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추진 공식화...무리수일까 승부수일까 [뉴스추적]

미스터동 [뉴스추적]은 복잡한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며,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풀어갑니다. 쟁점의 전체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대한민국 사법부 수장을 향해 탄핵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 들었습니다. 권력 핵심 축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펼쳐진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삼권분립은 권력이 한곳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작동합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선출된 권력으로,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이라는 잣대로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맡죠.

하지만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 수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려 할 때 헌정 질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위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서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심 유죄, 2심 무죄 판결이 났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선거보다 파기환송심이 먼저였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죠. 이에 민주당은 해당 판결을 대선 개입이자 이른바 ‘조희대의 난’으로 규정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거세게 압박했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기환송심은 중단됐지만 민주당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겼습니다.

갈등은 올해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사법개혁 3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자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대법원장 탄핵 공청회를 열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실제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관 후임 인선 문제를 두고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후임 자리가 7개월 넘게 공석인 상태인데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제청하자 청와대가 거부한 겁니다. 청와대는 현직 헌법재판소 재판관 배우자이자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판사를 후보를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배우자라는 점에서 ‘대법원-헌법재판소’의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청와대 재제청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6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와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도록 지시하면서도 직접적인 탄핵 언급만큼은 삼가던 김민석 민주당 대표 태도도 이때부터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14일 “자진 사퇴의 인내선도 무한대는 아니다”, 15일 “인내에 한계가 왔다”, 16일 “이미 탄핵의 ‘ㅌ’ 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안과 방법,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점점 수위를 올리면서, 결국엔 당 차원 탄핵 추진 논의를 공식화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SNS

지지율 침체와 당내 계파 갈등, 내부의 위기에 봉착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민주당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는데요. 심지어 내년 6월이면 정년퇴임으로 자연스럽게 물러날 조희대 대법원장을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탄핵하겠다고 나선 걸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시선을 여의도 민주당 내부로 돌려야 합니다. 지금 김민석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 사면초가에 가깝습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지지율입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민석 대표는 “구조적 다수를 위한 중도 외연 확장”을 천명하며 취임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p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부동산 정책과 농지 전수조사 등 주요 정책에서 드라이브와 유턴을 반복하며 당 지지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30%대 박스권에 갇혔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급기야 국민의힘에 추월까지 허용했는데요.

취임 초 팽팽했던 중도층 국정 운영 평가는 10월 들어 부정 평가가 과반으로 치솟았고, 차기 총선에서도 정부 지원론보다 견제 심리가 우세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악재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소방 조직을 향해 ‘(소방은) 재정 빨대’라는 발언을 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부천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민석 대표가 지난 9월 30일 새벽 5시에 서울 강서소방서를 방문 일정까지 뒤늦게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교대근무가 일상인 소방관들에게 새벽부터 무리한 부담을 줬다는 비판이 쏟아진 겁니다.

지난 15일 전북 순창군에서 열린 ‘순창장류축제’ 개막 축하 공연에서 과잉 의전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초청 가수의 공연을 중단한 뒤, 김민석 대표의 축사를 진행한 겁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매일경제>를 통해 “당대표가 뭇매를 맞을 정도로 큰 실수를 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여당에는) 가랑비도 피해야 할 시기인 만큼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당 내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을 둘러싸고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이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과 대통령 임명 재가로 겨우 봉합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지난 8·17 전당대회 당시 제기됐던 ‘신천지 교인 수만 명 집단 입당 및 경선 개입 의혹’ 자체 조사 결과가 김민석 대표에게 보고됐다는 사실이 유출되면서 내홍이 재점화했습니다.

당 대표 선거가 끝났지만, 여전히 친명이냐 아니냐로 갈등을 겪는 중입니다.

이처럼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당내 계파 갈등은 폭발 직전인 상황에서, 김민석 대표가 국면을 단숨에 전환하고 뿔뿔이 흩어진 친명계와 친정청래계, 그리고 강성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낼 카드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한 친명계 의원은 <한국일보>를 통해 “바깥에 (조 대법원장이란) 공공의 적을 만들어 내부 단합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실제로 그간 지도부와 각을 세우던 친정청래계 최민희 최고위원은 “조희대는 곧 탄핵당할 것, 이게 국민의 뜻”이라고 적으며 김민석 대표와 한목소리를 냈죠.

