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노리카, 20년 만에 새 위스키 브랜드 내놓은 까닭은

정혜인 2024. 10. 15. 1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류기업 소버린 브랜드와 '더 디콘' 론칭
다양화하는 한국 소비자 니즈에 신제품으로 대응
브렛 베리시 소버린 브랜드 CEO 겸 공동 창립자가 15일 페르노리카 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더 디콘'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미국 와인·증류주 기업 '소버린 브랜드(Sovereign Brands)'와 손잡고 신제품 위스키 '더 디콘(THE DEACON)'을 국내에 출시한다. 페르노리카가 새로운 위스키를 시장에 내놓는 것은 20년 만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에서도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신제품으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20년만의 새 위스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리미엄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더 디콘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란츠 호튼(Frantz Hotton)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와 브렛 베리시(Brett Berish) 소버린 브랜드 CEO가 참석했다.

더 디콘은 페르노리카가 올해 초 선보인 신제품 위스키다. 페르노리카는 1975년 페르노와 리카 합병 이래 여러 주류기업을 인수하며 '앱솔루트', '로얄 살루트' 등으로 위스키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완전히 새로운 위스키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신제품 더 디콘은 페르노리카와 소버린 브랜드(Sovereign Brands)가 협력해 개발했다. 소버린 브랜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가족 소유의 글로벌 와인·증류주 기업이다. 브렛 베리시와 브라이언 베리시(Brian Berish) 형제가 1999년 설립했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더 디콘'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소버린 브랜드는 스파클링 와인 '룩벨에어(Luc Belaire)', 진 '맥퀸앤더바이올렛포그(McQueen and the Violet Fog)', 럼 '범부(Bumbu)' 등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2021년 9월 소버린 브랜드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2022년 10월 지분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는 "베리시 형제가 만든 제품들은 당시 업계의 규범을 전통적인 관행을 깨는 제품들이었다"며 "처음부터 아주 새로운 콘셉트를 가지고 만든 제품들인데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격대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보통 주류업계에서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제품의 라인을 확장하거나 고급화 하는 것이 일반적이 방식이지만 페르노리카는 성공을 위한 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것은 바로 새로운 맛과 느낌을 가진 제품을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위스키

더 디콘은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지역과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선별한 위스키를 블렌딩해 만들어졌다. 아일레이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는 보리를 말릴 때 땔감으로 사용하는 이탄(피트·peat)의 향이 강하고 스모키한 풍미가 특징이다. 스페이스사이드 지역의 위스키는 과일향이 강하고 부드러운 단맛을 낸다.

브렛 베리시 CEO는 "구운 마시멜로처럼 달콤하면서도 모닥불처럼 피트의 향이 나는 위스키를 만들고자 했다"며 "이 맛을 내기 위해 많은 위스키 생산지 중 스코틀랜드, 그 중에서도 아일레이와 스페이사이드 지역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더 디콘' /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더 디콘의 병 역시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증류 공정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구리 포트 스틸을 모티브로 했으며 라벨에는 가면과 고글을 쓴 유럽 근대 의사의 이미지를 담았다. 병의 후면에는 라틴어로 생명수를 뜻하는 '아쿠아비테(Aqua Vitae)'가 새겨져 있다.

베리시 CEO는 "병에 엠보싱된 X자 무늬는 스코틀랜드 국기를 상징하고 병의 캐릭터는 흑사병 시대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면서 "당시 의사들은 알코올이 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마스크를 쓰고 알코올을 마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의 형태와 디자인은 제가 살고 싶었던 세상을 표현한 것"이라며 "'매드맥스' 등 스팀펑크 영화와 같이 미래적이면서도 색다른 세상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더 디콘은 국내 출시에 앞서 전 세계 60여 개국에 먼저 소개됐다. 한국과 유사한 시장인 일본에서는 이미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베리시 CEO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소매점에서만 출시를 했는데 수요가 상당히 많아 항공으로 제품을 운송해야 할 정도이고 일반 식료품 잡화점에는 아직 출시하지 못했다"면서 "오늘(15일) 온프레미스(위스키바 등의 술집) 시장에도 출시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미 1만6000개 매장에서 사전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여전한 위스키 수요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한 신제품 더 디콘을 내놓는 것은 국내 위스키 시장 수요가 다변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겔 파스칼(Miguel Pascual) 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한국 위스키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시장 성장이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가속됐다"며 "특히 '발렌타인'과 같은 하이엔드 블렌디드 위스키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파스칼 전무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스카치 몰트 위스키, 그 다음에는 '제임슨'과 같은 아이리시 위스키 등으로 인기가 옮겨갔다"고 덧붙였다.

미겔 파스칼 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위스키 시장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페르노리카 코리아

다만 국내 위스키 시장은 최근 들어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 1억3246만달러에서 2022년 2배 수준인 2억6684만달러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2억5967만달러에 그쳤다. 올해 1~9월 수입액 역시 1억7924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7% 감소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실적도 뒷걸음질쳤다.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2024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액은 1752억원으로 전년 동기(1853억원)보다 5.4% 줄었다.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튼 대표는 "위스키 시장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하락이 아니라 정상화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위스키 시장이 다른 해외 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현재의 조정 과정에 더 급격하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국내 위스키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판단하고 다양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호튼 대표는 "한국 시장은 여전히 ​​인구가 안정적이고 여전히 많은 성장요인이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새로운 맛의 위스키를 출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튼 대표는 한국의 또다른 특이한 점에 대해 '0차' 문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술을 마신다면 보통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시고 2차로 다른 주종으로 옮겨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식전에도 술을 마시는 '0차' 문화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문화는 5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라며 "0차에 마셔야 하는 주종에 대한 규범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스키를 비롯한 주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호튼 대표는 "다른 나라들은 위스키 외에도 보드카, 진 등이 균형을 이루어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수입 주류의 80% 가량을 위스키가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위스키 시장의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