만 이용할 수 있다. 강서구에 주민등록이 있어야 하고, 동물등록증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강서구 세 곳을 비롯해 서울 강북·동작·서대문·성북·강남·광진·송파 자치구에 18곳의 우리동네 펫위탁소가 운영되고 있다. 위탁소에 따라 반려견과 반려묘를 모두 맡아주기도 하고, 반려견만 받아주는 곳도 있다.

우주는 행동이 빠르지만 유순한 성격이다. 친구를 쉽게 사귀고 한데 어울려 뛰어노는 것을 즐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살 연상 제니(비숑프리제)를 좋아한다. 장난을 걸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커서 더 매력을 느낀다. 단체 생활이다 보니 수컷은 매너벨트를 차고 암컷은 매너팬티를 입는다. 둘 다 반려견용 기저귀인데 생김새와 착용 방법이 달라 이렇게 부른다. 매너벨트로 허리가 더 날렵해진 우주가 풀이 심어진 야외 테라스에서 제니를 졸졸 따라다닌다. 때로는 몸싸움을 벌이며 뒹굴기도 한다. 덕분에 따로 산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에너지를 쏟아낸다.

이곳을 운영하는 추인호(53) 대표는 반려견을 맡길 때 사료는 반려인이 챙겨 올 것을 권한다. 간식은 이곳에서 제공하지만 주식인 사료는 반려견마다 다른 식성과 필요 영양분이 있어 일괄적으로 먹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무료 위탁보호 서비스가 기대만큼 알려지지 않아 이용자가 많지 않자 추 대표는 펫티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에 힘쓰고 있다. 10㎏ 미만의 소형견은 이용 가능한데 입질이 심하면 위탁이 거부될 수 있다.

제법 긴 시간 함께한 위탁견이 반려인에게 돌아갈 때 서운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이 보호자가 오는 순간 반색하며 달려나가 뒤도 안 돌아보고 따라간다”며 웃는다. “이따금 오던 노견이 한동안 안 보이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서운한 것과는 다른 감정”이라며 말을 멈추기도 했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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