여기에 지지층을 조급하게 만든 또 하나의 결정적인 시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구속 만기일입니다. 김건희 여사 상고심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달 말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데요.

김건희 여사가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극에 달한 겁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최근 “김건희 석방 문제가 보름밖에 안 남았다” “그걸 막아야 해 싫든 좋든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대목이 이러한 속내를 보여주죠.

김민석 민주당 의원 SNS

조국혁신당의 청구서와 국민의힘의 도발 사이

탄핵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어젖히자 민주당은 안팎에서 거센 압박을 받는 형국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쏟아지고, 밖에서는 조국혁신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다른 이유로 “빨리 탄핵안을 표결하라”며 김민석 대표 등을 떠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일이라는 게 뭐 하나 쉬운 게 없는데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머뭇거림을 파고들며 왼쪽 옆구리를 강하게 찌르고 있습니다.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되는데요.

현재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석은 186석에 달하고 민주당 단독으로도 과반을 넘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민주당과 신경전을 벌이며 여권 강성 지지층을 흡수해 온 조국혁신당은 일찌감치 오늘(19일)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직접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며 민주당 동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민주당은 언제까지 조희대 대법원장의 ‘수’(手)에 끌려다닐 것인가”라며 김민석 대표를 정조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건희 씨 석방을 기다렸다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냐. 김건희 씨가 석방될 경우 일어날 국민적 분노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론 무기력한 민주당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국민의힘이 “할 테면 빨리 해보라”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경기 용인갑 조직위원장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ARS 투표 오류 논란 등으로 계파 갈등과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데요. 민주당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이라는 무리수(국민의힘이 판단했을 때)를 던지자 이를 정국 역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계산입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고질병인 탄핵병이 또다시 도졌다” “탄핵안을 발의하는 그 순간, 이재명 대통령은 데드덕(Dead Duck·권력 상실)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노리는 진짜 속내는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이 아니라 국회 표결을 통한 대법원장 직무정지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탄핵 사유가 터무니없다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안다” “결국 목표는 대법원장 직무정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왜 직무정지가 목표일까. 장동혁 대표 설명은 이렇습니다. “내년 2월 법원의 정기 인사가 예정됐고 그 전에 조희대 대법원장 직무를 정지시켜 인사권 행사를 막으려는 것.”

내년 2월 정기 인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권을 행사해 재판부가 바뀌면 현재 중단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이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니까 바뀐 판사가 ‘대통령은 왜 재판 안 받아? 나는 재판 진행할 거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장동혁 대표는 “한 번 밀어붙여 보라. 그날 이재명 대통령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쏘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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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발의 앞에서 최종 결단의 시계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이라 보십니까.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할까요?

탄핵 카드를 끝까지 뽑아 들지 않고 압박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막상 탄핵이 추진되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부정 여론 중 일부가 ‘탄핵까지는 과하다’며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 대표로선 탄핵 불씨를 살려둔 채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매일경제>를 통해 “선거가 가까워지면 지지층이 결집하기 마련이지만 내년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집안싸움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외연 확장은 이제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발의 대신 내부 단속용 메시지로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아니라면 진짜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 정면 돌파할 수도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날짜까지 박으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말로만 그칠 경우 강성 지지층 실망감이 김민석 지도부를 덮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한국일보>를 통해 “지금 탄핵을 해야 한다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상황” “(조희대 대법원장이) 반헌법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대의에 따라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더군다나 아직 총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지지율 역시 떨어질 만큼 떨어져 있는 마당이라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일 여건도 마련돼 있습니다. 중도층을 사로잡기보다는, 지지층 혹은 강성 지지층을 규합하는 게 우선일 수도 있죠.

여러분, 과연 민주당이 꺼내 든 ‘조희대 탄핵’ 카드는 위기를 돌파할 회심의 승부수가 될까요. 아니면 중도층 민심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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